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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글 크롬은 ‘초록창’ 삼키는데, 네이버는?

정채윤 기자

cy@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04 00:00

AI 확산으로 포털 접속 사라져
‘한국인 검색관문ʼ도 없어질 판

▲ 정채윤 기자

▲ 정채윤 기자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네이버 ‘초록창’은 단순한 검색창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인의 궁금증이 시작되고 해소되는 관문이자, 정보의 바다로 향하는 통로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검색 지형의 지각변동을 보고 있노라면, 이 견고했던 성벽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구글이 브라우저 크롬에 자사 생성형 AI(인공지능) 제미나이를 전면 통합하며 검색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동안, 네이버 시계는 여전히 기존 문법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최근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사용자를 대상으로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AI 탭’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 검색 의도를 입체적으로 이해해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구글이 이미 브라우저 주소창 자체를 AI로 탈바꿈시키며 ‘포털 접속’이라는 단계를 지워버린 것과 비교하면, 네이버의 대응은 다소 뒤처진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지금 구글이 진행 중인 혁신의 핵심은 ‘검색 단계의 최소화’로 보인다.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크롬을 ‘AI 개인 비서’로 만들어 사용자가 굳이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사용자는 주소창에 질문을 던지거나 웹서핑 도중 즉시 제미나이 도움을 받는다. 검색 시작점이 사이트에서 브라우저 도구로 옮겨간 것이다.

반면 네이버 AI 탭은 여전히 사용자가 네이버 플랫폼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공급자 중심 대응으로 보인다. 브라우저와 운영체제 수준에서 모든 검색 여정이 시작되는 ‘AI 퍼스트’ 시대에, 검색창 내 메뉴 하나를 추가하는 수준의 변화는 변화한 사용자 경험(UX)을 따라잡기에는 한 박자 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를 지탱해온 핵심 동력은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였다. 블로그, 카페, 커머스로 이어지는 촘촘한 생태계는 한국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견고한 결속력이었다. 하지만 AI가 이 결속의 고리를 위협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페이지를 유영하며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이 지표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단 한 번의 질문으로 정답을 얻고 떠나는 효율의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블로그를 뒤지며 광고성 글을 걸러내는 수고를 감내하려 하지 않는다. 질문 하나에 정제된 답변을 내놓는 AI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게, 뒤늦게 등장한 탭 방식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갈지는 미지수다.

네이버는 그간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공룡들 공세 속에서 한국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토종 포털’로서 정보 주권을 지켜왔다.

과거 야후와 라이코스가 사라질 때, 네이버는 지식iN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국내 시장을 제패했다. 당시 네이버는 사용자 니즈를 정확히 꿰뚫었고, 그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하지만 AI 시대 정보 주권은 단순히 언어 경쟁력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사용자가 가장 편리하게 정보를 얻는 인터페이스를 선점하는 쪽이 주도권을 가져간다.

이제 네이버는 다시 한 번 과거의 도전적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단순히 앱 안에 메뉴 하나를 추가하는 수준의 업데이트로는 거대한 AI 파고를 넘기 어렵다.

브라우저 웨일과의 더 강력한 결합 혹은 모바일 환경에서의 파괴적 AI 통합 등 인터페이스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한 데이터 물량을 넘어 사용자 일상에 스며드는 매끄러운 연결성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국내 1위 포털’이라는 타이틀은 안주를 위한 훈장이 아니라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위태로운 지표다.

네이버가 초록창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뭇거린다면 머지않아 글로벌 AI 기업들에게 검색 주도권을 내어주게 될 것이다. 네이버가 ‘AI 지각생’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시금 한국인 검색 관문을 지켜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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