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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초대형 IB, 우물 ‘밖’ 개구리 되려면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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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5-20 00:00

▲사진: 한아란 기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8월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기치로 내걸며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육성방안을 내놨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 이전인 10년 전과 비교하면 고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미국 주요 IB는 물론 아시아지역 내에서 비교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그렇다고 글로벌 IB에 버금가는 질적 성장이 이뤄졌는가 하면 이마저도 의문이다.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갖춘 대형 증권사 다섯 곳(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을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규모(4조원·8조원)에 따라 각각 단기금융업무(발행어음)와 종합금융투자계좌(IMA)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

이중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단기금융업은 회사채 등 다른 수단보다 절차가 간단해 기업대출과 비상장 지분투자 등 기업금융에 활용할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초대형 IB 지정 이후 2년이나 지난 현재 겨우 세 곳의 증권사가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한국투자증권, 2018년 NH투자증권이 인가를 받은 데 이어 이달 KB증권이 3호 사업자로 진출하면서다.

KB증권이 처음 단기금융업 인가에 도전한 시점은 2017년 7월이다. 그러나 과거 현대증권 시절 불법 자전거래로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받은 점이 문제가 돼 지난해 1월 인가신청을 철회했다.

KB증권은 작년 6월 말 신규사업 인가 제재 기간이 종료됐으나 바로 다음 달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재차 발목이 잡혔다.

이후 12월에서야 인가에 결격 사유가 될만한 문제들을 모두 해소했다고 판단하고 재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지난해 말 기준 8조3524억원)도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말 금융위로부터 해당 사안과 관련해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보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초대형 IB 업무와 관련 없는 제재 사항을 두고 단기금융업 인가를 저울질하는 것은 시간만 끄는 격”이라며 “내부적으로 잘못이 있는 부분은 조사를 거쳐 조처를 내리고 금융정책 인허가 요건이 갖춰진 사항은 그보다 먼저라도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초대형 IB 중 가장 먼저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지만 제재 이슈로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회사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특수목적회사(SPC)를 거쳐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흘러간 부분에 대해 개인대출이라고 판단하고 제재에 착수했다.

이후 금감원이 마련한 조치안은 두 차례의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 넘어갔으나 결정은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발행어음으로 확보한 자금을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내 기업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데, 조달자금의 최소 50% 이상을 기업금융 투자에 써야 하고 나머지 30% 이내로 부동산 자산투자가 허용된다.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제도는 갖춰졌으나 경직된 운용 규제는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출현을 저해하고 있다.

증권사의 투자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사업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부터 낮추고 투자에 제약이 되는 규제를 완화해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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