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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국의 출산파업과 장기국채 금리 0%대 시대에 관한 보고서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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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9-23 13:58 최종수정 : 2019-09-23 23:33

자료=합계출산율, 통계청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앞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세가 더 둔화될 것이란 예측은 '일반적'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3% 성장률이 성에 차지 않았던 나라지만, 앞으로는 3% 성장률이면 감지덕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까지 나온다.

올해는 미중 무역갈등 등의 여파로 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도 꽤 많다. 다만 냉정하게 보면 당장의 낮은 성장률 수치보다 미래가 더 큰 걱정이다.

과거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군(群)에 속했지만, 이젠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률이 둔화되는 나라가 됐다.

이는 정부가 경제 구조를 건실하게 만들기 보다 대증요법으로만 경기 문제에 대응해 온 누적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미래를 위해 정말 절실한 문제는 고령화였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초반 한해 100만명 내외로 태어나던 신생아가 이제는 그 시절의 1/3도 태어나지 않는다. 지난해 통계청이 산출한 출산율은 0.977명으로 드디어 1명의 여성이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사회가 됐다.

한국은 급속히 늙어가고 있으며 이런 점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그간 한국의 고령화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인식은 강했으나 제대로된 처방은 없었다.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의 고령화는 사람들이 오래 살아서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회구조를 장기간 방치한 결과 한국경제가 받아 들여야 하는 업보가 된 것이다.

■ 아이 낳을 수 없는 한국 사회..향후 경제성장률 타격과 더 낮아질 시장금리에 대한 기대

한 나라 경제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면서 그 나라의 금리도 낮아진다.

채권시장에선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의 금리가 계속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멀지 않은 시기에 한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0%대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주식이나 외환시장의 가격변수처럼 채권 금리의 미래를 예상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미래를 예상하는 일은 언제나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미 한국경제의 미래에 답이 없다는 사실을 자신할 수 있다면 금리 전망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령화 문제(다른 말로 저출산 문제)는 한 나라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이 없다면 저성장과 저물가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간 한국은행 등에선 잠재성장률을 자본과 노동, 총요소생산성 등 투입요소의 성장기여도로 분해한 성장회계(growth accounting)를 이용해 한국 경제의 어두운 앞날을 말해 왔다.

경제가 성숙한 나라에선 자본 축적이 많이 이뤄져 자본이 성장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면 이 쪽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으나, 안타깝게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구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정책예산처가 요소별 잠재성장률 기여도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런 흐름이 잘 나타난다.

국회의 분석결과를 보면 잠재성장률이 9%였던 1981년~1990년까지 총요소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과 자본, 노동의 성장기여도는 각각 2.9%p, 4.6%p, 1.5%p였다. 하지만 1991~2000년도엔 잠재성장률이 7.2%로 줄어들고 각각의 기여도는 2.6%p, 3.9%p, 0.7%로 하락했다.

잠재성장률 4.4%였던 2001~2010년엔 기여도가 2.2%p, 2.0%p, 0.2%p로 축소됐다. 이후 2011년~2017년 시기엔 잠재성장률이 3.1%로 낮아지고 기여도는 1.4%p, 1.4%p, 0.3%p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자본의 성장 기여도가 빠르게 떨어지고 최근엔 총요소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가 선진화될수록 수치가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측면은 어쩔 수 없으나 성장세가 가파르게 둔화되는 점은 우려를 키운다.

지금은 TFP나 자본 모두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리기 힘든 가운데 노동 쪽에선 더 이상 성장률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국회예산처는 2018~2022년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하면서 각각의 기여도를 1.4%p, 1.3%p, 그리고 0.0%p로 제시했다. 시간이 더 흐르면 인구 부문이 성장률에 '마이너스' 기여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자본 축적을 통한 성장엔 한계가 있는 경제구조가 만들어진 이상 한국경제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선 총요소생산성, 즉 어떤 식이든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 외엔 답이 없는 구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문제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금리는 더 낮아질 수 있다.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는 국가..4년 내 10년 국채 0%대 가능성도 제기

자료=KB증권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 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후 지난해 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6년 후인 2025년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저출산, 기대수명 증가가 세계에서 가장 빨라 한국경제도 멀지 않은 시간에 0%대 금리를 구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증권은 4년 내에 한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사는 성장회계를 통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분석해 본 결과 2000년대의 4% 중반에서 2010년대에는 2%대 후반으로 떨어진 뒤 2020년대에 2% 내외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경제전망 수치와 주요국들이 보여준 금리 상황 등을 감안할 때 한국 국채의 0%대 진입도 가시화된 것으로 봤다.

KB증권의 김상훈·장재철·신동준 애널리스트는 23일 '한국금리장기전망과 자산전략' 보고서에서 "한국의 고령화율은 절대 수준으로는 아직 전세계 220개국 기준 40위대이나 저출산, 기대수명 증가 등으로 그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라며 "장기 국채 금리도 0%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연구원은 "2015년 분석 당시 국채10년물 금리가 2% 이하로 내려간 적이 있는 22개국 중 19개 국가들의 국채 10년물 금리가 0%대에, 9개국은 마이너스로 하락했다"면서 "19개국의 국채 10년물 금리 0%대에 진입 시 고령화율 평균은 18.4년이었고, 이를 한국의 인구추계에 대입하면 한국도 2023년에 10년물 금리가 0%대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소개했다.

그는 "물론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이보다 빨리 0%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시장금리와 상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책금리, 성장률, 물가, 고령화율, 경상수지, 재정수지, 환율과 22개국 금리와의 상관계수를 1990년부터 구해본 결과 정책금리와 고령화율의 상관관계가 높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당연하나, 향후 장기의 정책금리를 예상해 시장금리를 전망하는 것은 다소 한계가 있다"면서 "반면 고령화율은 각국의 인구추계에 따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고, 한국보다 고령화율이 높은 국가의 사례를 적용하면 금리 전망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은행은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을 2.7~2.8%로 제시하면서 2017년 당시의 추정치(2.8~2.9%)에서 0.1%p 낮췄다. 특히 2019~2020년은 2.5~2.6%로 추정했다.

금융시장 일각에선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대 중후반이 아니라 2%대 초중반 쪽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 향후 장기 국채금리 0%대 시대는 한국경제 패러다임 체인지 의미



향후 시장금리는 경기와 물가, 통화·재정정책 등에 따라 등락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한 나라의 경제의 잠재적 성장능력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선 결국 억압적 사회구조에 따른 여성들의 출산 파업, 이에 따른 고령화가 미래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더 갉아 먹고 금리는 더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사회가 장년층 위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는 점 역시 저축률 상승 등을 통한 금리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KB증권의 장재철 연구원은 "우리가 보는 한국 경제의 2019-2023년 연평균 성장률은 2.2%"라며 "이는 직전 5년인 2014-2018년의 2.86%대비 약 0.7%p 낮은 성장세이며, 2001-10년의 연평균 성장률 4.41%를 크게 하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제성장세는 점진적으로 1%대 후반으로 수렴할 것"이라며 "성장세 약화는 설비투자나 운영자금에 대한 수요 둔화를 유발한다. 또 고령화에 따른 노동투입 둔화와 저축률의 상승은 대부 자금의 초과 공급을 유발해 금리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함께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도 제로금리 시대가 현실화된다고 가정할 때 과거와 같은 시각으로 경제현상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신동준 연구원은 "기존 경제학은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가 성장하던 인플레와 확대균형의 시대를 가정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의 목표는 인플레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인류가 맞이해야 할 인구감소의 시대는 역성장과 디플레에 익숙해져야 하는 축소균형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앙은행의 물가목표는 점차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기술의 발달로 1인당 GDP가 성장하더라도 그보다 인구 감소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1인당 GDP에 인구를 곱한 전체 GDP는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역성장과 마이너스 금리는 받아들여야 할 '자연스러운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채권시장에선 한국 시장금리의 0%대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관점과 함께 지나치게 한국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공존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일단 다음 달과 내년 1분기 중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본다. 이미 기준금리 1% 시대가 코앞에 있다"면서 "향후 기준금리 하한 논란이 일겠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결국 시장금리 0% 시대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10년 국채 금리 0%대 가능성은 한국 경제가 거의 망한다는 것을 가정한다"면서 "지금 입장에선 좀 과도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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