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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철 주택도시보증공사 감사자문위원] 집값은 정치보다 시장을 두려워한다

편집국

기사입력 : 2025-09-25 10:29

규제와 공급, 오락가락 정책의 내성
단기 안정 효과에도 남은 구조적 불안
신뢰와 일관성만이 시장을 움직인다

[문형철 주택도시보증공사 감사자문위원] 집값은 정치보다 시장을 두려워한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정책은 늘 경제·사회적 맥락과 함께 움직여 왔다. 1970년대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서울 강남 개발과 신도시 건설이 추진됐고, 이후 정부는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 서민 주거 복지라는 목표 사이에서 강약을 조절해 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부동산실명제를 도입해 투기 수요를 억제했고,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대폭 풀었다. 노무현 정부는 강남 집값 폭등에 맞서 보유세를 강화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으며,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내세워 공급을 늘렸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은 시대별로 내용은 달랐으나,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대원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시장은 구호보다 “예측 가능성”에 더 민감하다. 같은 조치라도 집행의 일관성과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효과가 지속된다.

이재명 정부 역시 집권 이후 두 차례 굵직한 대책을 내놓았다. 하나는 지난 6월 27일의 규제 강화 대책, 다른 하나는 9월 7일 발표된 공급 확대 대책이다. 전자가 단기적 시장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면, 후자는 중장기적 공급 기반 확보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 성격을 갖는다. 특히 공공의 역할을 확대해 변동성을 줄이려는 시도지만, 민간의 실행력과의 조화가 관건이다.

올해 6월 27일 발표된 대책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투기 과열이 심화되자 내놓은 강력한 규제 패키지였다.

주요 내용은 △가계대출 총량을 계획 대비 50% 감축하고 정책대출도 25% 줄이는 등 대출 총량 관리 강화 △다주택자 신규 대출 전면 금지, 1주택자도 6개월 내 기존 주택 처분 조건 부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가구당 최대 6억 원으로 축소하고 30년 만기 제한, 6개월 내 전입 의무 부과 △LTV·DTI 등 규제 강화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LTV 비율 80%→70% 하향, 전세대출 보증비율 90%→80% 축소, 신용대출 한도는 연소득 이내로 제한 등이었다.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갭투자 등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대출 문턱을 높여 가계부채 누증을 막겠다는 신호도 분명히 했다.

실제로 발표 직후 시장은 거래가 위축되며 단기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실수요자들도 대출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청약과 자금 조달에서 큰 부담을 겪었다. 전세 수요가 늘어나며 임대차 시장 불안이 확대됐다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자칫하면 현금 동원력의 격차가 주거 접근성 격차로 고착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6·27 대책이 단기적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9월 7일 발표된 공급 확대 대책은 중장기적 수급 불균형 해소를 겨냥했다. 핵심은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신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매년 약 27만 가구를 착공하며, 이를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개발해 공공이 개발 이익을 환수하기로 했다.

또한 서리풀지구·과천 등 주요 사업지의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무주택자 및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주담대 비율(LTV) 상한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췄다. 공급 확대와 규제 강화를 병행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면서도 실수요자의 불안을 완화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공공 주도만으로는 속도·효율의 한계가 있어, 민간 정비사업과의 역할 분담과 사업성 보완이 함께 가야 실효성이 커진다.

단기적으로는 규제 강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거래량은 급감했고,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규제 일변도라는 비판은 여전히 존재한다. 실수요자마저 대출 문턱에 막히면서 내 집 마련의 길이 더 멀어졌고, 투자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몰리며 전세 가격 불안을 키웠다는 역효과도 지적된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 내성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수차례 규제를 겪으며 “언젠가는 다시 오른다”는 학습 효과가 뿌리 깊다. 공급이 충분히 뒤따르지 않는다면 규제의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9·7 대책은 의미가 크다. 공급 기반을 확충하지 않고서는 시장 안정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하고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숫자 목표만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착공·분양·입주를 잇는 실행력과 예산·일정 관리, 지역 수용성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

향후 전망은 복합적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고강도 규제와 공급 확대 신호가 맞물리며 가격 상승세를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변수들이 많다. 금리 수준, 인구구조 변화, 수도권 집중 심화, 가계부채 부담 등은 모두 집값 흐름을 좌우할 요인이다.

특히 청년층의 주거 수요가 여전히 높고, 서울·수도권의 일자리 집중이 완화되지 않는 한 공급 확대만으로는 집값 안정을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정책의 핵심은 균형과 일관성이다. 규제와 공급,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정교하게 보완할 때 시장의 기대와 신뢰가 비로소 움직인다.

부동산 정책은 언제나 투기 억제와 서민 주거 안정 사이의 균형을 요구한다. 지나친 규제는 실수요자를 옥죌 수 있고, 공급 확대만으로는 투기적 기대 심리를 잠재우기 어렵다.

이번 6·27과 9·7 대책은 규제와 공급이라는 양날의 검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결국 해법은 명확하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 없이는 규제도, 공급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정부가 그 균형점을 지켜낼 때, 비로소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이다. 시장은 정치적 구호보다 예측 가능한 이행 계획에 반응한다. 신뢰가 쌓일수록 정책의 비용은 낮아지고, 시장의 자율 조정 능력은 커진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형철 주택도시보증공사 감사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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