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서류 업무 자동화, 제안서 초안 작성, 계약서 법률적 검토 등에 AI 활용이 시작됐다.
다만 비정형적인 IB 업무는 본래 증권사 사업 분야 중에서도 AI 기술 도입과 적용이 제한적인 영역으로 평가된다. 특히 계약상 민감 데이터가 많아 보안성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
법·제도적 완비와 더불어 책임성 강화, 기술력 제고 등이 뒷받침돼야 기업금융에서 AI 활용 범위를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계약서의 법률적 검토, 외국어 계약서 번역, 금융·법률 질의에 대한 답변 제공 등에서도 AI가 일부 활용되고 있다.
문서 내 금융정보 추출 업무 자동화, 기존 수기 업무를 대체하는 DB(데이터베이스)화 작업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A 관계자는 “위험 분석 에이전트(Agent)를 통해 IB 딜 수행 시 약정서의 법무·리스크 심사를 생성형 AI 기반으로 분석·검토하는 프로세스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IB 부문 전반에 AI를 즉시 실무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 제약 요인이 크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는 중소형 증권사뿐만이 아니다. 대형사 중에서도 아직 IB 업무에 AI 활용을 시작하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증권업계 B 관계자는 “IB 업무 특성상 비공개 정보와 고객사 민감 데이터, 딜 진행 관련 내부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어 AI 솔루션 활용 시 정보 유출 리스크와 내부통제 이슈가 큰 우려로 지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증권사 내부망은 외부 인터넷과 엄격히 분리·관리되는 구조로, 시스템 활용 측면에서도 제약이 크다”며 “여기에 AI 결과물의 정확성과 책임 소재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C 증권사 관계자는 “단순 반복 업무나 제반 서류 업무 일부는 가능하겠지만, 움직이는 자금 규모가 크고 단어 하나, 숫자 하나에 따라 계약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 적극적인 활용이 어려운 점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보안성 리스크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증권업계 D 관계자는 “특히 보안이 중요한 IB 딜 특성상 정보 유출 우려로 인해 AI 사용은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증권사 E 관계자는 “AI를 내부 정보만으로 학습시키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하고, 학습 과정에서 방화벽(Firewall) 경계가 흐려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AI를 일부 활용 중인 F 증권사 관계자는 “오기재가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초안 작성 이후 사람이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며 “오기재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개선 사항을 적용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IB 업무에 AI를 도입하지 않은 G 증권사 관계자는 “각종 자료 작성 및 약정서 등 문서 검토에 투입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금융 구조 제안 등 보다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기대된다”며 “다만 오류 가능성은 한계로 보인다”고 밝혔다.
역시 미도입 상태인 증권업계 H 관계자도 “활용되는 재무·비재무 데이터의 정확성과 품질, 신뢰도 및 최신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 활용이 일반화될 경우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실제 딜을 수행하는 담당자의 판단과 의견이 제약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AI 활용을 염두에 두고 검토 중인 IB 하우스도 적지 않았다. 증권업계 I 관계자는 “시간 단축은 물론 AI 기반 리스크 분석을 통해 부실 가능성이나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딜 소싱부터 계약까지 전 과정에서 AI가 제시하는 최적 구조와 전략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활용을 위한 제도적 완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J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자체 AI 정량 평가 모델을 구축해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있다”며 “각 팀 별로 각자의 모델을 생성해 보다 우수한 결과를 도출한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 IB 부문의 밸류체인은 기본적으로 ‘딜 소싱(발굴) → 기업 분석·가치 평가 → 딜 구조화 → 인수주선·발행’ 구조를 갖는다. AI 도입 가능성은 업무의 정형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김진영·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원 28주년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특허 분석을 통하여 살펴본 금융투자 분야의 AI 활용과 시사점’(2025년 9월)에서 “데이터 부족 및 비일관성, 규칙 정의의 불명확성, 맥락·상황 의존성, 도입 효과의 불확실성은 정형도가 낮은 업무에서 AI 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IB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노 연구위원은 “IB 파트 중 인수주선/발행은 거래구조 및 발행 전략이 발행사 특성과 시장 상황에 달린 규제, 시장 타이밍, 기관 협의 등 정형화하기 어려운 요소"라며 "또 투자은행 딜소싱도 네트워크 기반 기회 포착, 수시 접근 방식, 외부관계와 신뢰 기반 네트워크 대체 어려움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 연구위원은 "데이터 접근성 측면에서 투자은행 파트는 딜소싱 자료, M&A(인수합병)/IPO(기업공개) 문서, 계약서 등 주요 데이터와 접근성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에서 업무 중요도가 높고 리스크가 큰 고위험 업무일수록 AI 도입 리스크도 크다고 평가됐다.
김·노 연구위원은 “기업 인수, 구조조정 IPO 등은 한 건의 판단 실수나 계약 오류가 막대한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M&A, PF(프로젝트파이낸싱)는 법률·세무·계약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AI가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책임 소재의 명확성 역시 필수 조건으로 지목됐다. 김·노 연구위원은 "사업 평가와 투자 결정에서 책임자는 명확한 판단 근거와 설명을 요구받기 때문에, AI 결정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어렵다"며 "기업,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복수의 이해관계자와의 협상, 조율이 많아 정책적, 정서적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은 AI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두 연구위원은 “AI 활용의 효과적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 성숙도, 비용 효율성, 시스템 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단계적 도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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