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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먼지 사라진 건설 현장…‘모듈러 공법’이 바꿀 건축의 미래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19 16:38

모듈러 공법 중인 가상의 건설 현장./사진제공=AI생성 이미지

모듈러 공법 중인 가상의 건설 현장./사진제공=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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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건설 현장의 풍경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있다. 거친 함성, 자욱한 먼지, 육중한 기계 소음이 가득했던 과거의 공사장은 이제 옛말이 될지도 모른다. 이른바 ‘레고처럼 조립하는 집’, 모듈러(Modular) 공법이 건설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며 현장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 현장은 이제 ‘공장’… 모듈러 건축의 역습

전통적인 건설 방식인 RC(철근 콘크리트)조 공법은 현장에서 거푸집을 짜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듈러 공법은 이 모든 과정을 공장으로 옮겼다. 건축물의 주요 구조물과 내장재, 전기 배선, 배관 등을 포함한 박스 형태의 ‘모듈’을 공장에서 70~80% 이상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는 이를 운송해와 크레인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장소의 이동을 넘어 ‘건설의 제조업화’를 의미한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 공장에서 정밀하게 제작된 모듈은 균일한 품질을 보장하며, 현장 공기를 기존 대비 최대 50%까지 단축할 수 있다. 이제 건설 현장은 ‘짓는 곳’이 아니라 ‘조립하는 곳’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도심지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민원으로 꼽혀온 소음과 분진 문제가 '모듈러(Modular) 공법'의 확산과 함께 종식될 전망이다. 콘크리트를 현장에서 직접 타설하고 깎아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장에서 사전 제작된 유닛을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방식이 미래 건설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 조립만 하는 공사장…'가상 시나리오'

오전 8시, 도심 한복판의 주택 건설 현장. 불과 몇 년 전이었다면 레미콘의 행렬과 거친 망치질 소리로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칠 시간이다. 그러나 미래의 건설 현장은 고요하다. 대형 크레인 한 대와 소수의 전문 기술자만이 배치된 현장에서 인근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됐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공정은 정교하면서도 신속하다. 새벽부터 공장에서 완성된 상태로 출발한 거실·욕실·주방 유니트가 트레일러에 실려 현장에 속속 도착한다. 크레인이 모듈을 들어 올려 오차 범위 내로 기초부 위에 정밀 안착시키면, 기술자들은 모듈 간 결합 부위를 고정하고 미리 설계된 배관과 전선을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 방식으로 간단히 연결하는 것으로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 같은 반복 공정이 쌓이면서 반나절 만에 건물의 층수가 올라간다. 현장 내 습식 공정이 생략됨에 따라 비산먼지를 차단하기 위한 대형 가림막도 최소화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따라온다.

◇ '제로 웨이스트'와 '고정밀도'…친환경의 정점, 그리고 양날의 검

모듈러 공법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환경 친화성이다. 현장 타설 방식은 자재 손실률이 높고 막대한 양의 건설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반면, 공장 제작 방식은 BIM(빌딩 정보 모델링)을 활용해 정밀하게 계산된 양의 자재만 투입한다. 남은 자재는 공장 내에서 즉시 재활용이 가능해 폐기물 발생량이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현장 출입 차량 감소와 공사 기간 단축이 맞물리면서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모듈러 공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오차 없는 정밀함'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공장에서 모듈 제작 단계에 1㎝의 오차라도 발생하면 현장 조립 시 유니트 간 결합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깎거나 덧붙이는 방식으로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기존 공법과 달리, 모듈러 공법은 제작 불량이 확인될 경우 운송해온 모듈 전체를 공장으로 되돌려 보내거나 폐기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는 곧 막대한 비용 손실과 공기 지연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업계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 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이앤씨…실력으로 증명하는 선두주자들

이미 국내 유수의 건설사들은 모듈러 공법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13층)’을 성공적으로 준공하며 고층 모듈러 시장의 문을 열었다. 특히 모듈러 건축의 핵심인 내화 기술과 차음 성능에서 독보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의 고강도 강재를 활용한 ‘스틸 모듈러’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포스코A&C와 협업해 모듈러 전용 공장을 운영하며 제작부터 시공까지 일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들은 주거용뿐만 아니라 오피스, 학교 등 공공 건축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 대세가 되기 위한 조건은?

모듈러 공법이 진정한 대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현재 모듈러는 대량 생산 체계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아 기존 공법 대비 공사비가 10~20%가량 높다. 또한, 모듈을 운송할 수 있는 도로 여건과 크레인 작업 공간 등 입지적 제약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모듈러 주택에 대한 용적률 완화, 높이 제한 완화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과 숙련공 부족 현상이 심화될수록 공장 제작 방식인 모듈러 공법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단순한 대안 공법이 아닌 미래 건설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모듈러 공법…건설의 4차 산업혁명 주도

모듈러 공법은 단순히 '조립식 주택'이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벗고, 첨단 ICT 기술과 정밀 제조 공법이 결합한 ‘건설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소음과 먼지가 사라진 쾌적한 도심 환경, 폐기물 없는 친환경 현장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작 오차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이 고도화되고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퇴근길에 텅 비어있던 공터가 다음 날 아침 멀끔한 건물로 변해있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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