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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퇴근? 칼근무가 먼저다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4-08-13 20:04 최종수정 : 2014-08-14 08:48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샐러리맨의 소망 중 하나는 ‘칼퇴근’입니다. 최근에 정계은퇴를 선언한 어떤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상당히 감성적인 표현을 했지만, 아닌 게 아니라 가족과 저녁을 함께 할 수 있는 삶이란 직장인의 간절한 로망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누구는 일찍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늦게 들어갑니까? 상황이 그렇지 못하니 야근을 하고 특근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습관적인 측면도 강합니다. 야근에 버릇 들여지면 오히려 일찍 집에 들어가는 게 어색하게 다가오곤 합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일상화된 야근이 생산성 향상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는 많습니다. 길게 일한다고 그것이 꼭 생산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야근은 직장의 분위기를 해치고 나중에는 건강마저 해치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 들어(사실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정시퇴근운동’을 벌이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칼퇴근하기’입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칼같이 퇴근하자는 것입니다. 심지어 직장인들의 칼퇴근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정도입니다. 참 한국적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칼퇴근을 못하는 이유

칼퇴근!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게 ‘운동’이나 상사의 지시, 또는 법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누구는 칼퇴근하기 싫어서 안합니까? 칼퇴근이 불가능한 이유는 대충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실제로 일이 많은 경우입니다.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어떻게 미결사항을 놔두고 퇴근을 합니까? 둘째는 회사의 분위기입니다. 일이 있건 없건 일찍, 아니 정시에 퇴근 하는 것을 일찍 퇴근하는 것으로 보거나, “그렇게 일이 없냐?”고 보는 풍토에서는 일부러라도 야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셋째는 개인적 능력과 성향에 관한 것입니다. 보통사람이 1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2~3시간, 아니 1~2일 동안 질질 끄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을 갖고 떡을 치는 것이죠.

자 하나씩 따져봅시다. 우선 일이 많다고 하는 첫 번째 원인입니다. 그런 경우라도 실제로 일이 많은지 냉정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7월 ‘현대카드’에서 ‘PPT 금지령’이 떨어져 화제가 됐습니다. 회사에서 이런 저런 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파워포인트로 하다 보니, 내용은 그렇다 치고 PPT를 ‘예쁘게’ 디자인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래서 PPT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제로(ZERO) PPT 캠페인’을 실시하게 된 겁니다. 회의를 비롯한 모든 업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PPT 작업이 금지됐고, 대신에 이메일이나 구두 보고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사원들은 박수를 칠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사원들의 시간과 노력을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잘 살펴보고 화끈하게 개선해야 합니다.

둘째는 회사의 문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기업에서 사원으로 근무했던 호주인 마이클 코켄(Michael Kocken)이라는 젊은이가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에서 일하던 때의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중에 ‘한국이 낮은 노동생산성을 기록하는 이유들’이란 글을 보면 우리의 풍토를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야근의 일상화. 한국의 노동자들은 그들이 일이 있든 없든, 회사가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또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방법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시간낭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어차피 밤 10시까지 일해야 하는데 왜 오후 5시까지 일을 마치겠는가.” (중앙일보, 2014. 4. 14)

그의 지적, 특히 야근이 충성심을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찌른 부분에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722명을 대상으로 칼퇴근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것을 보면 그의 지적이 맞습니다. ‘칼퇴근을 가장 방해하는 요소’라는 설문에 1위가 ‘퇴근 직전에 업무 지시하는 상사’(31.6%), 2위는 ‘야근을 안 하면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내 분위기’ (21.7%), 그리고 3위가 ‘귀가를 꺼리는 기혼 상사’(12.8%)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칼퇴근을 회사의 좋은 문화로 정착시키려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성장한 상사들부터 발상을 확실히 바꿔야 합니다.

◇ 해답은 ‘칼근무’에 있다

다음은 셋째입니다. 개인적인 요인 말입니다. 과연 칼퇴근을 주장할 만큼 칼근무를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일을 잘 할 줄 모르는데다가 근무자세 또한 나태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합니다. SNS를 하거나 개인적인 전화통화에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는지요. 느슨한 점심시간, 커피타임, 화장을 고치는 것 등으로 근무시간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요. 아예 야근을 할 생각으로 느긋하게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렇잖아도 우리나라 직장인의 생산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자유경제원의 조사에 의하면 2012년 현재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 프랑스, 독일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합니다. 물론 낮은 생산성이 개인에게 몽땅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가 어우러져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따라서 칼퇴근과 더불어 회사든 개인이든 어떻게 칼근무를 하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해답은 칼근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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