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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서민금융시장의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편집국

기사입력 : 2019-12-09 00:00

저신용자 및 저소비자 금융소외 발생
과도한 최고금리 인하규제 개선 필요

▲사진: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사진: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일반적으로 서민금융시장은 차주의 높은 신용위험 때문에 선별(screening), 감시(monitoring) 등 전통적인 위험관리기법이 작동하기 어려운 한편 높은 대손상각 비용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든 특징이 있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서민금융시장을 그대로 시장 자율에 나두면 효율적이지 못한 자원 배분 상태가 초래되면서 소위 ‘시장실패’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경제학에서는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원인을 주로 불완전경쟁, 공공재(public goods)의 존재, 적합한 가격이 반영되지 않은 외부성(externalities) 등을 들고 있다.

저신용자 및 저소득자의 금융소외가 발생되는 것이 바로 서민금융시장에서의 ‘시장실패’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보완하고자 각국은 정책적 개입을 통하여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주로 정부가 직접적 행동을 취하거나, 조세나 금융상의 혜택 등 유인을 제공하거나, 개인이나 기업의 행동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는 규제(regulation)를 실시하여 개입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시장실패’가 있을 시 최선의 정책(first-best policy) 보다 차선의 정책(second-best policy)가 우위하다는 경제학의 논리와도 일맥상통하다.

우리나라에서 햇살론 미소금융 등 직접 금융소외를 해소하려는 정책 서민금융상품이나 최고금리 인하라는 제도 규제를 통하여 불법 고금리대출을 억제하려는 정책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하지만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 정책에도 ‘정부실패’가 나타나는 법이다. ‘시장실패’를 보정하기 위한 여러 정부 정책이 오히려 더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실패’는 정보의 제약 때문에 어떤 정책을 실행할 때 그것의 결과를 완벽하게 예견할 수 없거나, 정부 정책이 실행된 다음에 나타나는 민간부문의 반응이 기대한 바와 판이하게 다르거나, 상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집단들이 정치적으로 타협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될 때 나타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정부실패’ 가능성을 ‘시장실패’ 가능성 이상으로 보고 있다.

서민금융시장에서의 ‘정부실패’는 여러 곳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제도측면에서 과도한 최고금리의 인하 규제라 생각된다. 주지하다시피 최고금리제도란 대출금리가 너무 높게 형성될 경우 서민들의 피해가 클 것에 우려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동안 국내 최고금리는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급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의 이자부담을 경감시켜 왔다.

등록 대부업법 제정 당시의 연 66%의 최고금리가 2007년 연 49%로 큰 폭으로 인하된 이후 2010년 연 44%, 2011년 연 39%, 2014년 연 34.9% 등 5%p 정도 단계적으로 인하되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분명 정부의 최고금리 규제로 과도한 고금리라는 ‘시장실패’를 보완한 측면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다시 최고금리가 연이어 큰 폭으로 인하되었다.

2016년 27.9%, 2018년 2월 24% 등으로까지 내려오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금융소외 심화, 불법사채 증가 등 부정적 효과가 우려된다.

영세 등록 대부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생존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의 대출심사를 강화하자 이들에 대한 신용대출이 급감하고 있다.

등록 대부업으로부터 접근이 차단되는 서민이 곧바로 고금리 불법사채 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경우 여러 사회적·경제적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다.

해외의 경험으로 가격왜곡 현상, 가계 건전성 악화, 경제 부정적 영향 등의 부작용이 검증된 바 있다.

사회적·문화적으로 이자율상한제가 존재하는 프랑스의 경험을 보면 소비자가 지급하는 가격에 구조적 왜곡이 나타나면서 실질적으로 저소득 소비자들은 높은 비용을 치를 뿐만 아니라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금융소외를 당하면서 어려움에 처하였다.

일본도 금융양극화 심화와 정치·사회적 우경화 변화가 일어난 한편 소비감소로 인하여 경제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영국 등은 최고금리 설정에 앞서 다양한 부작용을 우려하여 적극적인 시행을 주저하고 있다.

세계은행 산하 CGAP(The Consultati ve Group to Assist the Poor) 단체에서도 최고금리가 오히려 빈곤층 및 그 공동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무리한 최고금리 설정을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실패’ 현상을 치유할 필요가 있는데 보통 제도개혁, 적절한 유인의 제공, 경쟁의 도입 등의 방법들을 사용한다.

최고금리 인하의 경우도 제도 개선을 통해 일정 치유할 수 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내리기만 한 최고금리도 경제상황에 맞추어 탄력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고금리 결정 방법이 우리에겐 시사점을 제시한다.

남아공 정부는 최고금리 수준에 대한 문제점이 커지자 다양한 금융전문가와 업계 사람들로 구성된 협의체(NCR; National Credit Regulators)를 구성하고 최고금리를 NCR과의 협의를 통하여 경제적인 여건과 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탄력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비록 먼 나라의 제도이지만 우리의 현재 상황에서 제도 개선을 위해 배워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정부의 서민금융시장 개입은 여러 ‘시장실패’를 보완하면서 금융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였다.

앞으로 서민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책 서민금융의 역할이 오랫동안 중요해 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바, 이제는 ‘정부실패’ 대처에도 노력을 기울여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필요성이 있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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