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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당하기 전에 막는다”…금융·통신·수사정보 한곳에

마혜경 기자

human07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1 00:00

AI 플랫폼 ‘ASAP’ 가동…9개월간 663억원 피해 사전 막아
의심계좌·악성앱·신규 휴대폰 정보 연계해 송금 즉시 차단

“보이스피싱 당하기 전에 막는다”…금융·통신·수사정보 한곳에
[한국금융신문 마혜경 기자] 금융·통신·수사기관이 보이스피싱 의심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자금 이동을 차단하는 대응체계가 본격 가동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권대영닫기권대영기사 모아보기 부위원장 주재로 경찰청, 국세청,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은행권 및 통신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은행 본점에서 ‘제2차 보이스피싱 근절 협의회’를 열고 보이스피싱 대응 현황과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4일부터 본격 시행된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ASAP)’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금융·통신·수사 분야 간 정보공유를 확대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ASAP은 금융회사 등이 보유한 보이스피싱 의심정보를 공유·분석하는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이다. 지난해 10월 은행권이 보유한 보이스피싱 의심정보를 바탕으로 출범했으며, 올해 7월 말까지 9개월 동안 총 46만3000건의 의심정보가 공유됐다. 이를 통해 7009건의 계좌 지급정지가 이뤄졌고, 모두 663억6000만원 규모의 자금 편취를 사전에 차단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달 4일부터는 개정된 ‘통신사기 피해환급법’ 시행에 따라 금융회사뿐 아니라 통신사와 수사기관도 ASAP을 통해 보이스피싱 의심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통신사들은 법 시행 직후부터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 등 100여건의 정보를 ASAP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금융회사들은 이를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과 연계해 계좌정지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실제 피해 예방 사례도 나왔다.

퇴직을 앞둔 A씨는 검찰청을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명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수사 중”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수사 협조와 자산 보호를 이유로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고 신규 휴대전화를 개통하도록 유도한 뒤 기존 계좌의 돈을 ‘안전계좌’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A씨가 송금을 시도한 계좌는 이미 다른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되는 것으로 판단해 ASAP을 통해 전 금융권에 공유한 의심계좌였다. 여기에 A씨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악성앱이 설치된 사실과 최근 A씨 명의의 신규 휴대전화가 개통됐다는 정보까지 확인됐다.

A씨가 거래하는 은행은 송금 시점에 이 세 가지 정보를 동시에 확인하고 이체를 즉시 중단했다. 상담원은 A씨에게 “검찰과 경찰은 전화로 계좌 이체나 자산 보호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안내했고, A씨는 노후자금을 잃을 뻔한 상황에서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금융권 내부의 협업도 강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보이스피싱과 자금세탁 범죄가 복합적으로 연계되는 최근 범죄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FDS와 자금세탁방지(AML) 부서 간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기존에는 보이스피싱을 탐지하는 FDS와 신종피싱을 포함한 자금세탁을 담당하는 AML이 별도로 운영됐지만, 두 시스템의 데이터를 연계해 탐지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말부터 7월까지 AML 시스템을 통해 포착한 타행 의심계좌 정보 576건을 ASAP에 공유했다. 이를 통해 다른 금융회사들도 해당 계좌의 이상거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과 통신 분야의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경찰 및 은행과 협업해 악성앱 제어 서버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이 대출을 받아 범죄조직에 거액을 송금하려던 사례를 사전에 차단했다고 밝혔다. 또 피해 우려 고객을 직접 방문해 피해 패턴을 분석하고, 24시간 악성 URL과 앱을 모니터링하는 등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LG유플러스는 개정법 시행에 앞서 지난해 8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범죄 수법 공유와 협업 과제 발굴, 피해 예방 지원체계 마련 등을 추진해왔다. 법적 근거까지 마련되면서 금융·통신 분야의 협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마약과 불법도박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통장 문제에도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포통장 실태를 조사하고, 확인된 대포통장에 대해서는 법무부·국세청·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규 대포계좌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과 자금도피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는 가상자산에 대해 의심거래 탐지와 계좌정지, 자금환수 등이 가능하도록 개정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수사과정에서 사법협조자에 대한 형벌 감면제도를 보이스피싱 범죄에 도입하는 법안도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ASAP의 핵심 의미가 단순히 새로운 기술 플랫폼을 구축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분리돼 있던 금융·수사·통신 분야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실질적인 협업이 가능해졌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기관과 업권 간 정보공유와 협업을 확대해 보이스피싱 범죄가 피해로 이어지기 전에 차단하는 대응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특히 대포통장에 대한 전 금융권 점검과 제도 개선을 병행해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각종 금융범죄 피해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마혜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human07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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