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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韓·日 가상자산 제도화...뛰는 일본, 기는 한국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15 14:54

日 금융청, 금융상품거래법 개정
암호자산 '정식 금융상품'에 편입
내부거래 규제·세제전환·현물ETF
'3단계 로드맵' 본격 가동 나서
韓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1년
아직도 제자리…장기공백 우려

생성형AI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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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지난 11일 일본 중의원에서는 역사적인 표결을 마쳤다. 가상자산 거래 규제를 기존의 자금결제법에서 금융상품거래법으로 전면 이관하는 내용의 '금융상품거래법 및 자금결제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법률 개정에 그치는 게 아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주식·채권과 동등한 반열의 '정식 금융상품'으로 공식 인정한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개정 법안에 담긴 내용을 들여다보면 변화의 무게를 단번에 알 수 있다. 내부자거래 규제 신설, 투자자문·운용업 편입, 무등록업자 형사처벌 강화(구금형 3년→10년), 정보공표 의무화, 책임준비금 적립 제도, 스텔스 마케팅 규제 등. 일본 금융청(FSA)이 지난 4월 공개한 설명자료에는 수년간에 걸친 준비를 통해 이런 내용을 조문 단위로 촘촘하게 담았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디지털자산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부럽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불거졌다. 단순한 부러움이라기 보다 가상자산시장에서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함이 배어 있는 우려다.

가상자산, 결제수단서 투자자산으로

일본 법률 개정안의 핵심은 패러다임 전환이다. 그동안 일본에서 가상자산은 '결제 수단'으로 규정돼 자금결제법 관할에 들어가 있었다. 비트코인으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시각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본 내 가상자산 계좌 개설이 1400만 건을 넘어서고, 거래 동기도 '장기적 가격상승 기대'였다. 기관투자자들도 가상자산을 분산투자 기회로 보기 시작했다. 시장이 이렇게 흘러가자 일본 금융청은 현실에 맞춰 변화를 추진했다.

가상자산 보유율이 FX거래나 회사채를 웃돈다는 국내 설문 결과가 나오고 미국 등에서 암호자산 현물ETF가 상장돼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마당에 법개정에 나선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규제를 자금결제법에서 금상법으로 이관하고 가상자산을 유가증권과는 다른 금융상품으로서 금상법에 자리매김한다는 것은 단순한 소관 부처 이동이 아니다. 제1종 금융상품거래업에 상당하는 규제를 적용한다는 뜻이다.

가상자산 거래업자는 이제 주식 브로커와 같은 의무를 지게 된다.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이용자 재산 분리관리, 책임준비금 적립, 업무관리체제 정비 등 증권사에 요구하는 것과 같은 잣대가 적용된다.

자료:일본 금융청

자료:일본 금융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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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거래 규제 신설…'코인판 작전세력' 철퇴

이번 법 개정에서 주목할 대목은 암호자산 내부자거래 규제 신설이다. 기존 금상법에도 암호자산에 대한 위계·시세조종 금지 규정은 있었지만, 내부자거래를 직접 규제하는 조항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명문화됐다.

규제 대상은 암호자산 발행 관계자, 거래 관계자, 대량매매(발행된 암호자산의 20% 이상 매매) 주체 관계자다. 공표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을 이용한 거래는 5년 이하 구금형 또는 500만 엔 이하 벌금에 처한다. 상장 주식의 내부자거래 규제와 동일하다. '중요 사실' 범위에는 발행자의 해산, 거래업자의 암호자산 취급 개시·중지, 발행 완료 물량의 20% 이상을 움직이는 대량매매 등이 명시됐다. 국내에서 '상장 펌핑'이나 '내부자 선매수'로 불리는 행위들이 일본에서는 형사범죄로 처벌받게 되는 셈이다.

증권감시위원회의 범칙조사 권한도 가상자산 영역까지 확대된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도도 신설된다. 집행(enforcement) 체계가 완비된 것이다.

재일동포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가상자산 매매 차익을 거두면 현재 국내 세제상 종합과세 대상이어서 최대 55%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주식 매매차익은 분리과세 20%가 적용되는 것과 딴판이다. 같은 투자 행위인데도 세 부담이 최대 2.75배 차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암호자산을 정식 금융상품으로 인정한 만큼 주식과 동일한 20% 분리과세로 전환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세법 자체를 고치지 않고 같은 효과를 내게 된 것이다.

내년 일본 현물 ETF 문 연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이내, 늦어도 2027년 중반까지 시행에 들어간다. 이 때를 기점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이 가시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금융청은 법안 설명자료에서 "2027년 이후 현물 ETF 도입 가시화"를 명시했다. 법적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과 기관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에서 블랙록, 피델리티 등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해 수십조 원의 기관 자금을 끌어 모은 사례가 있었는데 일본도 그런 환경이 2027년부터 열리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시행하면서 가상자산 1단계 입법을 비교적 일찍 했다. 이용자 예치금 분리 보관,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가상자산시장 감시 등이 담겨 의미 있는 진전이란 평가를 받았던 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단계 가상자산업권법은 국회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세 체계조차 여전히 혼돈 속이다.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나 손익통산 허용 논의는 세법 개정 시즌마다 반복되지만 번번이 미뤄졌다. 내부자거래 규제도 이용자보호법에 조항이 있지만 집행 체계와 구체적 기준이 불명확해 실효성이 부족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전세계를 통틀어 상위권이다. 2024년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일평균 거래대금은 코스피·코스닥 합산에 버금가는 수준을 기록한 날도 있었을 정도다. 문제는 규모에 걸맞은 제도적 인프라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국내 가상자산 계좌 수는 일본 이용자 수 1400만 명에 결코 뒤지지 안을 정도지만 제도면에선 여전히 '잠재적 위험자산' 관리차원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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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공백으로 촉발되는 역선택

제도가 없다고 시장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시장이 더 무질서하게 커지는 경향이 있다. 피해도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루나·테라 사태로 확인된 바다.

더 심각한 건 제도 공백으로 인한 역선택이다. 명확한 규제 틀이 없으면 기관투자자들은 참여를 꺼린다.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가 가상자산에 투자하려 해도 법적 근거와 감독 체계가 없으면 내부 컴플라이언스를 통과할 수 없다. 그 결과 시장은 개인투자자, 그 가운데서도 정보가 취약한 소액투자자로 채워져 위험을 키운다.

일본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기관투자자 진입을 공식화하고, 걸맞은 규제 틀을 갖춰 시장 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가상자산을 투자운용업과 투자자문업 대상에 포함시켜 운용사와 자문사가 공식적으로 가상자산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이용자 보호를 외면한 것도 아니다.

일본 금융당국은 계층구조를 세밀하게 짜 투자자 보호를 노린다. 소액투자자에게 투자 상한을 두고(50만 엔 초과 시 수입 또는 순자산의 5% 이내), 프로 투자자에게는 규제 문턱을 낮췄다. 또 발행자가 있는 가상자산(IEO 토큰 등)과 비트코인처럼 발행자를 알 수 없는 암호자산을 분리해 정보공표 규제를 달리 적용한다. 무등록 사업자는 10년 이하 구금형으로 강하게 응징하고, 스텔스 마케팅(뒷돈 받은 추천)은 별도로 규율한다. 한국의 이용자보호법이 '급한 불을 끈다'는 긴급 처방식이라면 일본의 개정안은 10년을 내다보는 구조적 설계에 가깝다.

한국도 더 늦기 전에 속도내야

일본 법안은 2027년 중반께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도 속도를 낸다면 아직 기회의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 3가지를 꼽는다. 우선 가상자산업권법 입법을 가속하는 것이다.

규제 공백이 부르는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서도 시급한 일이다. 다음은 과세 체계를 합리화하는 것. 손익통산을 허용하고 분리과세로 전환하는 것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 다음은 내부자거래를 실질적으로 막는 게 필요하다. 조항만 두고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의 조사권을 강화하고 역량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인식 전환이다. 가상자산을 '투기 수단'으로 보고 손을 놓기 보다는 '새로운 자산'이라는 시각으로 제도화하는 게 현실적이다. 후자를 택한 일본의 선택이 옳은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선택조차 못해 우왕좌왕하는 건 더 문제다.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은 물처럼 흐르기 마련이다. 제도를 명확히 세우면 돈은 예측 가능한 곳으로 몰리고 사업자와 일자리가 움직인다. 가까운 미래에 서울이 도쿄보다 더 매력적인 가상자산 허브로 만들려면 정부가 정책 결정을 계속 미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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