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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드론의 아람코 공격...유가와 정책금리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9-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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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WTI 흐름, 코스콤 CHECK

자료=WTI 흐름,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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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14일 새벽.

예멘 후티 반군으로 추정되는 세력이 드론을 통해 사우디의 핵심 원유 시설 2곳을 공격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타겟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 시설이었다.

후티 반군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이란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강력히 비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 확인 뒤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격을 받은 사우디 동부 아브카이크(Abqaiq)에 위치한 석유시설은 세계 최대 가와르(Ghawar)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처리하는 곳이며, 쿠라이스(Khurais) 지역은 사우디 2위 유전지대다.

사우디 석유장관은 국내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일일 570만배럴(세계 5%)이 생산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규모는 또 사우디 원유생산량의 58%에 달할 정도로 큰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피해 규모 일일 570만배럴은 인도 소비량(478만배럴, 세계 3위)과 아프리카 전체 소비량(438만배럴)을 넘어서는 규모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일일 70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 중 2/3가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30% 정도를 사우디에서 들여오고 있다. 일단 정부는 원유 수급에 당장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여전히 사우디가 한국 최대의 원유 공급처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의 이란 등에 대한 대응, 추가적인 공격 가능성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크다.

■ 폭등한 유가와 경계감

당장 원유 수급에 대한 우려로 유가는 폭등했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보다 8.05달러(14.68%) 상승한 배럴당 62.90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8.80달러(14.61%) 오른 배럴당 69.02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1988년 이후의 최대 상승폭이다.

유가가 대단한 상승폭을 보인 가운데 앞으로 상황에 대한 경계감도 크다.

미국 방송 CNBC에 나온 전문가들은 "사우디 생산차질이 몇 주 이상 지속하면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에 도달하고, 만약 미국이 군사작전을 실행하거나 사우디 생산시설에 추가 공격이 있으면 85달러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바클레이즈는 "이번 일은 전례 없던 일"이라며 "시도는 있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이번 사우디발 공급차질 재료는 걸프전 때도 없던 일"이라며 경계했다.

골드만삭스는 "생산차질 사태가 길어질 수록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면서 "사우디 사태가 6주 이상 장기화하면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를 넘고 말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단 유가가 폭등하면서 우려를 빠르게 반영한 만큼 향후 상승속도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가가 어느 선까지 오를지 불확실성은 큰 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공급차질 규모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430만배럴),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부족분(560만배럴)을 상회한다"면서 "대부분 유가의 레벨업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사우디 공급차질 규모 및 기간에 따라 유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 유가흐름 불확실성..원유 공급 만만찮다 VS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 없다

유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는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진단들은 많다.

박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WTI가 단기간 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우디 석유시설 복구 이전까지의 원유생산차질량은 원유생산국의 공급량 증대로 보완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OPEC 내 사우디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을 제외하고는 단기간 내에 원유증산 가능량은 130만배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박소현 연구원은 "미국은 원유운송 파이프라인 부족으로 급작스런 증산을 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사건 이후 미국-이란 관계 악화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 기존의 이란 제재가 심화될 경우 원유공급 차질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향후 투기적 자금 유입도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는 없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장관은 "사우디 공급 감소 물량을 보완할 수 있는 재고가 각국에 있다"면서 긴급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우디의 하루 570만 배럴 생산 차질은 한 달 가까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른 복구가 이뤄진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점도 있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우디 원유 재고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으나 약 3억 배럴 내외로 추정된다. 미국의 전략비축유와 OECD 원유 재고는 약 6.4억배럴, 29억배럴 수준"이라며 "만약 20일 정도 차질이 발생할 경우 약 1.2억배럴 가량 생산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 중 일부는 재고 및 전략비축유 등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장기적 수급 이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재고 물량 방출을 통해 차질 물량을 상쇄하더라도 정정 불안에 따른 투기적 수요 자극으로 인한 유가 급등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투기수요 등으로 유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하더라도 유가 상승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미국은 심각한 원유공급 부족이 발생할 경우 대통령령에 따라 최대 60일동안 3천만 배럴을 방출할 수 있으며, 전체 비축유가 5억배럴을 하회할 경우 방출을 중단해야 한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이 전략비축유(SPR)를 단기간 내 3천만배럴 방출할 수 있는 데다 미국 외에도 IEA의 비상대응계획으로 회원국들의 전략비축유 공동 방출이 진행된다면 사우디의 원유생산차질량이 어느정도 복구가 될 수 있다"면서도 "사우디의 석유시설 복구 발표 시점이 단기 국제유가 상승폭을 결정하는 주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이자율 매니저는 "지금은 과거와 같은 오일 쇼크 가능성은 없다. 미국의 생산 현황 역시 예전 위기 때와는 다르다"면서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경기 악화 가능성으로 일드 커브 플랫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각국의 비축유 방출이라는 카드가 있다"고 말했다.

■ 유가 급등, 통화정책 변화 이끌어낼 수 가능성은

이번 사우디 사태로 물가가 오를 수도 있고, 안전자산선호가 강화될 수도 있다. 향후 상황 전개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 사태가 물가를 끌어올린다면 통화정책 기대감을 낮출 수 있다.

미국 일각에선 이번 유가 급등으로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급속히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빠르게 완화된 상황에서 유가가 크게 올라 인플레이션 기대가 탄력을 받는다면 연준이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 CNBC는 "유가 폭등에서 비롯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과 중국 간 해빙모드, 양호한 경제지표로 연준이 서둘러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관측이 퍼졌다"면서 한달전 0%였던 이달 금리동결 기대가 3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여전히 9월 FOMC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금리인하 기대치가 좀 줄어들 수는 있지만, 큰 흐름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9월 인하 뒤 추가로 기대를 할 수 있는지는 상황을 봐야 한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연준의 25bp 인하 가능성이 높지만, 연준이 추가인하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의 유가 급등이 종국적으로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향후 시그널에는 영향을 좀 미칠 수 있다"면서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어놓되, 시그널은 주지 않는 상황을 감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선 유가 흐름이 한은의 10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변화를 줄지도 주목되지만, 현재로선 국내 물가 압력이 워낙 낮아 큰 자극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들이 엿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환율이 작년에 비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 압력이 강화될 개연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등 물가 압력은 미미하다. 유가가 오르더라고 국내 물가를 자극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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