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코스콤 CHECK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주식시장에서 게임스탑을 두고 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들이 유례없는 수급 공방을 벌이면서 그 추이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게임스탑을 타겟으로 공매도를 시도해 주가를 끌어내리려고 할 때 개인들이 이 움직임을 포착해 강력한 지지세력을 구축하면서 수급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개인 군단은 일부 헤지펀드의 숏커버를 이끌어내면서 주가를 천정부지로 올려놓았다. 그런 뒤 최근엔 연일 주가 급등락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 6천여개 매장을 두고 비디오게임 등을 팔고 있는 게임스탑은 2019년 적자를 기록한 데다 작년 12월엔 오는 3월까지 1천개 이상 매장의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하지만 시대 변화와 맞지 않는 이 업종에 개미투자자들이 달라붙어 헤지펀드와 거대한 수급게임을 벌이고 있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감정이 개입된, 아직 스탑되지 않은 게임이다.
■ 일론 머스크의 후원(?)...개인들 세력 규합하면서 주가 쳐올려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게임스탑을 사수하기 미국의 유명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중 하나인 레딧에서 세력을 규합했다.
개인들의 매수세를 규합한 사람들은 유명인사들이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투자 채팅방 레딧에 '게임스통크'(Gamestonk!!)라는 글을 올리면서 개인들의 매수세에 불이 붙었다. stonk는 '맹폭격'을 뜻하는 단어다.
머스크의 후원을 입은 개인들은 더욱 진군했다. 주가가 폭등하자 일부 공매도 세력은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게임스탑 주식을 되사야 했다. 숏 스퀴즈가 난 것이다.
이런 '위험한' 게임에 대한 평가는 국내처럼 둘로 나뉘어졌다.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큰 사람들은 개인의 돈을 빼먹는 공매도 세력에 제대로 본 때를 보여줬다고 칭송했다.
게임스탑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 17.25달러에서 27일엔 347.51달러로 급등했다. 연초에 비해 주가가 2천% 가까이 폭등했던 것이다.
최근엔 주가가 급등락 중이다. 27일 주가는 135% 폭등했으나 28일엔 44% 폭락했다. 그런 뒤 29일엔 68% 뛰는 등 변동성이 상당히 커졌다.
■ '행동주의 투자자' 라이언 코언의 힘...큰손들 끌어들여
게임스탑 '사태'는 전체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했다. 공매도 세력이 게임스탑 숏커버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다른 주식을 팔면서 전체 주가지수가 흔들릴 정도였다.
이 사태는 작년 9월 행동주의 투자자 라이언 코언의 게임스탑 지분 9.98% 확보와 함께 배태됐다. 코언이 이사회에 합류한 뒤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게임스탑 주가는 작년 12월만 하더라도 10달러대에서 등락했다. 하지만 1월 13일 11% 이상 뛰면서 31달러선으로 올라온 뒤 주가는 급등의 단계를 넘어 폭등하기 시작했다.
개인과 헤지펀드의 파워 게임에서 힘의 우위가 코언과 개인 쪽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나타나자 큰손들이 동참해 헤지펀드들을 더욱 궁지로 몬 측면이 있었다.
월가의 많은 금융회사들이 공매도로 인해 마진콜에 노출됐으며, 27일엔 주가가 135% 폭등하자 뉴욕 주가지수가 급락했다. 27일 다우지수는 2.05% 급락해 30,303.17로 떨어졌다.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2.57%, 2.61% 속락했다.
28일 게임스탑이 40% 넘게 폭락하자 다우지수는 0.99% 뛰었으며, 그 다음날 게임스탑이 다시 폭등하자 다우는 2.03% 급락했다.
게임스탑 매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헤지펀드의 다른 보유 주식 매도, 특정 종목 이상 급등에 따른 ETF 투자자의 차익실현 등이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이 게임은 계속 진행 중이며, 전세계 주식시장과 금융시장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미국 정부까지 관심을 표명해야 할 정도였다. 백악관 대변인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게임스탑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월가에선 그간 '권력 게임'에서 개인이 일방적으로 밀리던 상황에 변화가 찾아왔다는 평가도 나왔다. 시장의 권력이 돈만 아는 월가의 금융업자에서 개인에게로 이전되고 있다는 식의 성급한 정치적 논평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개인투자자들을 큰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이 사태를 방조해선 안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대거 투기판으로 끌어들인 탓에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이란 평가도 상당하다.
■ 게임스탑의 기(氣) 받은 개인투자자들...과거 '공매도 타겟' 셀트리온 등으로 개인군단 결집 시도
미국 로빈훗 개미투자자들에게 자극받아 개인국내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강해졌다.
마침 이날은 과거 대규모 공매도에 시달렸던 셀트리온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미국 게임스탑 사태의 파장이 관심을 끄는 가운데 이날 셀트리온 주가는 10% 넘게 급등했다.
국내에선 그간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컸던 가운데 오는 3월 공매도 환원 조치를 무산시키겠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주말 공매도 금지 연장 촉구의 일환으로 셀트리온 등을 대상으로 단체 주주행동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또 최근 온라인상에서 셀트리온을 중심에 두고 공매도 반대 세력들의 결집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상당부분 미국 '게임스탑'에 자극을 받은 것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1일 "국내에서도 공매도에 반감을 가진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종목 중 공매도 금액 1위인 셀트리온에 관한 포스팅을 최근 크게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 1월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조직·정부/공공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셀트리온 + 공매도' 키워드와 '셀트리온 + 동학' 두 조합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셀트리온 공매도 세력에 대해 게임스톱처럼 매수 운동을 펼치자는 포스팅의 핵심 키워드들인 '셀트리온 + 동학(反공매도, 개미, 운동 키워드 등 포함)' 포스팅 수는 1월 26일 이전엔 17~52건에 그쳤으나 게임스탑이 이슈가 된 27일엔 480건으로 일 평균 대비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 주가는 장중 15% 넘게 뛰는 모습을 보였으며, 공매도 타겟의 상징적인 종목처럼 인식돼 온 또 다른 종목 에이치엘비 주가도 장중 9% 넘게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지금은 LP 물량 제외하면 공매도 된 게 없고 외국인이 단순히 대차만 해 놓은 상태에서는 주식을 사서 갚을 이유가 없다"면서 "지금 바이오주 등의 오름세엔 심리적 영향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셀트리온 같은 대형종목은 주식선물 거래가 워낙 잘 되니 이미 매도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면서 "게임스탑 사태가 심리적으로 기관이나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매도를 못하는 상황이어서 미국처럼 숏 스퀴즈가 날 상황은 아니다. 숏 포지션을 청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억지로 매수하는 국면과도 거리가 먼 것이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상' 금융위원회의 최근 공매도 재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분위기상 공매도 금지 연장 가능성을 높게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지금은 흐름상 공매도 연장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제약업종 전체에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가는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다른 펀드매니저는 "주식시장에서 한국판 로빈훗 운동이 얼마나 맹위를 떨칠지 모르겠으나 한계도 있다고 본다"면서 "(게임스탑 사태 후) 자극적인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일단 셀트리온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