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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봉 은행법학회장 "금융기본권, 실질적 평등 회복 문제" [금융정책 이슈]

지다혜 기자

dahyej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18 10:32

은행법학회 정책학술대회…기본계좌·대출차별금지 실행방안 제시
금리 역진성 해소·채무자 재기 지원까지 쟁점 확장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기본권의 헌법·행정법·법철학적 기초와 규제법적 쟁점 및 실행방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학술대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기본권의 헌법·행정법·법철학적 기초와 규제법적 쟁점 및 실행방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학술대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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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지다혜 기자] "금융기본권의 헌법적 가치를 논하는 이유는 금융기본권의 정당성 자체가 아니라,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로 무너진 실질적 평등과 헌법 기반을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김자봉 은행법학회장 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금융기본권 논의를 단순한 권리 선언이 아닌 포용금융 제도화 과제로 제시했다. 저신용·저소득층이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기본계좌, 대출차별금지, 법정 최고금리 등 구체적 실행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은행법학회는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기본권의 헌법·행정법·법철학적 기초와 규제법적 쟁점 및 실행방안'을 주제로 정책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금융기본권의 헌법상 인정 가능성부터 기본계좌 도입, 금융소외 해소, 금리 부담 완화, 채무자 재기 지원 등이 논의됐다.

김 회장은 기본계좌 제공 의무, 대출차별금지, 법정 최고금리 등을 대표적인 금융기본권 실현 수단으로 꼽았다. 그는 "금융기본권은 이미 우리 사회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으므로 정당성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성장과 분배 문제를 개선해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 수단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기본권 논의 본격화

금융기본권은 모든 국민이 현대사회 필수 인프라인 금융서비스에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금융이 단순한 사적 거래를 넘어 복지급여 수령, 세금 환급, 임금 지급, 주거·직업 생활과 연결된 생활 기반이라는 점에서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헌법 제10조를 금융기본권의 해석적 준거로 볼 수 있다고 봤다. 금융기본권을 단순히 행복추구권의 확장으로만 이해하면 금융투기 권리 등으로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금융기본권을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기본적 인권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서비스를 실질적으로 누리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승이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현대 시장경제에서 금융서비스가 여러 기본권 실현을 위한 필수 생활 인프라가 됐다고 분석했다. 계약, 주거, 직업, 재산, 가족생활 등 일상 대부분이 금융서비스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본권의 보호 영역은 자유권, 사회권, 정보자기결정권으로 나뉜다. 자유권적 측면에서는 금융서비스 이용을 불합리하게 제한하거나 자의적으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권 성격을 갖는다.

사회권적 측면에서는 인간다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융서비스 접근을 요구한다. 정보자기결정권 측면에서는 금융거래정보를 정보주체가 통제하고 금융회사나 국가기관의 오남용으로부터 보호받는 내용이 포함된다.

축사에서도 기본권 논의를 시대 변화에 맞게 다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헌법이라는 것도 법이라는 것도 기본 정신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대 상황에 따라 해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권으로서의 기본권은 제공되는 서비스가 삶에 필수적이라면 기본적인 권리로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500만원, 300만원이 부족해 곤경에 처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그런 삶의 리스크를 금융으로부터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자봉 은행법학회장 "금융기본권, 실질적 평등 회복 문제" [금융정책 이슈]


기본계좌 도입 과제

금융기본권을 실제 제도로 구현하기 위한 행정법적 장치도 제시됐다. 이재훈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해 규제 행정, 급부 행정, 소비자의 감독청구권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규제 행정은 금융시장 진입 요건 설정, 불공정 거래 규제 등을 통해 금융소비자가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급부 행정은 기본계좌를 도입하는 금융기관에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소비자 감독청구권은 금융소비자가 감독기관에 직접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기본권이 선언적 권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권리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금융 접근권 측면에서는 점포가 사라진 지역의 금융 사각지대와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가 과제로 꼽혔다. 금융 점포 축소와 비대면 금융 확산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고령층, 농어촌 주민, 저신용·저소득층이 기본 금융서비스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금융 사막화 지역에 신규 점포 개설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복수 금융기관의 공동 점포를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별도 법제 마련도 검토 과제로 제시됐다.

조세 영역에서도 기본계좌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은행계좌가 월급 수령, 세금 환급, 복지급여 수령의 통로인 만큼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경제생활의 기본 인프라라고 봤다.

박 교수는 "금융기본권은 저소득계층에 대해 법이 보장한 세금 혜택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보호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했다. 계좌가 없거나 수수료 부담 때문에 계좌를 유지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은 세금 혜택에서도 소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저소득 가구에 지급된 근로·자녀장려금이 빚 때문에 압류되지 않도록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채무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면제이익에 대한 과세도 합리화해야 한다고 봤다.

박 교수는 "환급금과 장려금을 받는 취약계층이 수수료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저비용 기본계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재기권 쟁점 확대

김자봉 은행법학회장은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핵심 과제로 금리 역진성 해소를 제시했다. 현행 금리 체계가 개별 차주의 신용위험을 중심으로 자본비용을 산정하면서 저신용·저소득층이 구조적으로 높은 금리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한국·미국·유럽연합(EU)·영국 4개국의 2010~2024년 패널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저신용 차주의 기대손실은 고신용자보다 높지만,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은 고신용·대형 차주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신용 차주가 시스템 위험에 대해 초과 프리미엄을 추가 부담하는 역진적 구조가 존재한다"며 "시스템 위험 기여도에 비례해 자본비용을 재배분하면 고신용자 부담은 증가하고 저신용자 부담은 감소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단기 정책 수단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을 통한 기본계좌 입법화, 지역재투자법 도입, 신용보증 보증료에 시스템 할인 적용 등이 제시됐다. 국제 은행 자본규제 기준인 바젤 내부등급법의 위험가중치를 재산정해 저신용자의 과도한 자본비용 부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도산법 측면에서는 실패 이후 다시 금융시스템에 진입할 수 있는 '재기의 권리'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김유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도산제도가 채권자 보호 중심에서 채무자 재기 중심으로 전환돼 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신용정보 낙인, 계좌 개설 거부, 금융서비스 제한, 신용공여 배제 등의 장벽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면책이나 회생 절차를 거친 이후에도 제도권 금융 접근이 막히면 실질적 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금융기본권 도입을 통해 도산절차를 거친 채무자에 대한 금융접근성 제약을 완화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재기의 권리는 정직한 채무자를 전제로 해야 하며, 도산범죄 엄단과 부인권 행사 실질화 등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의가 금융기본권을 추상적 권리 담론에서 구체적 입법·정책 과제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본계좌, 금융소외 해소, 금리 부담 완화, 채무자 재기 지원은 금융회사 영업과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향후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정책과 국회의 국민기초금융보장 관련 입법 논의가 이어질 경우 금융사의 공공성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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