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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관’ 눈치보는 은행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3-01-02 00:00 최종수정 : 2023-01-02 11:01

▲사진: 한아란 기자

▲사진: 한아란 기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새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금융권에서는 ‘관치 금융’이 잠잠해질지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았다. 금융사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금융산업이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활용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간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특정 금융정책에 동원돼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춰왔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과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금융 등에 은행권은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은행권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와 ESG 경영 기조 등에 따라 취약계층 지원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찬성하면서도 각종 금융지원 정책에 은행권이 수단처럼 활용되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은행연합회가 작년 1월 여야 대선 주자 캠프 측에 “은행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없애 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질적인 관치금융 문제가 끊어졌는지는 의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이자장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도입했다.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식하고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금금리 경쟁이 펼쳐졌다.

여기에 채권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하면서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을 줄이는 대신 예금 유치를 통한 자금 조달을 위해 금리를 더 높였다. 이에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급기야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은행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며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의 대표적인 자금 조달 수단은 은행채 발행과 예금 수신이다. 예금금리 인상과 채권 발행은 자제하되 기업 대출은 늘리라는 주문에 은행권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최근 금융권의 인사 키워드에도 관치가 자리 잡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은 연일 금융사 최고경영자 선임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달 8일 차기 회장 후보에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현 회장 대신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을 선정했다. 조 회장은 “세대교체를 할 때”라고 물러나는 이유를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갑작스러운 조 회장의 사퇴를 두고 외압설, 정부와의 교감설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과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올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장고에 들어간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 회장을 잇달아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에 대해 “책임이 명확하다”고 밝힌 데 이어 이 원장도 “중징계가 금융당국의 최종 입장”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은 앞서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인사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관치도 문제지만, 주인이 없는 금융사에 CEO들이 우호적인 세력만 주변에 놓고 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그렇게 인사하는 것이 맞느냐”며 “이른바 '내치'가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고, 합리적 접점이 필요할 거 같다는 칼럼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원칙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민간 금융사의 인사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한국 경제는 대외 불확실성 파고와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가 놓여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은행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와 금융 선진화 및 발전을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 할 때다.

시장이 만능은 아니지만 시장의 자율 기능을 무시하고 왜곡된 가격통제가 이어진다면 ‘시장의 복수’를 불러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세밀히 판단하지 못한 임기응변식 대처나 시장경제 시스템을 무리한 압박은 부작용이 뒤따른다.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간섭’이 된다면 관치 논란은 끊어질 수 없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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