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이다. 톡 쏘는 매운맛으로 세계를 주름잡은 불닭볶음면 신화, 김정수 부회장과 그를 주축으로 한 삼양식품 이사회에 관심이 쏠린다.
8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회사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로는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과 김동찬 부사장, 한세혁 구매·SCM본부장(상무), 장석훈닫기

사외이사에는 정무식 법무법인 세온 대표변호사와 김인수 한미회계법인 파트너 상무이사, 남판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세무사, 강소엽 HSG휴먼솔루션그룹 동기과학연구소장이 있다.
김정수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전인장 전 회장의 부인이다. 앞서 김 부회장은 지난 1998년 ‘우지 파동’과 함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경영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2001년 삼양식품 영업본부장을 거쳐 2002년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0년 삼양식품 총괄 사장에 오른 김 부회장은 드디어 메가 히트작인 불닭볶음면을 내놓기에 이른다.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21년, 그는 현재의 부회장직에 취임했다.
김동찬 부사장은 김정수 부회장과 삼양식품을 각자대표 체제로 이끌고 있다.
그는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 공장장 출신 인사로, 삼양식품과는 지난 2016년 인연을 맺었다. 2017년 삼양식품 익산 공장장에 이어 2020년 면스낵 부문장을, 2021년 생산본부장을 차례로 맡았다.
불닭볶음면 수출 전초기지인 삼양식품 밀양공장에서 제2공장 건설을 총괄했다. 앞서 삼양식품 밀양공장은 지난 2022년 5월 제1공장 완공 후 3년 뒤인 올해 상반기 제2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만 연간 최대 5억6000만 봉의 라면이 생산된다.
한세혁 구매·SCM본부장은 1977년생으로, 이사회 내 비교적 젊은 임원에 속한다. 그는 지난 2003년 삼양식품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평사원에서 상무까지 승승장구했다.
삼양식품 수입상품기획 담당과 무역관리 담당 등을 거쳐 2013년 해외영업을 전담했다. 김 부회장의 오른팔로서, 불닭볶음면의 해외 확장에 힘을 보탰다.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23년 삼양식품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 이듬해 이사회에 입성했다.
1978년생 장석훈 경영지원본부장도 한 본부장과 함께 40대 젊은 인사다. 서울대 경제학부를 나온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 1세대 이커머스인 위메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다 2023년 들어 삼양식품으로 적을 옮겼다.
삼양식품에서 자금 조달, 회계, IR(투자 유치) 등 곳간 전반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삼양식품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대표이사로도 취임했다. 재무 전문가로서 그룹 전반의 자금 운용과 재무안전성을 관리한다.
사외이사로는 앞서 언급했듯 법률과 세무, 재무, 인사 등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이사회에 힘을 실었다.
일례로 삼양식품은 이사회 견제 및 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마련했다.
현재 김인수 사외이사가 선임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삼양식품 이사회 의장은 김정수 부회장이 맡는 구조다. 이사회 내엔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경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삼양식품 측은 “사업의 확장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신속히 대응하고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하는 일원적인 이사회 구조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1961년 세워진 식용유 제조회사로, 창업주 전중윤 명예회장은 전 국민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1963년)’을 개발했다.
그러나 1988년 공업용 소기름으로 면을 튀긴다는 ‘우지 파동’에 휘말리면서 회사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사건은 1995년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기업 신뢰도 추락은 피할 수 없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사람이 며느리 김정수 부회장이다.
앞서 김 부회장은 지난 2011년 초 서울의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면서 매운 음식을 먹는 것에 주목했다. 이후 청양고추와 하바네로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 매운 고추들을 배합, 이듬해 불닭볶음면을 만들었다. 불닭볶음면은 출시와 함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10년 만에 누적 판매량 40억 개를 넘겼다.
특히 미국에서는 까르보 불닭볶음면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을 제2 전성기로 올려놓았다.
삼양식품은 최근 3년간 매출(연결 기준)이 2022년 9090억 원에서 2023년 1조1929억 원, 2024년 1조7280억 원으로 뛰며,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 기간 수출액도 6057억 원에서 8093억 원, 1조3359억 원으로 급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77.3%로, 80%대에 근접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계속해서 밀양에 수출용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이유다.
올 들어서도 삼양식품은 1분기 매출이 5290억 원을 기록, 전년(3857억 원) 대비 37.2%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67.3% 증가한 1340억 원을 썼다. 내수 침체로 식품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삼양식품은 수출을 통해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게 된 것이다.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수출액은 전년 2890억 원에서 46.7% 오른 4240억 원이다. 1분기 기준, 수출 비중이 80%대를 돌파했다.
이 같은 호실적에 삼양식품은 주당 주가가 100만 원이 넘는 식품 황제주에 등극했다. 국내 식품업계로는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시가총액 8조 원을 넘기면서 국내 식품기업 1위에 올랐다. 사세 확장에 삼양식품은 지난 1997년 준공된 하월곡동 사옥을 이전하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내 서울 중구에 새집을 마련할 전망이다. 신사옥은 오는 8월 완공 예정이며, 연면적 2만867㎡에 지하 6층~지상 15층 규모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불닭볶음면은 철저하게 해외를 겨냥한 제품으로, 개발 당시 너무 맵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반대했다”며 “매운맛이 성공할 수 있다는 뚝심으로 사업을 했고, 어떤 레시피로든 확장하기 쉽도록 제품을 개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더는 두려움 아래 선택하고, 그 선택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라며 “두려움에 멈추지 말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라고 강조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