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곡성에서 자주 등장하는 현대차 엠블럼.
영화배우 황정민.
그는 2010년대 들어 흥행 보증수표로 부상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한석규-최민식-송강호로 이어지던 방화의 흥행 공식을 최근에는 황정민이 만들어 가고 있어서다.
그는 2014년 12월 개봉된 국제시장으로 역대 두번째 많은 관람객(1426만2199명)을 유혹했고, 지난해 중반에는 베테랑으로 역대 8위(1341만4136명)의 관람객 동원 능력을 보였다. 국내 영화사상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에서 두 개 이상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배우는 설경구, 송광호, 이정재, 전지현, 황정민 뿐이다.
황 씨는 올해 2월에도 검사외전을 통해 1000만에 육박하는 관객(970만6527명,16위)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현대자동차가 황 씨의 후광을 입을 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나홍진 감독이 연출을 맡은 곡성(哭聲 )에 현대차가 자주 등장하는 것.
영화는 곽도원(전종구 역) 씨와 황 씨(일광 역)가 주연을 맡았다. 이들은 2014년 ‘남자가 사랑할 때’ 이후 3년만에 호흡을 맞췄다.
극 초반 종구는 동네에 발생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현장으로 자신의 차를 타고간다. 그가 전남 곡성(谷城)의 파출소에 근무라는 경사이기 때문이다.
일가족이 잔인하게 살해된 장면 이후, 종구는 역시 자신의 차를 타고 파출소로 간다. 현대차의 구형 그랜저 XG다. 그랜저 XG는 그래저 3세대 모델로 1998년 10월부터 2002년 3월까지 생산됐다.
극중 종구는 그랜저를 이용하면서 카메라는 자주 차명과 현대차 엠블럼, 그랜저 엠블럼을 관객에게 각각 보여준다.
극중 그랜저 차명이 가장 확실하게 노출되는 장면은 종구가 아내 (장소연 분)와 차안에서 정사를 치르는 장면이다. 둘은 노모(허진 분)와 딸 효진(김환희 분)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종종 차에서 관계를 갖는다.
효진이 이들이 정사 장면을 훔쳐 보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효진의 시선을 따라 차량 후면 그랜저 차명부터 차량 2열로 이동한다.
동네에서 동일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은 외지에서 온 일본인(쿠니무라 준)을 의심한다.
종구와 동료 경찰은 양이삼(김도윤 분)을 통역으로 데리고 산중에 있는 일본인의 집을 찾는다. 그의 집에는 지금까지 발생한 살인 사건의 현장 사진과 함께 현재 작업 중인 사람의 물건 등이 놓여있다. 이중에는 효진의 실내화 한짝도 있다.
이 일본인은 주술로 사람을 실성하게 만들어 스스로 가족을 살인하게 하는 능력을 가졌다.
이로 인해 효진도 헛소리를 하고 종구에게 악을 쓰고 욕을 하면서 대든다. 노모는 종구에게 “용한 무당이 있다”면서 그를 찾아간다.
극 중후반까지는 스크린에 황 씨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잔인한 살인 현장과 고라니를 뜯어먹는 괴물 인간 등이 등장하면서 관객은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만 갖는다.
극에서는 경찰이 자주 등장, 현대차 경찰차가 자주 나온다. 카메라는 라디에이터그릴과 차량 후면의 현대차 엠블럼을 수초 간 화면에 노출하는 등 현대차를 노골적으로 알린다. 쏘나타 급인 경찰차에 차명은 없다.
◇카메라, 경찰차의 현대차 엠블럼 자주 노출
이제나 저제나 황 씨가 나오기만을 고대하는 관객 앞에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질주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대가 카메라에 잡힌다.
바로 무속인 일광이 탄 쌍용차 무쏘다. 카메라는 일광이 종구 집에 도차하자 차량에서 무쏘 차명을 잡는다.
일광은 종구 집에 들어서자 마자 일본인이 귀신이며, 효진의 몸에 들어가 있다고 진단한다. 이어 일광은 큰 굿을 하고 효진의 몸에서 악귀를 쫒아내려고 한다.
일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을 때 종구는 괴로워하는 딸을 차마 볼 수 없어 굿을 중단하고, 이들을 자신의 집에서 내쫓는다.
이어 일상이 평화롭게 진행되는 가 싶은데…
곡성을 떠나는 일광의 차량이 갑작스레 요동을 치자, 일광은 차량을 돌려 다시 종구의 집으로 향한다. 종구의 집 앞에서 일광은 극 중반 나온 정신이 약간 이상한 동네 처녀(천우희)를 만난다.
그녀가 일광에게 “뭐하러 돌아왔어”라고 말하자, 일광은 토사물을 내뿜으며 서둘러 달아난다.
여기서부터 극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작품의 어려워 지고, 극의 완성도조차 떨어진다. 일광은 자신이 오판, 일본인은 사람이고, 동네 처녀가 귀신이라고 종구에게 말한다.
앞서 종구는 자신의 친구들과 일본인을 찾아가 집을 박살내고, 돌아오는 길에 도로에서 일본인을 차로 치여 죽인다.
이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종구는 동네 골목에서 그녀를 만나는데, 그녀는 종구에게 지금 집에가면 모두 죽는다고 말한다. 반면, 일광은 당장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종구에게 전화한다.
결국 종구는 집을 찾고 효진이 엄마와 할머니를 죽인 현장을 발견한다.
이어 도착한 일광은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사건 현장을 사진으로 찍고 무소의 트렁크에 있는 박스에 사진기를 넣는다. 그러면서 박스가 떨어지고 일본인이 갖고 있는 것처럼 지금까지 죽은 사람들의 사진과 물건들이 대거 쏟아진다.
이 일본인 역시 살아서 이삼과 조우하고, 자신이 악마라고 말한다.
과연 동네 사람들을 죽인 진짜 요괴는 일광일까? 일본인일까? 처녀일까? 극은 해결되지 않은 채 2탄을 예고하고 막을 내린다.
극중 기아차도 등장한다. 종구는 친구들과 일본인을 급습하러 가면서 기아차의 1톤 포터를 이용한다. 돌아오는 길에 일본인을 차로 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차량 후명의 빨간색 ‘기아모터스’를 포착한다.
황 씨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곡성의 흥행은 미지수다. 개봉 이틀째인 12일까지 관객은 48만604명으로 올초 검사외전이 개봉 이틀만에 100만을 돌파한 것에 비하면 초라하다.
업계 관계자가 “영화를 통한 현대차 홍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극중 종구는 나이키 신발과 나이키 상의를, 일광 역시 나이키 상의를 각각 착용하면서 카메라는 나이키의 번개 로고를 비춘다. 아울러 일광과 일본인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미놀타, 종구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는 야마하다. 극 중반 효진이 파출소에 들러 종구의 속옷을 담은 종이 봉투에는 건네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봉투에 적힌 ‘MONT BELL(몽벨)’을 스크린 가득 잡는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1월∼4월 내수 판매에서 전년동기보다 0.9%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국산차 상승세 6.2%에 못미쳤다. 게다가 지난달 판매는 전년동월보다 5.7% 오히려 역성장했다. 이 기간 국산차 판매는 4.4% 증가.
정수남 기자 perec@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