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단서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계산과 정답을 찾으려 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복잡함을 싫어하고 쉽게 계산하려 하거나 약간 피곤한 상태를 벗어나 안주하려는 등의 '귀차니즘'이 작동한다. 우스개로 빗대기는 하지만, 사람이 키우지 말아야 할 개 두 마리로 '선입견'과 '편견'을 들기도 한다. 착각과 망각, 피로와 피곤, 주관과 고집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가장 비합리적인 판단의 주체가 된다. 앞서의 예시도 매우 쉬운 문제이지만 직관의 유혹을 떨치긴 쉽지 않다.
투자는 돈과 시간과 노력의 투여(entry)와 회수(exit)에서 그 결과를 찾는 작업이다. 빠른 직관과 꼼꼼한(느린, 시간이 걸리는) 이성이 결합되는 것이다. 구구단에서 '사구?' 하고 물었을 때 우리는 아무 생각과 지체함이 없이 '삼십육!'이라고 답한다. 더하기도 아닌 곱하기 임에도. 머리속이 피곤하겠지만 '사 곱하기 구 빼기 칠'은 얼마인가? 갑자기 대단히 어려운 문제처럼 다가올 수 있다.
최근의 글로벌 증시의 모습은 보면, 결국은 하산할 산을 왜 그리 기를 쓰고 오르고 올랐던가 하는 후회 막급의 치열하게 똑똑했던 군상들을 대하게 된다. 글로벌 마켓의 반을 넘게 차지하는 미국 증시가 미풍에도 나풀거리는 백짓장처럼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서이다. 손익과 수치가 오가는 금융시장임에도 '가장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것 같은 로보어드바이저와 시스템 트레이딩도 '손절'이라는 추격매도 등에 아무 생각없이 (객관적이지만) 올라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나 컴퓨터나 별 차이 없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따져 들어가면 그 손절의 논리도 (포털에서 인공지능이 뉴스를 거른다고 하지만 이 또한 어떤 지시를 따르는 것처럼) 펀드매니저의 논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인간적인 '멈칫'함이 없다는 것이다.
투자에 있어 최대한 꼼꼼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생각)을 누구나가 시도한다. 하지만 실행에 있어서는 30초 바둑의 초읽기 말미에 이른 것처럼 빠르고 신속하게 우리는 자신의 촉으로 덜커덕 '지름신'을 먼저 맞이하곤 한다. 그것이 '사자'의 관점이든 '팔자'의 관점이든 탐욕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점에서의 피크아웃(peak out)과 블로우오프(blowoff)도 그러하고, 셀링클라이맥스(selling climax)도 마찬가지다.
사기 전에, 그리고 팔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군중심리이다. 무리에 휩쓸리는 허드비헤이비어(herd behavior) 입장에서는 시장에 역행하는 자는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거나 자기 주관이 강하여) 외롭다는 특징을 가진다. 많은 다른 사람들이 한 쪽으로 가는 것은 그 쪽에 내가 보지 못한 구경거리가 있거나, 반대쪽에 위험한 사태가 있거나 이다. 나만 감지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군중심리'의 한 편린이 불안심리로 작동하게 된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제2부의 네 가지 규칙 중에서 처음에 나오는 것이 '주의깊게 속단과 편견을 피할 것'이라는 글귀이다. 나의 직관과 통찰력(어떤 것의 숨겨진 핵심을 찾는 힘)은 그간의 축적된 경험에서 순식간의 판단을 시도한다. 차를 몰기 전 '안전벨트 매셨나요?' 와 같이 마지막 안전점검의 습관적인 단계가 있어야 한다. 투자에서도 현금보유는 습관이 되어야 한다. 일종의 재고자산이고, '현금'을 주가변동이 없는 주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의 확연한 조정장에서의 변동성에 나름 '느린 이성'으로 대하고 있는가 아니면 나를 믿고 '빠른 직관'으로 대하고 있는가? '같이투자자'가 아닌 '가치투자자'라면 느릴 수록 좋다에 한 표를 얹는다. 안 사면 현금은 남아 있고, 안 팔면 허망하기는 하지만 주식은 남아 있다. 안 팔더라도 현금보유가 있다면 '더 좋은 매수기회'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여유가 생긴다. '일단 팔고 다시 사면 되지'하는 편안한 사고는 쉽지 않다. 자신이 판 주식을 다시 되사는 것은 인간의 판단에서는 '경험의 자존심'과 '경험의 아픈 기억'이 허용치 않는다. 그래서 비속한 전문용어로 '몰빵'을 피하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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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환 이에스플랜잇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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