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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섭 ‘2조 수혈’ 결단이 SK온 숨통 틔웠다 [나는 CFO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3-12-04 00:00

과감한 유상증자로 목표 넘긴 5조 유치해
SK이노 ‘석유→그린 비즈니스’ 전환 총력

김양섭 ‘2조 수혈’ 결단이 SK온 숨통 틔웠다 [나는 CFO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김양섭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은 재무부문장(CFO)으로서 지난 3년간 숨가쁘게 달려왔다.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은 실적 악화에 시름이 깊고, 미래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배터리는 자금 조달 문제를 겪었다. 올해 들어 대규모 자금 유치로 한 시름 던 김 부사장은 앞으로 SK이노베이션 사업 전환에 집중하고자 한다.

김 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고려대 법학, 미국 미시건주립대 재무학 석사를 받은 재무 전문가다. 2017년 임원으로 승진해 구매실장, 재무2실장 등을 거치며 주로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를 관리·지원했다.

김 부사장은 2021년도 인사에서 CFO로 임명됐다. 당시 CFO 이명영 부사장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중도하차하며 구원투수격으로 전격 투입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0년 글로벌 팩데믹 여파 등으로 2조6000억원 영업적자를 봤다. 가뜩이나 현금창출력이 약화된 상황에 2019년부터 추진하던 페루 광구 매각 작업도 지지부진했다.

여기에 배터리 사업이 LG와 미국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2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물어주는 것으로 결정됐다.

위기 상황에서 CFO로 낙점된 김 부사장에게 주어진 임무는 막중했다. 석유에서 친환경 그린 비즈니스로 전환하고자 하는 회사 비전 실행과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채 독립한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급선무였다.

특히 업계 후발 주자로 매년 수조원을 투자해 단숨에 글로벌 톱 배터리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SK온에 대한 자금 조달 우려가 컸다.

SK온은 2021년말부터 일정 지분을 미리 투자자에 내주고 투자금을 받는 프리IPO를 통해 4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2022년초부터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며 채권 시장이 급격하게 경색됐다.

얼어붙은 투심을 녹인 것은 SK이노베이션의 결단이다. SK온 프리IPO 계획이 지지부진하자 2022년 12월 SK이노베이션이 SK온에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을 수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결정에 대해 김 부사장은 "SK온이 자금 조달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실적 개선을 이뤄내고,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모회사가 직접투자를 통해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자 이번엔 투자자들이 움직였다. 이후 진행된 프리IPO에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로부터 1조2000억원, MBK컨소시엄 1조500억원과 SNB캐피탈 2000억원, 싱가포르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5300억원 등을 유치했다. SK이노베이션 투자와 합친 금액은 5조원에 달한다. 당초 목표였던 4조원을 훌쩍 넘겼다.

나아가 SK온은 배터리를 공급하는 현대차·기아로부터 총 2조원을 빌리고, SK온과 포드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는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역대 최대 수준인 11조8000억원을 정책자금으로 대출받았다.

여기에 SK온을 괴롭힌 수율 문제도 개선 추세고, 올해부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인센티브가 들어오면서 적자 규모도 줄여나가고 있다. 이제는 회사에 대한 자금 조달 우려도 상당 부분 사그라들었다.

김 부사장은 SK온이 급한 불을 끄고 자립할 가능성을 보이자, SK이노베이션의 자체적 사업 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1조1400억원을 마련했다. 지주사인 (주)SK도 참여한 기존 주주, 직원을 대상으로 한 청약과 일반인이 대상이 된 일반공모 청약을 각각 진행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약 1400억원을 조달한 일반공모 흥행에 의미를 뒀다. 일반 청약에선 경쟁률 68대1에 증거금 9조6000억원이 몰리며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화학, 전기차 배터리, 윤활유 등 안정적이면서도 성장성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이라는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가운데 70%를 신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배터리·그린사업을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부천 SK그린테크노캠퍼스, 4185억원)에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된다.

이밖에도 수소, 탄소포집저장, 생활 폐기물을 활용한 합성원유 등 에너지전환 관련 사업 확대를 위해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도 각각 진행한다. 나머지 30%는 채무 상환에 쓰인다.

주력사업인 석유 시황이 최근 개선되며 현금 창출력이 확대됐다는 점도 신사업 투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조5631억원(영업이익률 7.9%)으로 지난 2분기 적자에서 탈출했다.

이 가운데 석유 사업에서 올린 영업이익은 1조1125억원이다. 성수기인 겨울에 대비한 수요 증가와 중국 시장 일부 개선에 따라 지난 2분기 4100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크게 반등했다는 설명이다.

이익 개선과 자본 증가(배터리공장)에 따라 작년말 190%까지 치솟았던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올 3분기말 175%까지 낮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에너지 대전환은 확정된 미래지만 (전환 속도와 관련해) 최근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높고 조기 정착할 수 있는 신사업에 전략적 비중을 더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에 대한 적기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썼지만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기존 주주들 시선은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6월말 일주일간 주가가 15% 가량 빠졌다. 신사업 혜택을 지금 주주들이 받을 지에 대한 우려도 샀다.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도 기업공개(IPO)로 다시 모회사 주주가치가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IPO 시기를 '2025년 이후'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별도 주주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 주주환원 정책을 약속했다.

SK온 IPO 시점에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SK온 주식을 교환해주는 것과 주당 2000원 이상 현금배당이 그것이다. 김 부사장은 "주식 교환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SK이노베이션 시총 대비 10% 수준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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