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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다드'의 역설… 준비 없는 거래시간 연장에 증권가 ‘망연자실’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05 16:59

한국거래소, "책임은 증권사에, 희생은 노동자에” 전가

한국거래소(KRX)가 오는 6월 29일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강행하겠다고 선포하자, 증권업계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KRX)가 오는 6월 29일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강행하겠다고 선포하자, 증권업계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오는 6월 29일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강행하겠다고 선포하자, 증권업계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5일 증권가에 따르면 거래소는 시장 경쟁력을 명분으로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증권 현장에선 "인프라 책임은 떠넘기고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독선적 행정이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거래소의 '마이웨이'… 명분은 '글로벌', 현실은 '독선’

한국거래소의 입장은 단호하다. 내년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출범에 대응하고 글로벌 표준에 맞추기 위해선 거래시간 확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며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증권업계에선 이를 "대안 없는 일방적 통보다" 라며, 공적 기관인 거래소가 실적 쌓기에 급급해 현장의 비명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책임은 증권사로… "고속도로 뚫는데 톨게이트는 각자 만들어라?“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시장 감시 관련 책임 전가' 문제다. 거래소는 자전거래방지(SMP) 시스템 등 핵심 감시 장치를 오는 6월까지 직접 개발하기 어렵다며, 이를 각 증권사들이 각자 자체적으로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의 행태는 고속도로를 새로 뚫으면서 톨게이트 시스템은 이용하는 운송회사들이 알아서 만들어 오라는 식이다. 독점적 지위는 거래소가 누리고, 사고 수습의 짐은 회원사에 떠넘기는 모양새다”고 성토했다.

증권사 한 IT담당은 "이미 RIA(국내시장 복귀계좌) 등 대형 프로젝트로 과부하 상태에 있다. 여기에 주문 전문 형식까지 변경되면, 연장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증권사 조차 정규장 오류 리스크를 안게 된다. 사실상 강제 동원령을 내린 것이다.“ 고 강조했다.

노조의 반발 "사람 잡는 '기만적 자율'… 투쟁 불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번 사안을 심각한 노동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노조 측은 "구체적 보상 체계나 인력 충원 대책 없이 시행 날짜 부터 박아둔 것은 '금융 독선'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하면서 강력한 투쟁의지를 드러냈다.

거래소가 내세운 '자율 참여'에 대해서 일부 증권사만 참여하는 경우 시간외 단일가 형성이 왜곡된다. 사실상 시장 신뢰성 마저 무너지게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자율참여도 시장 전체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증권사들이 억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악용해 던진 기만적 발언이란 성토까지 나왔다.



투자자 보호의 구멍: "고령층은 투명 인간인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거래소는 노무 부담을 줄이고자 연장 시간대에는 '지점 전화 주문'을 금지하고 MTS·HTS 주문만 허용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서툰 고령층 투자자들을 사실상 시장에서 배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따랐다.

수익 기회를 확대한다는 명분이 오히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는 역차별로 작용해 금융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다.

<거래시간 연장 추진의 5대 핵심 쟁점>

구분주요쟁점예상되는 현장의 혼란
시장 감시SMP 시스템 자체 개발 요구증권사의 사후 대응 및 법적 책임 부담 가중
참여 자율성일부 증권사 참여 시 가격 왜곡시간외 단일가 신뢰도 하락, '반쪽짜리' 시장 전락
전산 영역주문 전문 형식 변경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전 증권사 전산 오류 리스크 발생
투자자 보호지점 전화 주문 불가고령층 등 IT 취약계층의 거래 기회 박탈 및 민원 폭주
IT 인프라SOR 시스템 재구축IT 인력의 24시간 근무 및 개발 비용 급증


'글로벌 스탠다드'인가, '글로벌 망신'인가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한국거래소에 필요한 것은 6월 29일이라는 날짜가 적힌 통보문이 아니다. 현장의 IT 인프라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노동자의 적절한 보상과 소외된 투자자를 위한 대안부터 먼저 내놓는 것이 공적 기관으로서의 도리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연장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라 '글로벌 망신'이 될 뿐이다“며 ”거래소는 지금이라도 독선을 멈추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프라 구축의 책임을 통감하고 상생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모든 사고와 비판의 화살은 결국 거래소를 향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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