우선 통합법안에서 농림부는 통합회장 산하로 ‘농업경제’ ‘축산경제’ ‘금융’ 등 3개 사업부문을 두도록 했고 각 사업부문에 대표이사를 선임토록 했다. 사업부문에는 또 조합장대표회의와 경영위원회를 정관을 통해 설치 할 수 있도록 했다.
첫번째 문제는 각 사업부문에 별도로 설치될 수 있는 조합장대표회의에서 지적된다.
축협은 당초 전문성 확보를 위해 각 사업부문의 별도법인화를 주장하다가 한발 물러서 이를보장할 수 있는 조직체계의 법률적 장치 마련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농림부가 조합장대표회의를 심의기구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 이에 대해 농협은 별도의 조합장대표회의가 통합중앙회의 가장 비효율적인 기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장대표회의는 최고 기구인 총회(대의원회) 및 이사회와 중복되 효율성이 떨어질뿐 아니라 이에 따라 조직운영 비용이 불필요하게 많이 소요되고 의사결정 역시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사업부문별 조합장대표회의는 각 소관업무에 관해서만 집착하게 되므로 중앙회 전체 경영의 문제해결에는 소홀할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고 있다.
축협측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농림부가 법안에서 ‘상식을 뛰어 넘는’ 부분은 각 사업부문의 대표이사 선출에서도 나타난다. 농업경제와 금융부분의 대표이사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추천된 자를 회장이 총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도록 했으나 축산경제 대표이사만은 ‘조합장대표로 구성된 심의기구에서 추천한 자중에서 회장이 대의원회 동의를 얻어 임명’토록 했다.
현재 조직체계로도 축산경제부문의 독립성은 상당히 보장돼 있음에도 형평성을 깨면서까지 인사권을 사업부문에 이양한 셈이다. “회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소관사업전담대표이사가 선임되는 것은 별도법인체처럼 운영될 소지가 있다”는 농협측의 주장이 이 때문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축협측은 축산경제의 독립성이 완벽히 보장받기 위해서는 축산경제대표이사가 조합장의대표자회의에서 추천한 자중에서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추천한 자’로 선출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
이와 함께 신용사업(금융)부문의 별도법인을 통한 농업은행 설립 문제를 놓고 여전히 농림부, 농축협은 물론 각 관련단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70여개의 농민단체가 속해 있는 협동조합개발연합회는 농림부 안대로 농·축·인삼협중앙회를 1개 법인체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전국농민연합이 속해 있는 국민연대는 신용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독립법인화 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바른협동조합모임 역시 별도법인인 농협은행과 비경제단체인 전국농협중앙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은 지도·경제사업에 대한 연간 8조원의 자금공급에 차질, 연간 2천5백억원에 달하는 회원조합에 대한 경영자금 지원의 어려움, 신용사업 법인화에 따른 자기자본 7천억원 추가 조달 등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 이를 반대하고 있다. 농림부의 법안은 조만간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로 넘겨지는데 조직체계를 둘러싼 관련 기관들의 공전은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양상이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통합이 되더라도 이처럼 사공이 많은 배가 순항을 할 수 있겠냐”며 우려하고 있다. 명칭, 조직체계뿐 아니라 농축협의 통합에는 이에 따른 비용의 정부지원 여부, 통합과정에서 수반될 전산통합, 직급조정 등 수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