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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나루터의 기억을 잇다…마포가 되살린 새우젓 유통 [지역 역사 보존·미래 가치로 발전 ⑦]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26 00:00

강경·광천·신안 등 주요 산지와 소비자 연결
먹거리·관광으로 잇는 역사…안전도 축제 일부

▲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현장에서 황포돛배와 전통 복장을 활용해 옛 마포나루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온 새우젓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주현태 기자

▲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현장에서 황포돛배와 전통 복장을 활용해 옛 마포나루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온 새우젓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주현태 기자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공익 콘텐츠]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협찬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서울의 지역자산은 과거의 흔적에만 머물지 않는다. 역사와 문화는 지역의 정체성이 되고, 잘 보존된 공간은 관광과 교육·일자리와 도시재생 등 새로운 지역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한국금융신문은 이번 기획에서 서울 10개 자치구를 찾아간다. 지역의 유산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으며, 주민과 행정은 이를 미래의 가치로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현장에서 살펴본다. 과거를 보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가 미래의 자산이 되는 서울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던 지난 16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은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상인들은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했고, 행사장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천막과 먹거리 부스가 들어섰다. 취재진과 시민들이 뒤섞인 광장에는 축제의 열기가 차츰 달아올랐다.

평소 가족과 함께 월드컵공원을 찾으면 강가에 물고기 밥을 주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과자를 던져주다 관계자에게 혼났던 일도 아직 생생하다.

그러나 이날 공원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이었다. 물가에는 옛 나루터를 연상시키는 황포돛배가 떠 있었고, 광장에는 과거 마포의 풍경을 되살리려는 손길이 분주했다. 산책과 휴식을 즐기던 공원이 하루 동안 옛 마포나루의 기억을 만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날 막을 올린 행사는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다. 마포구는 16일부터 18일까지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축제를 열었다. 전국 유명 산지의 새우젓을 한자리에서 판매하는 동시에, 조선시대 한양의 주요 물산 집산지였던 마포나루의 전통을 시민에게 전하는 자리다.

축제의 시작을 알린 것은 사또행차였다. 오전 10시30분 마포구청 광장을 출발한 행렬은 월드컵공원 평화광장까지 이어졌다. 사또로 분장한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선두에 섰고, 취타대와 풍물패, 보부상, 주민 등 200여명이 뒤를 따랐다. 전통 복장을 갖춘 행렬이 거리를 지나자 축제장은 옛 장터의 분위기를 더했다.

행렬이 도착한 뒤에는 새우젓을 실은 황포돛배의 입항을 재현하는 행사가 펼쳐졌다. 사또 역할을 맡은 유 구청장이 새우젓 감별을 마치고 입항을 허가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유 구청장의 모습이었다. 구청장이라는 직함에서 흔히 떠올리는 근엄하고 딱딱한 모습과 달리, 그는 익살스러운 연기로 현장 분위기를 풀었다. 주민과 가까이 호흡하려는 모습이 행사에 활기를 더했다.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행사가 일방적인 기념식에 그치지 않고, 시민이 함께 웃고 즐기는 축제로 이어지는 장면이었다.

이어 새우젓 하선과 마당놀이, 국악인 박애리의 판소리 공연 등이 진행됐다. 과거 마포나루에서 이뤄졌던 물자 반입과 거래의 모습을 현대적인 축제 프로그램으로 풀어낸 것이다.

옛 나루터의 기억을 잇다…마포가 되살린 새우젓 유통 [지역 역사 보존·미래 가치로 발전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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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는 조선시대 한강 수운의 핵심 거점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물자가 모여들었고, 서해안에서 생산한 새우젓과 소금도 배를 타고 한강을 거슬러 이곳에 도착했다. 마포나루에서 거래된 젓갈과 어물은 한양 사람들의 식생활을 뒷받침했다. 김장철이면 빠지지 않는 새우젓 역시 이 물길과 장터를 통해 시민들의 밥상으로 이어졌다.

마포나루의 번성은 한국전쟁 직전까지 이어졌다. 새우젓을 비롯한 각종 어물의 주요 집산지였던 나루터는 전쟁과 도시의 변화 속에서 옛 모습을 잃었다. 지금은 과거처럼 배가 드나드는 포구를 보기 어렵지만,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는 그 시절의 경제활동과 생활문화를 오늘의 시민에게 전하는 문화적인 매개가 됐다.

마포구는 도화동에서 진행된 소규모 축제를 지역 대표 축제로 확대해 2008년부터 구 단위 행사로 발전시켰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축제는 옛 나루터의 역사를 알리는 동시에 새우젓 산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장터 역할도 맡고 있다.

행사장에서는 새우젓을 고르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마포구에 따르면, 올해 새우젓 판매 부스는 12개로 강경과 광천, 신안, 부안, 소래 등 주요 산지의 제품을 판매했다. 가격은 시중가보다 10~15% 낮게 책정해 김장철을 앞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도록 했다.

새우젓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자매결연도시와 지역 농협이 참여하는 특산물 장터에는 14개 부스가 들어섰고, 먹거리 장터도 12개 부스로 운영됐다. 새우파스타와 새우볶음밥 등 새우를 활용한 음식이 방문객을 맞았다.

장터에는 먹거리를 찾는 시민들이 몰렸고, 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먼저 왔는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축제의 인기가 단순히 구경거리에 머물지 않고 먹고 사고 즐기는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취재를 위해 행사장을 둘러보던 기자도 장터의 분위기를 직접 경험했다. 생생한 현장을 전하려면 사람들 사이에 섞여봐야 한다는 생각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였다. 취재수첩을 든 채 주변을 살피다 보니 어느새 장터의 소란스러운 활기가 가까이 다가왔다.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와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의 웃음, 자리를 찾느라 분주한 발걸음이 뒤섞였다.

과거 마포나루에서 물건을 사고팔던 사람들도 이처럼 북적이는 장터 한복판에서 하루를 보냈을까. 시대는 달라졌지만, 사람들이 모여 먹고 거래하며 관계를 맺는 풍경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는 옛 모습을 재현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마포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전시 공간도 마련됐다. 불광천 상암교에는 역대 축제 포스터를 활용한 ‘깃발다리’가 조성됐다. 지난 19년간 축제가 걸어온 길을 포스터로 돌아보며 지역 축제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수변무대 인근 문화나루터 마당에서는 ‘마포나루 기억터널’이 방문객을 맞았다. 옛 마포나루와 한강변 풍경, 거리와 주거지, 주요 시설을 담은 사진을 통해 도시가 변해온 과정을 소개했다. 과거 사진 속 풍경을 오늘날의 마포와 견줘볼 수 있어, 축제의 즐거움에 지역의 역사를 되짚는 의미를 더했다.

축제 현장에는 외국인 방문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행사 무대에서는 새우젓축제라는 문화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서 방문한 외국인도 소개됐다. 외국인 참가자와 유학생 등이 함께하는 김장 담그기 행사도 열렸다. 사회자에 따르면, 완성한 김치는 지역 내 저소득 가정에 전달된다고 한다. 한국의 김장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나눔까지 실천됐다는 의미다.

축제의 열기는 행사장 밖으로도 이어졌다. 월드컵공원과 하늘공원, 문화비축기지 등 주변 관광자원을 알리고 마포농수산물시장으로 방문객을 유도하는 역할도 했다. 축제장을 둘러본 뒤 찾은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는 손님과 상인 사이에 흥정이 오가기도 했다.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싱싱한 활어회 한 접시를 먹고 가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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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아이들과 함께 다시 찾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축제장에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에어바운스도 마련돼 있었다. 첫날 현장을 취재한 뒤 두 딸에게도 축제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싶어 일요일에 다시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와 돌풍이 이어지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휴대전화에 울린 재난문자에는 새우젓축제가 취소됐으니 방문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아쉬움은 컸지만, 가족과 함께 축제를 즐기려던 계획보다 시민의 안전이 먼저였다. 마포구는 실제로 18일 예정된 오후 프로그램과 폐막공연, 불꽃놀이와 레이저쇼를 취소했다. 축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보다 방문객의 안전을 지키는 선택이었다. 축제는 즐길거리를 늘리는 일만큼이나 위험에 대응하고 시민의 발길을 통제하는 일도 지역 축제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책임인 셈이다.

마포나루의 번영을 이끌었던 것은 한강을 오가던 배와 그 배에 실린 물자, 그리고 이를 사고팔던 사람들이었다. 오늘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축제장에 모인 시민과 상인,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아이들과 외국인 방문객이다. 공간과 방식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이 모이고 지역의 이야기가 쌓인다는 점에서 옛 나루터의 역할은 새로운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역사는 오래된 사진이나 기록 속에만 머물 때보다 시민이 직접 경험하고 나눌 때 더 가까워진다.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는 옛 물류 중심지의 기억을 먹거리와 체험·전시와 관광으로 풀어냈다. 지역 상권을 살리고 주변 관광자원까지 연결하며 과거의 유산을 현재의 활력으로 바꾸고 있었다.

이 축제는 새우젓을 사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은 마포나루의 기억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옛 나루터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도 전하고, 지역의 문화와 경제를 잇는 축제로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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