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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라임 사태 수사' 박순철 남부지검장 사의표명 글

장태민

기사입력 : 2020-10-22 13:20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저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8월 11일 부임한 후 라임 사건에 대하여는 8월 31일까지 전임 수사팀과, 그 이후 현 수사팀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사건은 많은 사람에게 1조 5,000억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 사태와 관련하여 김00은 1,000억원대의 횡령·사기 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 본질입니다. 그리고 로비 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00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추어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며칠 동안 고민하고 숙고해서 글을 올립니다.

이번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인 검사·야당 정치인 비리에 대하여 검찰총장이 수사 지휘를 제대로 하였는지 부분과 관련하여, 검사 비리는 이번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가 없었고,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경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하여 검찰총장께 보고하였고,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되었으며, 8월 31일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하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 나머지 의혹에 대하여는 기존 수사를 살펴보면서 철저히 밝힐 예정입니다. 다만, 서울남부지검은 김00이 수원지검으로부터 5월 25일 서울남부구치소로 이감된 이후 총 55회 소환하여 검사실에서 로비를 포함한 많은 범죄혐의에 대하여 59회를 조사하였고, 조사 시 변호인이 총 54회 입회하였고 조사내용을 담은 문건(조서 또는 면담보고서)을 58건 작성하여 거의 모든 조사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하고 그 조사내용을 문서로 작성하여 왔습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여야만 합니다.

그런데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주말부터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하여 수사에 착수하였고 수사 지휘에 따라 대검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만 달라졌을 뿐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파헤쳐 나갈 것입니다.

수사 지휘 여부와 관계없이 부패범죄에 대하여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어야 하고 이는 검찰의 당연한 임무입니다.

또한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그 사건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위 수사에 대하여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하여 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검찰청법 제9조의 입법 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를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에게만 하도록 한 것입니다.

2005년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 시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하셨습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그때와 상황은 똑같지는 않지만 이제 검사장으로서 그 당시 저의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의정부지검장 시절 검찰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처리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야당에서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자 여당에서 반대하였고, 그 후에는 입장이 바뀌어 여당에서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고 야당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되었고, 언론도 그에 맞추어 집중보도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 사건 이해관계인들의 고소나 진정은 없는데, 오히려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진정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검찰은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입니까? 의정부지검 수사팀은 정치적 고려 없이 잔고증명서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선택하였고 기소하였습니다. 그 이후 언론 등에서 제가 누구 편이다라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쩌면 또 한명의 정치 검사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저는 1995년 검사로 임관한 이후 26년간 검사로써 법과 원칙에 따라 본분을 다해 온 그저 검사일 뿐입니다.

이번 라임 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 수사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제발 믿어 주셨으면 합니다.

법(法)은 '물(水) 흐르듯이(去)'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으로 거역해서는 안 됩니다. 검찰은 그렇게 법을 집행해야 합니다. 또한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보여야 합니다.

그동안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오지 못했습니다.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합니다.

다만,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추어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습니다.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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