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13일 올해 들어 대출수수료 명목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대출사기 신고가 다수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부터 3월 중 총 20건이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1억16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저금리 전환대출, 신용등급 상향, 전산작업비 등의 명목으로 기존에 현금을 요구하는 방식에서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편취하는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출수요가 있는 소비자의 급박한 상황을 악용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요구함으로써 마치 금전적 피해가 없는 것으로 오인케 하는 신종 수법이다.
사기범은 고금리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대출수요자(피해자)에게 햇살론 등 정부정책상품으로 대환대출을 안내해 준다고 접근했다. 이어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현금대신 비트코인을 편의점에서 구매한 후, 영수증을 찍어 보낼 것을 요구했다. 비트코인은 거래소를 통해 매매할 수 있으나, 일부 거래소는 거래편의를 위해 시중 편의점에서도 판매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피해자는 시중 편의점에서 24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 선불카드를 구매한 후, 휴대폰 카메라로 영수증(선불카드와 동일)을 찍어 사기범에게 전송했다. 하지만 사기범은 전송받은 영수증에 기재돼 있는 비밀번호(PIN)를 이용해 해당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교환한 후 잠적했다.
금감원은 비트코인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가 아니고, 자금세탁방지법상 금융거래정보의 대상도 아니므로, 자금세탁이나 불법거래에 사용될 우려가 상존한다고 전했다.
기존 대출사기는 대포통장을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금융당국의 대포통장 근절대책으로 통장 발급이 어려워지자,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비트코인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후 이를 편취하는 수법으로 진화한 것이다.
하지만 대출을 해 준다고 하면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것은 엄연히 대출사기에 해당하므로 대출 희망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회사는 대출시 소비자로부터 수수료 등 어떠한 명목으로도 현금이나 비트코인 등을 요구하지 않으며,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트코인 구매후 받은 영수증에 기재된 20자리의 PIN번호는 비밀번호에 해당되므로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대출권유 전화를 받는 경우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서 등록금융회사인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