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버스와 여의도 전경./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주변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취재한다고 돌아다니다 다치지 말고 얌전히 있자?”라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해주는 와이프와 “지각해도 되니까 사고나지 않게 조심히 타라”는 부장의 따뜻한 한마디에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다치려고 타는 것도 아닌데 앞서 걱정부터 한다. 괜히 출항 전부터 결의가 생겼다.
집 밖을 나선 이날은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2일 한파주의보가 내려졌고, 손끝이 시릴 정도의 추위였다. 하지만 기자는 두꺼운 패딩과 두툼한 지방층에 의지해 마포구청역으로 향했다.
강변을 향해 가는 길은 상쾌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맑은 공기와 카페거리 풍경이 눈을 즐겁게 했다. 9시 22분, 드디어 망원 선착장 도착. 하지만 이내 허탈감이 밀려왔다. 출항이 9시 26분인데, 이미 게이트가 닫혀 있었다. 안내 요원은커녕 표지판조차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주 기자는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청소 중인 직원에게 “지금 탈 수 있나요?” 물었더니, 그제야 안쪽으로 가서 한 직원을 데려왔다. 그는 “잠실행 타실 거예요?” 그렇다고하자, 게이트를 열어주긴 커녕 틈으로 들어가서 카드를 찍으라고 한다. 게이트를 열어주거나 치워주는 기본적인 행동조차 없었다. 일반 시민이었으면 오만상에 일갈을 내지를만한 상황이었지만, 아름다운 출근길을 위해 아무 말없이 묵묵히 한강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의 자부심으로 인한 주 기자의 기대가 와장창 일그러지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재운항 3일째임에도 행정은 여전히 엉성했기 때문이다. 출입구는 제멋대로, 안내는 불친절했고, 탑승 시스템은 미비했다. “이래서 한강버스가 아직은 단순 관광버스라는 말이 나오는구나”싶었다.
9시 26분. 주 기자가 탄한강버스가 첫 항로를 열었다. 총 승객은 11명. 취재를 위해 다가가 확인해본 결과, 이 가운데 3명이 기자였다. 이후 여의도에서는 6명이 탑승했는데, 외국인 관광객 4명과 인플루언서 1명이었다.
물 위로 달리지만 도심의 아침 풍경은 여전히 낯설었다. 자평하자면, 당시 분위기만 봐도 출근길 시민이라기보단 유람선 관광객에 가까웠다. 실제로 관광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언컨대 최고였다. 3500원의 요금으로 밤섬을 코앞에서 보고, 63빌딩과 한강길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강 위에서 바라본 서울은 이토록 새로웠다.
그 순간만큼은 “이래서 이 사업을 시작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선착장 위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 열 명 남짓한 승객들, 잔잔한 물결 위로 펼쳐진 고요함 속에서 ‘다음에는 두 딸과 함께 타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또 1열좌석 마다 마련된 전기 콘센트는 이동 중 업무를 위한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충전하기에도 충분했다.
다만 감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상에서 사진을 찍다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다만, 급히 육성 방송이 흘러나왔지만 언어는 한국어 뿐이었다. 역시나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후 선박안에서는 영어로 녹음된 안전수칙만 조용히 울릴 뿐이었다. 출퇴근·관광을 떠나 서울시가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한강버스를 대표 교통수단으로 내세운 만큼, 다국어 안전방송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시를 넘기자 한강 위엔 적막이 흘렀다. 승객은 줄고, 웃고 떠드는 선박직원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과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운항을 맡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옥수 선착장에 도착한 이후 설문조사원들이 다가와 “무슨 목적으로 타셨나요?” 묻는다. “출퇴근입니다”라고 답하자 “귀하신 분이 나타나셨다”며 놀라워했다. 이날 오전 주 기자는 서울시가 그토록 찾길 원하던 귀하신 분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에서 잠실까지 운항 중이다. 막힘 없는 물길 위 이동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이용할 수 있는 시민층은 한정적이다. 한강변 인근에 거주하거나, 회사가 한강 인근에 위치한 경우가 아니라면 활용 자체가 어렵다. 즉 소수를 위한 교통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첫 배가 오전 9시 26분이라는 점도 문제다. 즉 통상적인 출근 시간대엔 운항하지 않는 셈이다.
서울시는 내년 3월부터는 오전 7시 첫 배를 계획 중이라고 밝힌 만큼, 빠른 행정처리가 중요해 보인다. 다만 단순히 시간만 당겨선 해결되지 않는다. 선착장 접근성, 셔틀 운영, 결제·예약 시스템과 더불어 직원들의 기본기와 전문성도 보완돼야 한다. 특히 강북권 선착장처럼 셔틀이 없는 구간은 ‘차별 운항’이라는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이날 주 기자가 출근을 위해 타본 한강버스는 ‘출근 교통수단’이라기보다 ‘관광형 이동 콘텐츠’에 가까웠다. 경치는 좋고, 분위기도 색다르다. 그러나 행정의 미숙함과 시스템의 불편함은 유지 중이다.
한강버스는 15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러나 단순 유람선에 머문다면 그 의미는 반감된다. 서울시가 수상대중교통의 신기원이라 내세운 만큼 시민들이 한강 출근길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으려면, 미세한 행정 하나하나까지 개선이 필요하다.
이름은 한강버스지만 이날 주 기자에게는 지각버스였다. 다만 언젠가 서울의 물길이 진짜 출근길이 되는 날, 주 기자 지각 덕분에 좋아졌다고 자평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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