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쿠폰 장기국고채가 '슈퍼리치(super rich)' 중심으로 스테디셀러로 꼽히기는 하지만, A 등급의 회사채,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등 절대금리가 높은 크레딧도 리테일 수요를 확보해 가고 있다.
금리인하 기조에서 보험사 후순위채, 은행/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등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역시 금리 매력을 앞세워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다.
'채권개미'들의 리테일 채권 투자는 점점 다층적으로 바뀌고 수요도 분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채권을 편입해서 절세와 자본차익 효과 등을 공략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 규모는 2022년 20조6113억원, 2023년 37조5620억원, 그리고 지난 2024년에 41조644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리인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 선(先)반영 투자 수요까지 감안하면, 개인 채권 투자 규모는 지난해를 정점(peak)으로 올해의 경우 그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올해의 경우 월간 별로 1월에 3조1047억원, 2월에 3조3547억원, 3월에 3조9137억원으로, 개인 순매수가 3조원대를 유지했다.
다만, 올해 4월(2조583억원)과 5월(2조5235억원)에는 각각 2조원대로 개인들의 매수세가 다소 꺾였다. 트럼프닫기

증권가에서는 최근 리테일 채권 시장 주요 트렌드로 금리를 주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高)금리를 제시하는 크레딧 수요가 진작됐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채권부문 담당자는 "올해 채권시장 금리가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 및 신종자본증권의 인기가 높아졌다"며 "특히 크레딧 채권 중 A등급 채권이나 여전채 등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테일에서 국고채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뚜렷하다. 증권사의 다른 관계자는 "금리인하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변동성에 대비한 우량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향후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 담당자도 "저쿠폰 장기 국고채나, 국민주택채권 등 원화채권 판매량이 늘었다"며 "채권시장의 몇 차례 이슈, 국내/외 정책 변수 등으로 인해 국채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한 관계자도 "개인이 미국채권을 단기채부터 장기채까지 폭 넓게 직접 투자하는 게 대중화 되었다"고 평했다.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최근 리테일 채권 트렌드는 크게 두 갈래로 분산되어 있다"며 "하나는 국고19-6, 국고20-2 등 장기 저쿠폰 국고채에 대한 수요, 두 번째는 보험사 후순위채 및 은행/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메리츠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한화생명 신종자본증권, 흥국생명 후순위채권 등)에 대한 수요이다"고 예시했다.
리테일 채권 판매처인 한 증권사 관계자도 "금리 하락기에 자본차익을 노리는 원화 국채, 미국 국채 장기물 매매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투자 수익은 이자수익과 매매차익으로 나뉘는데, 이 중 이자수익은 이자소득세가 붙지만,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자산가들이 대부분 해당되는 높은 세율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빠진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지난해 말 최종 폐지되면서 저쿠폰채는 대표 절세 선택지로서 위상이 유효하다.
증권사 자산관리(WM) 부문 담당자는 "자산가들은 저쿠폰뿐만 아니라, 채권의 만기나 이자지급 시기에 따른 채권을 분산 투자해서 과표 산정에도 민감하게 접근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산가들은 여유 자금에 대한 한도가 높아서 금리가 더 낮아지기 전에 만기가 다소 길더라도 금리가 높은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저쿠폰 장기 미국채에 대한 투자 주목도도 여전히 높다. 미국 국채의 절대금리 레벨이 높아 향후 자본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은 변수다.
투자적격등급 최하위권인 BBB급보다 다소 높은 A급 크레딧도 개인 투자자들의 쇼핑 리스트에 올라 있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채권 금리는 높아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의 회사채 순매수액(5740억원)은 2025년 4월 기준 국채 순매수액(4741억원)를 앞서기도 했다. 국고채 금리가 휘청하면서 국채가격이 상승하자 고금리 채권 수요가 높아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 달 만인 올해 5월에 개인 순매수에서 국채(1조791억원)가 회사채(4450억원)를 다시 앞섰다.
업종 및 개별 기업의 이슈에 따라 기관이 받지 않은 회사채가 증권사 리테일 창구에서 셀다운(재매각)되는데, 고금리를 찾는 '채권개미'들이 일부 흡수했다는 평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홈플러스, 롯데손해보험 등 여파에 비우량 채권 투심이 위축되는 모양새로,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신용등급과 상환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투자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