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그룹 숙원 사업인 증권사 인수합병(M&A) 전략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우리금융은 온라인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 인수 방안을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M&A 최우선 대상으로 증권사를 언급해 온 만큼 임기 2년차를 맞은 임 회장이 이번 인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이사회에서 한국포스증권 인수 방안 논의에 돌입한다. 이사회에 이어 진행되는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증권 인수와 관련한 입장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증권은 기존 은행이나 증권사 대비 3분의 1 수준의 수수료로 투자할 수 있는 ‘S클래스’ 펀드 판매를 독점해왔지만 설립 이후 공모펀드 시장 불황과 자본금 한계 등으로 5년간 적자가 이어졌다. 이후 한국증권금융은 2018년 말 포스증권 지분 54.99%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에 올라 다양한 체질 개선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9년에는 ‘온라인 증권사’로 환골탈태를 꾀하며 사명을 기존 펀드온라인코리아에서 한국포스증권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증권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현재 포스증권 지분은 증권금융이 51.7%, 인공지능(AI) 투자기업 파운트가 28.6%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을 매각했다. 이에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은 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은 1.8% 감소한 8978억원에 그쳤다. 순영업수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1.97%에 불과하다.
임 회장은 작년 3월 취임 직후 증권, 보험 M&A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 인수와 관련해 “좋은 물건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인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11월에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적극 타진했으나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인수 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당초 우리금융이 설정한 증권 인수 후보는 자산관리(WM) 서비스 등 그룹 시너지에 조금 더 유리하고 균형 잡힌 수익 구조를 보유한 중형급 이상 증권사였으나 이에 부합하는 증권사의 시장가치가 고평가되면서 가격 협상에서 난항을 겪었다. 우리금융은 규모가 작은 증권사더라도 좋은 가격에 인수해 일단 금융투자업 라이선스를 얻은 뒤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우리종합금융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지난달 우리종합금융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우리종합금융의 자기자본은 1조1000억원을 웃돌면서 11위~20위권 중형 증권사 수준으로 올라섰다. 포스증권의 자본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698억원 수준이다.
자본 규모는 열위에 있지만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 신탁업(IRP)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신규 라이선스 발급 없이 우리종합금융과의 합병 시 기존 종금사 업무와 합쳐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우리종합금융의 단계적 자본 확충을 지속 추진하면서 기업금융 인력과 시스템 등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적자 기업을 인수해야 하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포스증권은 2021~2022년 2년 연속 7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 3분기 누적 적자 규모도 42억원에 달한다. 또 소형사 인수 시 당장 자회사와의 시너지 등에는 한계가 있어 인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증권은 온라인 펀드 전용 쇼핑몰 ‘펀드슈퍼마켓’을 핵심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지점도 1개밖에 불과해 사실상 온라인 증권사로 분류된다. 인력은 100여명에 그친다.
포스증권 인수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금융은 자체적으로 리테일 역량을 구축해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금융(IB), WM 영업 기반이 약한 만큼 관련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이 실제 포스증권을 인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임 회장이 과거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우리금융에서 인수한 옛 우리투자증권은 당시 자기자본 기준 국내 증권사 2위였다. 다만 현재로선 임 회장의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인 만큼 우리금융이 우선 소형 증권사를 인수한 뒤 추후 우량 매물이 나올 경우 증권사를 추가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우선 증권업 라이선스를 얻고 종금과의 합병 등을 추진하는 게 낫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간 내에 시장에 우리금융 눈높이를 충족하는 우량 매물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형 증권사 인수 시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로 기대했던 계열사와의 시너지 같은 효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상당 부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자금과 인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