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22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0원 오른 1,232.20원에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이날 달러/원은 개장과 동시에 위쪽으로 방향을 잡고 계단식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장중 한때 1,237.70원까지 올랐다.
국제 유가 폭락에 따른 경기 침체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달러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지난밤 사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일보다 배럴당 43%나 폭락했다. 전일 WTI 5월물이 마이너스를 찍더니 6월물마저 붕괴의 모습을 보이자 미 금융시장 뿐 아니라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이 리스크오프 분위기로 흘러갔다.
다만, 장 후반 코스피지수 상승 반전과 함께 유가 반등, 달러/위안까지 7.1위안선 아래로 내려서면서 달러/원의 상승폭도 크게 줄었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7.0938위안을 나타냈다.
■ 역외 달러 매수는 지속
이날 달러/원은 장 후반 코스피지수 상승 반전에 따라 상승폭을 줄여 나갔지만, 역외 시장참가자들의 달러 매수세는 지속됐다.
코로나19에 따른 디플레 공포에 국제 유가 폭락이 더해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 급증에 베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달러 매수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등 불확실성 요인도 한 몫 차지했다.
게다가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눈에 띄지 않은 점도 역외의 롱플레이가 지속된 이유로 분석된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코스피가 상승 반전하고, 외국인 주식 순매도세도 확연히 줄었지만, 역외의 롱플레이는 장 시작부터 장마감까지 계속 이어졌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장기화될 것을 계산한 포석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23일 전망…달러 강세 일단 진정될 듯
오는 23일 달러/원 환율은 달러 강세 진정에 따라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달러 강세를 이끈 국제 유가 폭락이 이날 아시아시장에서 다소 진정된 모습을 보인 데다, 미국의 추가 부양 패키지에 대한 시장 기대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은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보건 위기에 대응해 4번째 부양 패키지를 통과시켰다.
이번 부양 패키지 예산은 약 4천810억 달러 규모다. 부양패키지는 오는 23일 하원 표결 통해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또 우려와 달리 미국의 일부 기업들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시장에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국제 유가는 상당기간 부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유가 하락은 경기침체를 가속화 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면서 "따라서 당분간 달러 흐름은 유가와 연동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달러의 약세 전환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