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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춘 초대전 ‘Moon & Wave:달과 수묵’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16 13:31 최종수정 : 2026-04-17 07:31

달빛과 먹의 만남…K-수묵의 현재를 묻다
5월14일~6월3일 서울 강남 ‘아톨로지’서

달빛(Moonlight) , 90×212cm, Color and Ink on Korean Paper, 2021

달빛(Moonlight) , 90×212cm, Color and Ink on Korean Pap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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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먹물이 한지 위에 번지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선의 이동이 아니다. 번짐과 스밈 사이에서 무언가가 생겨나고, 그 여백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수묵화가 류재춘(54)의 작업을 처음 대면하는 이들은 그 말없는 공간의 밀도에 압도된다.
K-수묵화 대표 주자로 꼽히는 류재춘 작가가 오는 5월14일부터 6월3일까지 서울 강남에 있는 도형태 현대갤러리 회장의 VIP 전시공간인 아톨로지(Artology)에서 특별초대전 ‘Moon & Wave:달과 수묵’전을 연다.

‘달’ 주제 수묵화 20여 점 선뵈

류 작가는 이번 아톨로지 전시에 오랜 세월 천착해온 '달'이라는 원형적 이미지와 '수묵'이라는 전통적 매체를 하나의 화면에 융합한 20여 점의 수묵화를 내놓는다. 특히 전통적인 기법으로 그린 수묵화 뿐 아니라 미디어아트로 재해석된 수묵화도 전시한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출발점이자 본령인 수묵 회화의 본질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류 작가는 20대 초반부터 진경산수에 매료돼 금강산과 중국 황산을 비롯한 세계의 명산을 탐방하며 동양화의 자연주의 사상을 몸으로 익혔다. 한밤중에 산을 오르고 자동차 트렁크에 걸터앉아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제주 해안도로에서 파도를 바라보며 '바위꽃' 연작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지금도 특정한 영감이 떠오르면 그 순간에 집중하며 시간을 잊고 그림을 그린다. 그에게 자연은 참고서가 아니라 작업실 자체였다.

묵산(Majestic Mountain Green), 193×130cm, Color and Ink on Korean Paper, 2026

묵산(Majestic Mountain Green), 193×130cm, Color and Ink on Korean Pape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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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넘어 세계관 된 ‘달’

류 작가가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은 결정적 계기는 '달'이다. 크고 환하게 화면을 가득 채우는 보름달은 류 작가 작업의 시그니처 이미지다. 달빛은 그에게 물리적인 빛이라기 보다 내면을 울리는 정신적 빛이자 치유·성찰과 조화·희망을 환기시키는 근원적인 에너지다. 안현정 미술비평가가 "풍요의 달이 류재춘이 되었다"라고 평했을 정도로 이제는 시그니처를 넘어 세계관으로 확장된 듯하다.

월화(Moonlight), 73×130cm, Color and Ink on Korean Paper, 2025

월화(Moonlight), 73×130cm, Color and Ink on Korean Pap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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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타이틀에 'Wave(파도)'가 들어간 점은 독특하다. 달이 인력으로 조수를 움직이고 파도를 만들듯이 달의 기운이 화면 속 수묵의 물결을 일으킨다는 작가의 사유가 담겼다. 달의 항구성과 파도의 유동성, 정(靜)과 동(動)의 변화, 그 긴장의 순간들은 먹빛으로 포착된다. 동양화에서 수묵은 그 자체가 이미 유동적이다. 붓이 닿는 순간 먹은 번지고, 한지는 그것을 받아들이며 파도처럼 예측 불가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수묵을 과거 양식서 현재 언어로 구현

류 작가가 구현한 화면에는 이런 산수화의 문법이 살아 있지만 재현의 의무에서는 자유롭다. 박영택 평론가가 류 작가의 작업에 대해 "전통적인 붓질을 유지하면서도 구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필치와 태점이 공존하는 독자적인 회화적 공간"이라고 진단한 것은 적확하다. 대상보다 먹의 물성과 필묵에서 나오는 감흥이 전면에 드러나도록 의도하기 때문이다. 그가 수묵을 '과거의 양식'이 아닌 '현재의 언어'로 구현해내는 방식이 그렇다.
Waterfall, 130x162cm, Ink on Korean Paper,  2020

Waterfall, 130x162cm, Ink on Korean Pap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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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 작품까지…전통의 재해석

류 작가는 성균관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동국대에서 미술학 박사를 받아 이론적으로도 기틀을 탄탄히 잡고 있다. 현재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에서 대우교수로 LED·미디어아트·AI와 수묵의 접점을 탐색하는 융합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지난해 1월엔 제주 비도 갤러리에서 실내외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열었고, 10월엔 카타르 도하의 문화중심지 '카타라 문화마을'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 개인전을 개최했다.

류 작가의 이런 융합적 행보는 이번 아톨로지 전시에서도 미디어아트 작품들 속에 녹아 있다. 전통을 박물관에 머물게만 하지 않고 현실 화면 위에 숨쉬게 하려는 것이다. K-수묵이라는 흐름 속에서 류 작가가 나름대로 꺼내든 현재형 답안인 셈이다. 전시장에서 작품 속 달빛이 먹빛이 되고, 먹빛이 파도가 되는 그 화면 앞에 서서 관람객은 잠시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맞게 될 테다.
류재춘 작가 전시회 포스터

류재춘 작가 전시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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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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