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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의 K-Food Next] 한국의 손맛은 어떻게 뉴욕 주방에 전해질까

조아라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10-09 06:00

조아라 대표는〈br /〉뉴욕에서 미스코리아(missKOREA) BBQ와 고고장 카페(GOGOJANG CAFÉ)를 운영하는 외식산업 전문가. K-푸드를 하나의 산업으로 설계하며 법무법인, 아트갤러리, 세탁산업, 부동산개발 영역을 아우르는 멀티비즈니스 시스템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새로운 K-푸드 소매브랜드 부엌(BUEOK)을 준비 중이다. 법률과 외식업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1세대가 쌓아온 한식사업을 다음 세대의 브랜드와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컬럼을 통해 K-푸드의 인기를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K-푸드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장, 운영, 브랜드, 수익구조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조아라 대표는〈br /〉뉴욕에서 미스코리아(missKOREA) BBQ와 고고장 카페(GOGOJANG CAFÉ)를 운영하는 외식산업 전문가. K-푸드를 하나의 산업으로 설계하며 법무법인, 아트갤러리, 세탁산업, 부동산개발 영역을 아우르는 멀티비즈니스 시스템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새로운 K-푸드 소매브랜드 부엌(BUEOK)을 준비 중이다. 법률과 외식업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1세대가 쌓아온 한식사업을 다음 세대의 브랜드와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컬럼을 통해 K-푸드의 인기를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K-푸드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장, 운영, 브랜드, 수익구조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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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다 보면 주방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자주 마주한다. 국적도, 음식문화도 다른 직원들이 불고기를 볶고 파전을 굽는다. 국이나 찌개의 간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기도 한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들은 한국의 ‘감칠맛’을 어떻게 배울까. 파전의 바삭한 겉과 촉촉한 속은 무엇으로 판단할까.

한국에서 한식을 먹고 자란 사람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맛의 기준이 있다. 잡채의 간장이 조금 센지, 육회에서 참기름 향이 지나치게 앞서는지, 갈비탕 국물이 한층 더 진해야 하는지, 오삼불고기를 어느 정도까지 볶아야 하는지 굳이 숫자로 따지지 않아도 안다.

특히 간장과 마늘, 참기름, 육수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균형은 더 그렇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맛이지만 숫자와 계량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한식의 맛은 짜고, 달고, 맵다는 세 단어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레시피라도 재료를 넣는 순서와 불의 세기, 조리 온도와 시간, 익힘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런데 외식업에서 이 차이는 단순한 ‘맛의 차이’로 끝나지 않는다. 인건비와 교육비, 원가와 폐기율, 고객의 재방문, 나아가 매장을 얼마나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지까지 좌우한다. 결국 맛의 문제는 경영의 문제이기도 하다.

‘적당히’라는 말로는 전해지지 않는 손맛

뉴욕에서 한국인 직원들만으로 주방을 꾸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한다. 주방 보조로 시작한 직원이 어느 순간 불고기를 볶고, 전을 부치고, 국물의 간을 맞추기도 한다.

처음에는 필자도 ‘옆에서 보고 배우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매장을 오래 운영할수록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한국인 조리사는 레시피대로 조리한 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감각을 더한다. ‘조금 더 넣는다’, ‘조금 더 볶는다’, ‘이 정도면 됐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 ‘조금’과 ‘적당히’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 맛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설명이지만, 그 기준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때부터 레시피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단순히 몇 그램을 넣고 몇 분을 조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완성됐을 때 어떤 색이어야 하는지, 어떤 질감이어야 하는지까지 기준으로 만들어야 했다. 한 번에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도 정해야 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편이 오히려 정확했다.

이것은 음식을 획일화하는 작업이 아니다. 한 사람이 오랜 시간 몸으로 익힌 감각을 다른 사람도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일에 가깝다.

한식의 미묘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그 미묘함을 지켜낼 방법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에 의존하는 주방에서 시스템이 작동하는 주방으로

외식업 교육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외식 현장은 직원들의 경력과 문화적 배경이 다양하다. 이직도 잦다. 인건비가 높은 만큼 한 공정에 여러 사람을 계속 투입하기도 어렵다.

결국 한 사람의 숙련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위험해진다. 그 직원이 휴가를 가거나 회사를 떠나는 순간 매장의 맛과 운영이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누가 일을 잘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누가 들어와도 일정한 수준까지 배울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첫날 무엇을 배우는지, 언제 어떤 업무를 혼자 맡을 수 있는지, 무엇을 ‘완성된 음식’으로 판단하는지를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미국에서 외식사업을 하면서 필자는 시스템의 의미를 새롭게 배웠다. 시스템은 사람을 대신하는 장치가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기준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공통의 언어다.

맛의 기준이 곧 원가의 기준이다. 특히 인건비가 높은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맛의 기준을 세우는 것은 곧 원가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조리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에 얼마나 생산하는지, 얼마나 폐기되는지까지 관리해야 비로소 같은 맛을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성공한 한 매장’과 ‘지속 가능한 외식기업’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좋은 셰프 한 명, 경험 많은 매니저 한 명은 훌륭한 매장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이 가진 경험과 감각이 레시피에 남아야 한다. 교육 매뉴얼에도 남아야 한다. 생산 기준과 품질관리 방식에도 남아야 한다. 사람이 바뀌고 공간이 달라져도 고객이 기대하는 맛과 경험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 매장의 성공이 여러 매장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손맛을 시스템으로 바꿀 때 K-푸드가 커진다

K-푸드가 미국에서 더 많은 고객과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일해야 하는 미국 시장의 현실은 처음에는 넘어야 할 장벽처럼 보인다.

하지만 달리 보면 새로운 기회다. 한국 음식을 잘 모르는 사람도 정확한 기준과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일정한 수준의 한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국 K-푸드의 다음 단계는 ‘누가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느냐’에만 있지 않다. 누구나 일정한 수준의 맛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가. 한 사람의 손끝에 머물던 맛을 여러 사람의 손으로 옮기고, 한 매장의 노하우를 여러 매장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맛은 감각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사람과 장소가 달라져도 그 맛을 지켜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업의 자산이 된다.

반복할 수 있는 맛이 반복할 수 있는 매출을 만든다. 그리고 반복 가능한 매출이 기업의 성장을 만든다. K-푸드의 세계화에서 결국 필요한 것은 손맛을 없애는 시스템이 아니다. 손맛을 지켜내는 시스템이다.

조아라 뉴욕 외식·F&B 기업 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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