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왼쪽),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미지 확대보기하나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하나금융투자에 5000억원대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중 누가 먼저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진입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는 하나금융투자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선제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종 금융지주 사고에 말려들며 사업자 인가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른 시일 내의 초대형 IB 진입에 대한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4396억원이다. 앞서 2018년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채운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 4조원을 넘겨 초대형 IB 요건을 갖출 예정이다.
현재 하나금융지주와 하나금융투자는 증자 계획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르면 내달 초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를 담은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만약 초대형 IB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면 많은 증권사의 염원인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가능해진다.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인 발행어음 사업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 기업어음을 발행해 자본 여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대출,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하는 등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
현재 5개 초대형 IB 사업자 중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단 3개사뿐이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아직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신한지주로부터 지원받은 6600억원을 기반으로 유상증자를 시행하면서 작년 3분기 기준 자기자본 4조232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미 초대형 IB 요건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여파로 인해 발목이 잡힌 상태이다. 라임자산운용 일부 펀드의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를 맡은 신한금융투자가 미국 운용사의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만약 신한금융투자가 사기에 연루된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추진 중인 초대형 IB 인가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인가 심사과정에서 경영 건전성 등 정성적 평가를 배제할 수 없어서다.
다만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 모두 지주회사인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두 곳 모두 내부적으로 초대형 IB 인가 신청의 채비를 갖추는 대로 가능한 이른 시일 내 금융위에 인가 신청을 낼 전망이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