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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물러설 수 없다"…한진 '주7일 배송', 약일까 독일까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4-25 06:00

한진, 27일부터 '주7일 배송' 도입키로
쿠팡 확장에 CJ·롯데·한진 실적은 주춤
택배기사 "협의 없어"…인력부족 우려

한진이 오는 27일부터 '주7일 배송'을 도입한다. /사진=한진

한진이 오는 27일부터 '주7일 배송'을 도입한다. /사진=한진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글로벌 물류 시장 선점에 나서던 한진이 돌연 ‘주7일 배송’ 카드를 꺼내 들었다. 쿠팡과 CJ대한통운이 국내 택배 시장을 양분하는 상황에서 주말, 휴일 배송 없이는 고객사를 다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회사 내부적으로 인력이나 인프라 등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한진이 대내외 급변하는 택배 시장에서 ‘주7일 배송’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지 주목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오는 27일부터 수도권과 전국 지방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주7일 배송’을 개시한다.

앞서 한진은 지난 2월 들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휴일 배송’을 전개해왔다. 이커머스업체인 11번가와 협력해 토·일요일 오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하도록 한 사업이다. 11번가의 직매입 상품인 ‘슈팅배송’과 풀필먼트(통합물류)를 이용하는 ‘슈팅셀러’를 맡아왔다.

한진의 이번 ‘주7일 배송 개시’ 선언은 CJ대한통운이 ‘주7일 배송·주5일 근무’를 발표한 지 3개월여 만에 나왔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국내 택배 사업 1위 자리를 처음으로 쿠팡에 내준 바 있다. CJ대한통운의 지난해 택배 매출은 3조7289억 원으로, 전년(3조7227억 원) 대비 제자리걸음 수준에 그쳤다. 반면 이 기간 쿠팡의 택배 사업을 담당하는 물류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2조6217억 원에서 46.3% 증가한 3조8349억 원의 매출을 써냈다.

이는 쿠팡이 기존 ‘로켓배송(당일배송)’에서 ‘제3자 물류(3PL)’로까지 진출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현재 1400만 명의 유료 멤버십 회원과 2100만 명의 일반 회원을 두고 있는 쿠팡이 직매입 배송 체제에서 택배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 물류 기업들의 중소 고객사마저 잠식한 것이다. 쿠팡의 급성장이 CJ대한통운을 2위로 밀어낸 것뿐만 아니라 3·4위권 주자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의 입지마저 흔들고 있다.

한진 측은 “고객 서비스를 제고하고,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서 집배점과 택배기사 그리고 회사가 모두 생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휴일 배송을 검토해왔다”며 “집배점, 택배기사와 충분하게 논의를 거쳐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한진의 위기감은 지표로도 드러난다. 한진의 지난해 택배 사업 매출은 1조3848억 원으로, 전년(1조3828억 원)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택배 사업 매출이 한 해 전 1조4135억 원에서 1조4291억 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택배 1~3위권이자 정통강자였던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모두 쿠팡의 종횡무진 활약에 실적이 주춤하고 말았다.

심기일전.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는 한진이 사세 확장에 액셀을 밟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 3세 조현민닫기조현민기사 모아보기 사장은 지난해에만 독일, 체코,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유럽과 아시아 전역을 돌았다. 포화상태인 국내 택배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물류 쪽으로 사업 방향을 튼 것이다.

포워딩 사업은 수출입 물류 고객사에게 해상과 항공 운송을 중심으로 최적화된 운송을 설계해주고, 화물을 목표 지점까지 신속히 전달해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한진은 자체 컨테이너와 터미널, 통관장, 해외 물류 거점 등의 인프라를 보유한 만큼 포워딩 물류를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고 봤다. 한진은 2023년 18개 국가, 34개 거점에서 2024년 22개 국가, 42개 거점으로 글로벌 인프라를 확대해 왔다.

한진은 올해에도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태국 등 주요 3개 국가를 조현민 사장이 직접 방문하면서 글로벌로 힘을 주는 모습이다. 앞서 한진은 지난해 태국과 싱가포르,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신규 법인을 세웠다. 아세안 지역의 물류 거점을 활용해 동남아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택배 사업에서는 ‘주7일 배송’을 꺼내며, 승부수를 던졌다. 한진의 매출 구조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택배 사업을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쿠팡의 위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한진의 작년 매출은 별도 기준 2조4375억 원이다. 그중 택배 사업으로 1조3848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한진 전체 매출의 56.8%에 해당한다. 하지만, 택배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지금 한진으로선 주7일 배송이 아니고선 실적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말에도 택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주7일 배송 없인 고객사를 유지하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현장 인력인 택배 기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인력과 근무제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진이 ‘주7일 배송’을 시작한다면 파열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한다. 한진의 택배기사는 현재 8000여 명으로, 이는 주7일 배송을 먼저 시작한 CJ대한통운(2만3000여 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진 택배기사들은 추가 인력 투입 없이 주7일 배송을 하게 되면 기사 한 명이 맡은 담당권역과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거라는 입장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한진 택배기사 1093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주7일 배송’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택배노조는 이와 별개로 한진의 ‘주7일 배송’ 반대 서명도 받고 있다.

택배노조 측은 “CJ대한통운과 달리 한진은 아무 협의 과정 없이 ‘주7일 배송’을 강행하고자 한다”며 “배송 속도전이 중요한 상황에서 ‘주7일 배송’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는 협약”이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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