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지주사엔 있고 사업사엔 없다…준수율 가른 세 가지 [기업지배구조보고서]](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83122405607047dd55077bc21182182149.jpg&nmt=18)
31일 녹십자홀딩스의 2024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15개 지배구조 핵심지표 중 7개 항목을 준수했다. 핵심지표 준수율 46.7%로, 5대 제약사(대웅홀딩스, 한미사이언스, 종근당홀딩스, 유한양행) 중 꼴찌다. 유한양행은 지주사가 따로 없다.
5대 제약사의 핵심지표 준수율을 보면 대웅홀딩스 80%, 유한양행 80%, 한미사이언스 60%, 종근당홀딩스 60% 순이다. 녹십자홀딩스 준수율은 이들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울러 대웅제약과 종근당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각각 73.3%와 40%로, 지주사의 그것이 더 높다. 한미약품이 66.7% 준수율을 기록하며 지주사보다 높긴 하지만, 녹십자그룹 대비 차이가 크지 않다.
녹십자홀딩스의 미준수 항목은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현금 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 ▲집중투표제 채택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이 아님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의 설치다.
주주 관련 핵심지표 미준수에 대해 녹십자홀딩스는 “상법과 내부 정관 기준에 따라 4주 전 소집공고가 아닌 2주 전까지 알리고 있다”며 “주주총회 4주 전 주주 대상 소집 통지, 공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에서는 배당기준일 관련 사내 규정 정비를 통해 더 나은 배당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아직 마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 확보를 통해 최고경영자가 경영에 집중토록 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최고경영자는 허일섭 회장이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사내이사 허용준 대표이사가 맡고 있는데, 회사는 이를 두고 급격히 변화하는 헬스케어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한 해 전인 2023년 준수율(40%)에 비해 개선하긴 했지만, 경쟁사와 비교했을 땐 아직 부족하다. 지난해 녹십자홀딩스가 개선한 항목은 ‘내부감사기구가 분기별 1회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회의 개최’다. 녹십자홀딩스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인과 화상 회의를 포함해 총 4회 대면 협의를 진행했다.
핵심지표 준수율 개선 노력에도 GC녹십자보다 낮은 이유는 배당정책 공개, 함께 여성 이사, 독립적 내부감사부서 설치 항목을 지키지 못해서다.
녹십자홀딩스는 배당정책 공개 미준수에 대해 “연 1회 공시가 아닌 사업보고서의 배당에 관한 사항과 수시공시를 통해 배당정책에 대해 알리고 있다”고 했다.
녹십자홀딩스 이사회는 허일섭 회장, 허용준 대표이사, 박용태 부회장 등 세 명의 사내이사와 김석화 사외이사 그리고 강준호 사외이사로 구성, 전원 남성으로 채워졌다. 회사 측은 “차별을 두지 않고 전문성과 책임성 등을 고려해 선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녹십자홀딩스는 상근감사로 김상섭 전 KEB하나은행 홍콩법인 대표를 두고 있다. 감사위원회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 상근감사는 경영진단센터의 지원을 받는다. 이는 대표이사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녹십자홀딩스는 “회사의 규모 확대에 따른 감사위원회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반면 GC녹십자는 주주환원정책을 자사 홈페이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고 있다.
또 콘퍼런스 콜을 포함한 IR(Investor Relations) 미팅과 유선 문의 시에도 주주환원 정책과 주요 내용에 대해 주주들에게 설명한다.
이사회에서는 이진희 사외이사가 여성으로, 여성 이사선임 조건을 충족했다. 감사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구성원으로는 박기준 감사위원장, 이춘우·이진희 감사위원이 있다.
녹십자홀딩스와 GC녹십자 모두 준수하지 못한 항목도 있다. ▲주총 4주전 소집공고 실시 ▲현금 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사외이사가 의장인지 여부 ▲집중투표제다.
이 중 집중투표제는 지난 25일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의무화가 됐다. 녹십자홀딩스 최대주주는 허일섭 회장(지분율 12.20%)으로 경영권 방어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복수의 이사를 선출할 때 각 주주에게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주고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녹십자 관계자는 “선대 회장부터 녹십자 산하 재단에 기부하고, 재단은 홀딩스 지분을 늘려갔다”며 “우호지분이 높아 경영권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