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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말로만 IT강화 외치는 증권사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2-11 00:00 최종수정 : 2019-02-11 09:10

△사진: 한아란 기자

△사진: 한아란 기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4차산업혁명의 초입에서 너도나도 혁신을 외치는 시대다. 이에 질세라 금융투자업계 수장들도 머리띠를 두르고 디지털 역량 강화를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밖에서 보기엔 눈부시고 화려한 금융 발전 이면에는 중소 계약업체를 상대로 갑(甲)질을 하거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어두운 그늘도 드리워져 있는 게 현실이다.

올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혁신’에 입을 모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증권업 경쟁 속에서 생존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카카오페이나 토스와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증권업 진출을 알린 터라 이들 대표의 발걸음은 더욱 조급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4월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배당사고 이후 증권사들의 경각심이 한층 고조됐나 싶었지만, IT 관련 내부통제시스템 결함은 연달아 드러났다.

작년에만 키움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이들 증권사 모두 내부통제시스템에 제대로 된 보안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 조치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8월 키움증권에 전산 사업계획 및 수행관리 강화 등 3건의 경영유의사항과 4건의 개선사항 조치를 내렸다. 서버, 네트워크, 보안 등 정보처리시스템에서 일부 보안패치 적용이 누락된 사례가 발생했고 일부 시스템에서는 기술지원이 종료된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IT 감사업무 운용 미흡 △ IT 업무 외부주문 관련 내부통제 미흡 △업무 연속성 확보방안 미흡 △프로그램 테스트 및 변경통제 관리 미흡 등의 미비점이 발견됐다.

키움증권은 계열사인 다우기술로부터 IT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다우기술과 302억원 규모의 IT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역대 최고 규모이자 지난 2006년 5월 체결했던 61억원의 약 5배에 해당한다.

키움증권 측은 “기술이나 비용적인 부분에서 타 업체와 비교를 거쳤으나 다우기술이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다우기술의 시스템이 녹아있는 상태에서 시스템 유지보수나 업그레이드 차원에서도 불가피하게 현재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키움증권은 IT 업무 외부주문과 관련해 중요 운영 기준 등은 제정하지 않았다. 이 경우 내부 담당자의 확인이나 검토 없이 외주업체 책임자의 승인만으로 마스킹 해제 및 고객 정보 열람이 가능하다.

대신증권은 최근 중소 IT업체의 소프트웨어(S/W)를 쓰면서 당초 계약용량을 초과해서 쓰고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갑질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신증권이 대기업의 지위를 악용해 소프트웨어 초과 사용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미루다가 결국 민사소송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대신증권은 증설 협의 단계에서 상대사 측의 요구사항이 과해 수용되지 않았고, 협의 과정 중이던 작년 1월 해당 업체가 라이선스 총판권을 상실하면서 더는 논의할 사항이 없어졌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중소기업의 ‘역(逆)갑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IT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자금력에 우위가 있는 대기업 금융사가 버티기 수법을 보이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법적 다툼으로 번져도 법원의 판결을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는 처지는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이 작년 5월 증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일부 시스템에서 심각한 미비점이 발견된 바 있다. 특히 전산시스템상 총 발행주식수를 초과하는 수량도 입고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부실한 시스템 관리가 여실히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올 1분기 중 금융투자검사국의 주도로 전 증권사에 대한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개선결과 재점검에 나선다. 권용원닫기권용원기사 모아보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사고의 방지를 위해 금융투자회사의 내부통제체계 선진화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이나 계약업체의 눈물을 쌓아 올린 발전은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증권사들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은 좋지만 허울 좋은 구호만이 능사는 아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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