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닫기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 상원의 홍콩 인권법 통과와 변수들

장태민 기자

chang@

기사입력 : 2019-11-21 14:02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해 미국 상원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중 무역협상이 틀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실상 홍콩 사태에 대해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중국이 무서워서 나서기 어려웠던 가운데 미국 상·하원에서 홍콩 인권법이 통과했다.

중국은 당연히 '내정 간섭' 주장을 하면서 강경대응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 쪽이 절대우위의 힘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홍콩 사태를 둘러싼 미중 관계 악화가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도 있는 상황이다.

■ 홍콩 사태, 대학생들의 절절한 도움 요청 뒤 응답한 미국 상원

최근 홍콩이공대 사태는 격전을 방불케 했다. 유튜브 등 각종 동영상을 보면 마치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떠돌아 다닌다.

홍콩 경찰은 홍콩이공대를 포위하면서 토끼몰이를 했다. 학생들은 중국으로 끌려가 어떤 고문을 당할지 두려워 하면서 하수구 등을 통한 탈출 시도를 하기도 했다.

홍콩 대학생들은 전세계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엔 당신 차례가 될 수 있다'면서 세계가 나서주길 바랬다.

홍콩의 세계를 향한 도움 요청은 실질적으로 중국과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강대국 미국을 향한 것이었다. 웬만한 나라들은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대놓고 홍콩의 편에 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이런 국면에서 최근 미국 의회가 답을 했다. 미국 하원이 10월 15일 홍콩 인권법과 보호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 이달 19일엔 상원도 홍콩 인권법과 보호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원 통과 뒤 미중 무역협상 진행 상황 등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상원 처리가 늦춰지는 듯했지만, 홍콩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상원까지 통과된 것이다.

■ 커진 미-중 협상 불확실성과 다시 험악해진 분위기

자료=유안타증권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선 홍콩 사태 악화 속에 미중 1차 합의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들이 부쩍 힘을 얻었다.

미국이 홍콩인권법을 통해 중국의 말대로 '내정'에 간섭하기 시작한 가운데 상황은 한층 불확실해진 것이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관세 철폐 요구, 미국의 중국에 대한 농산물 적극 구매 요구 등이 맞부딪힌다.

미국 입장에선 상당히 중요한 지적재산권, 기술이전 문제 등에 있어서 성과물을 내기 쉽지 않다는 점도 트럼프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의 입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강경한 당국의 강경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공산당 입장 대변자 환구시보의 후시진은 "미국의 형편없는 대중 정책을 감안하면,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그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라 사람들은 생각한다"면서 "중국은 무역합의를 바라지만 무역전쟁 장기화라는 최악 시나리오에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 홍콩, 그리고 미-중의 이익 확보 게임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뒤 홍콩으로 유입된 중국 본토 인구는 꾸준히 늘어났다. 이제 750만명 가량의 홍콩 인구 중 중국 출신이 100만을 넘어섰다.

중국은 '일국양제'를 천명했지만 홍콩의 중국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에게 임대주택 혜택을 주면서 홍콩인들을 상대적으로 차별해 왔다.

홍콩 젊은이들의 분노는 중국자본에 의한 부동산 폭등, 그에 따른 노동가치의 상대적 급락과 맞물려 있다.

중국자본에 의해 턱없이 올라간 홍콩의 주택값은 금수저가 아닌 홍콩 젊은이들의 미래를 이미 좀먹어버린 상태다.

홍콩의 세입자는 왠만한 급여를 받아선 월세 내고 저축할 돈을 마련하기 어렵다. 그래서 홍콩 대학생들의 처절한 시위는 퇴로가 없는 현실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라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이런 엄중한 현실 속에서 미국 의회가 일단 응답을 했고, 중국은 또 나름대로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튼 일단 최근의 홍콩 사태는 미중 협상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밖에 없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홍콩 관련 법안이 미국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점이 미중 협상 우려를 더 높였다"면서 "미중 협상이 지금과 같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미국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12월 중순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미중 무역합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미국 의회는 상당히 강경하다"면서 "상원은 홍콩 경찰이 시위진압용으로 쓸 수 있는 최루탄, 고무총, 전기충격기 등의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관련 법안을 거부하더라도 의회가 거부권을 기각시킬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와는 달리 미중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미국 상원과 하원은 각각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이 거부권을 기각할 수 있다. 사실상 반대 없이 법안이 양원을 통과한 만큼 트럼프도 거부하기 쉽지 않다.

미국 의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국 이익 관점에서 외부 세계의 홍콩 간섭을 좌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이 다수 세계인의 홍콩 사태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무시하고 독불장군처럼 굴기도 어려운 측면도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도 홍콩 사태를 원만히 마무리 할 수 있는 수단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평화 시위 상황에서는 중국의 무력 진압 명분이 갖춰지기 힘들지만, 현재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은 전개 가능성를 키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체제를 중시하는 중국이라 해도 국제 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를 선택하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 홍콩 사태 불구 가능성 열어두는 류허

트럼프는 거칠고 노련한 협상가다.

30대에 이미 억만장자가 된 트럼프가 40대 초반에 쓴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을 보면 "협상에선 내 패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헷갈리는 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서 협상을 완전히 걷어차지 않는 것을 중시한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협상을 결렬시켰다가 다시 협상을 재개하거나 '여지'를 남겨두는 게 트럼프의 스타일이다.

또 협상을 즐기는 스타일인 탓에 상대방이 지치면 지칠수록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잘 아는 인물이다. 기분파인 것처럼 보이지만 끊기 있는 인물인 만큼 트럼프를 대하는 상대방도 끈기를 발휘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도 트럼프를 대하는 데 익숙해졌으며, 여유를 갖고 밀어붙이기도 한다. 현재 미-중 양국 모두 상대방 압박과 합의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 무역협상 태도는 불만족스럽다.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 올라서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을 시켜 '1단계 합의문 작성이 진전되고 있다'고 말하게 했다.

중국도 트럼프의 협상스타일에 상당히 익숙해진 것처럼 보인다. 양강이 티격태격하면서 협상 스타일이 닮아가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공산당의 입 후시진은 "미국 농부들은 무역합의가 실제로 이뤄질 때까지 땅이든 더 큰 트랙터든 사질 말라"면서 미국의 약을 올렸다.

이후 류허 부총리는 "미국측 요구사항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1단계 무역합의 성사를 확신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류 부총리가 21일 베이징 연설에서 "지지부진한 협상 진행과 홍콩 인권법 이슈를 둘러싼 긴장에도 미중 무역합의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특히 미국 측 핵심 요구사항인 국영기업 개혁, 금융부문 개방,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진행 계획도 설명한 것으로 전했다.

■ 한국의 주요 수출국 홍콩...우려, 그리고 새로운 노선 개척 가능성

홍콩 사태 악화에 따라 한국경제가 받을 수 있는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홍콩은 한국의 중요한 무역 상대방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홍콩 사태 악화는 한국 수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대 홍콩 수출은 전체 수출의 7.6%를 차지해 전체 수출 대상국 가운데 4위의 규모를 기록했다.

이후 올해 들어서는 10월까지 합산 금액 기준으로 그 비중이 5.9%로 줄어들었다. 특히 하반기 들어 대 홍콩 수출액은 35% 넘게 줄어들었다. 대 중국 수출이 20% 가까이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난 가운데 홍콩 쪽은 더 심한 것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홍콩으로 향하는 수출 품목의 70% 이상은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면서 "홍콩에 대한 불안심화는 IT 수출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수출에 대한 우려가 심화될 수 있는 것이다. 홍콩 사태가 크게 악화된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지수 하락률을 웃도는 낙폭을 기록 중이다.

이런 가운데 홍콩으로 가는 수출은 다시 중국에 재수출되는 경우가 압도적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홍콩의 한국 수입 중 중국으로 재수출 하는 비중은 평균 81%(금액기준, 최근 10년 평균)에 달하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홍콩으로 가는 수출품의 최종 수요지가 중국인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홍콩을 경유하던 수출 물량이 사라진다기보다 수요처로의 직접 수출 노선이 형성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사태 악화로 수출 회복 시점 이연 등에 대한 우려가 단기적으로 형성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심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한국금융포럼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