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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 새로운 금융영업 출현 저해하는 간주이자 규제

편집국

기사입력 : 2020-02-10 00:00

‘대부업법’ ‘이자제한법’ 같은 고금리 이자
관련 규정 정비 합법적 대부시장 축소 방지

▲사진: 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

▲사진: 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

우리 집 뒷산을 넘어가면 경기도 광주 땅이다. 산등성을 경계로 걷다보면 무시로 광주 땅을 밞게 된다. 광주하면 우선 도자기가 떠오른다.

그 중에 ‘분원 백자’는 왕실에 진상되는 음식을 담던 그릇으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본래 ‘분원 백자’란 관요(官窯)인 사옹원 광주 분원에서 만든 백자를 가리킨다. 사옹원은 조선시대에 궐내의 음식을 관장한 기관이다. 사옹원에서는 음식을 궁중에 바치는 과정에서 다량의 그릇을 필요로 했다.

이를 위해 사옹원은 경기도 광주에 백자를 만드는 분원(分院)을 설치해 운영했다. 따라서 ‘분원 백자’는 쉽게 말해서 런던의 왕실자기인 ‘본차이나’에 빗댈 수 있는 조선의 ‘왕실 백자’라고 할 수 있다.

지규식(池圭植)은 사옹원 광주분원에서 분원자기를 제작하여 궁중에 조달하는 공인(貢人)이었다. 나중에 국가 재정부족으로 광주분원이 민영화될 때 대표로 발탁되어 책임 운영을 맡아 적지 않은 돈을 모았다.

그는 고종 28년, 즉 1891년부터 1911년까지 약 이십년 간 일기를 썼는데, 이 일기를 그의 호를 붙여 ‘하재일기(荷齋日記)’라고 한다.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으며, 내용은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위탁으로 고전번역원에서 번역하여 e-book으로 열람할 수 있다.

조선 말기에 궁중도자기를 납품하면서 동시에 독점판매권을 보유한 사옹원 광주분원의 대표 지규식은 돈을 빌리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하였다.

따라서 하재일기에는 당대 서울 상공업자의 대부거래 실상이 투영되어있다. 당시 이자 지급은 만기에 원금과 일괄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월 단위로 지불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자율은 대개 월 이푼에서 삼 푼, 즉 월 2~3퍼센트가 보통이었다. 지규식은 이자가 월 오 푼이면 높다고 보았다.

조선 조정의 재정부족으로 지규식이 궁중 공인에서 사업가로 변모하던 시절 나라이름도 대한제국으로 변경되었다. 더불어 이자증식규제에 관한 법령도 바뀌었다.

대한 제국의 「이식규례」는 조선시대의 「대전회통」과 달리 약정이자율 상한을 연 10분의 4로 늘렸다. 다만 특약이 없을 때에는 최고 이자율을 종래와 같이 10분의 2가 적용되었다.

대한제국의 「이식규례」에서 눈에 띄는 점은 최고이자율이 아니라 월변(月邊)에 적용한 판사들의 이자계산방식이다. 이식규례에는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나라 이자제한법 체계에 도입된 ‘간주이자’나 ‘단리환산’ 등 이자율 계산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간주이자’란 고유한 의미의 이자가 아니지만 법령상 ‘이자로 간주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컨대 ‘대부업법’이나 ‘이자제한법’은 고유한 의미의 이자가 아닌 ‘대출거래체결비용’이나 ‘연체이자’, ‘중도상환수수료’와 같은 손해배상금도 이자로 간주한다.

나아가 우리 대부업법은 이자제한법과 달리 “명칭을 불문하고 대부업자가 받은 모든 것”을 이자로 간주한다.

이처럼 광범위한 간주이자 정의는 이자의 개념적 특성과 무관하게 이자의 범주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결과 최고이자율 위반에 대한 자의적 감독과 사법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한다. 당연히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또한 광범위한 간주이자 정의에 따르면 ‘P2P대출’이나 ‘트랜잭션 뱅킹(Transaction Banking)’처럼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새롭게 출현하는 금융영업방식도 최고이자율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때그때 신속하게 대부업법을 개정하거나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실무상 제약과 혼란을 피할 수 없다. ‘특정융자계약(Commitment Line)’에 관한 수수료에 대해서 ‘대금업법’상 예외를 인정한 일본의 ‘특별한정융자한도계약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대부업법상 은행과 저축은행 및 대부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이자율은 2002년 제정 이래 지속적으로 인하되어 왔다.

제정 당시 연 66%의 이자율 상한은 2018년 2월 연 24%로 변경하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까지 모두 여섯 차례 인하했다. 평균 2년 반에 한 번씩 법령이 개정된 셈이다.

또한 2018년에 개인 간의 차입 거래에 관한 이자제한법상의 법정최고금리도 연리 24%로 낮추어져 두 법률 간의 최고금리 수준이 일원화됐다.

하지만 대부업법의 입법목적이 ‘사금융 양성화’를 통해 ‘금융 이용자 보호’를 꾀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두 법률의 금리수준 일원화는 여러 문제를 낳는다.

대부업법은 법률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사금융업자가 대부업법 등록을 하도록 유인하여 이를 양성화하고, 정부가 등록한 대부업체의 불법적 채권추심행위 및 법정 최고이자율 위반 여부를 정부가 감독하겠다는 것이었다. 양성화를 위해 법률이 부여한 정책 수단은 등록 대부업체만이 누릴 수 있는 ‘특례금리효과’였다.

특례금리효과란 대부업법보다 낮은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이 적용되는 사금융업자가 합법적인 대부사업자로 등록했을 때의 누릴 수 있는 법정 최고이자율 간의 차이를 말한다.

예컨대 이자제한법이 25%의 연이자율을 한도로 정하고 있을 때에 대부업법이 이 보다 높은 27.9%의 이자율을 정하고 있다면 등록 대부업체는 연 2.9%의 특례금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을 일원화 한다면 이러한 ‘특례금리효과’가 사라진다.

특례금리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은 대부업법상 ‘사금융 양성화’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정책적 수단이 없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사금융 양성화’와 논리적 인과관계에 있는 ‘금융 이용자 보호’라는 입법목적 달성도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금융업자가 더 이상 경제적 매력이 없는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관리 감독시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최고이자율 일원화는 간주이자규정과 결합하여 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특례금리효과는 사라졌지만 ‘간주이자(看做利子)’ 관련 규정은 바뀌지 않아서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이 이자제한법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언급한 것처럼 ‘간주이자’는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부(負)의 효과’ 즉 ‘마이너스 효과’를 초래한다.

그런데 간주이자에 관한 두 법률상 규정의 차이는 여전하다. 따라서 이자로 간주하는 거래비용과 수수료의 범주가 넓어질수록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이 이자제한법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리되면 대부업 등록을 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할 ‘특례금리’라는 경제적 유인도 사라질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최고이자율 규제를 받는다는 이중의 질곡을 겪게 된다.

제도의 모순이 격화되면 될수록 규범준수를 위한 유인이 사라진다. 최고이자율 인하로 특례금리효과를 없앤 뒤에도 간주이자규정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합법적인 대부시장의 축소는 빨라지고 신용이 낮은 개인과 소기업은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이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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