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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호KIC 사장, 새해 금융시장에 던지는 세 가지 질문

편집국

기사입력 : 2024-01-29 00:00

통화정책 전환 결국 ‘속도'와 ‘강도'가 문제
경기 둔화·지정학적 리스크 향방도 주목

진승호KIC 사장

진승호KIC 사장

투자자들이 신문 경제면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뉴스는 경제지표 하락, 실적 감소와 같은 소식이 아니라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시장의 방향성을 알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간을 두려워 한다.

그러나 재무 이론에서 투자 수익은 곧 ‘변동성의 산물’이다. ‘변동성의 위험이 있기에’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지난 2년은 이 두 가지를 극명하게 실감한 시간이었다.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전 세계 중앙은행은 코로나 이후 상승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에 나섰다. 채권 가격은 폭락했고 주식 시장도 유동성 축소 환경 속에서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채권 지수가 공표된 1990년 이후 최초로 주식과 채권 모두 동시에 두 자릿수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현대 금융의 역사에 남을 한 해가 됐다.

2023년 초에도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은 매우 컸다. 필자가 작년 초 뉴욕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2023년 한 해 S&P500 지수 전망치로 3,400부터 4,800을 제시했다. 사실상 ‘시장 향방을 읽기 어렵다’라는 고백이었다.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터지며 위기감이 고조되었고, 하반기에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널뛰기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이라는 5% 선을 넘을 정도로 급등했다가, 연말에는 3.8% 수준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라는 미 국채 10년물 가격이 웬만한 신흥국 주가지수 못지않게 큰 변동성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2023년 이 모든 변동성의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S&P500 지수는 작년 한 해 24% 상승했다. 어느새 전고점 돌파가 코앞이다.

2024년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난 2년의 거친 파고를 지나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변동성 요인들로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다. 불확실성을 넘어 성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질문을 던지고, 경제와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럼 지금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세 가지를 꼽고 싶다.

첫째, 통화정책 전환은 어떻게 이뤄질까.

작년과 비교해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음을 언급했다. 사실상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한 셈이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연준과 시장이 바라보는 방향이 맞닿았다.

그러나 남은 문제는 ‘속도’와 ‘강도’다. 이미 시장은 올해 연내 연준이 금리를 4~5회 인하할 가능성에 베팅하며,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달리고 있다. 언제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인지,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얼마나 이뤄질 것인지를 둘러싸고 연준과 시장은 여전히 동상이몽 중이다.

이에 대한 실마리는 오는 3월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3월 19~20일 열릴 미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지, 또 향후 금리 인하의 속도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기 둔화는 찾아올까.

한때 인플레이션은 ‘짖지 않는 개’에 비유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가가 올라가야 할 상황에서도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제는 경기 둔화가 그런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강도 높은 통화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민간 소비는 여전히 튼튼한 모습을 보였고, 강력한 확장적 재정 정책의 영향으로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올해는 다를까. 시장에서는 그간 누적된 통화 긴축의 영향이 이연돼 나타나면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의 강고한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급격한 침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또한 하반기 들어서는 점진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화되면 이에 따라 통화정책 또한 완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해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와 중앙은행의 긴축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서로 맞붙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 두 가지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시장은 또 한 번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지정학적 긴장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지 오래다. 2018년 미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행정부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로 본격화된 미-중 갈등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과 미국 제조업 부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및 우방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또한 동남아, 유럽, 남미와의 무역을 확대하며 미국과의 무역 축소를 상쇄해 가고 있다.

실물 경제뿐만 아니라 금융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간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중국·홍콩에 유입되던 국제 금융 자본은 일본, 인도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2023년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미국·유럽 진영과 러시아·중국·이란 연합 간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양안 관계 역시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다.

올해는 이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2024년은 ‘글로벌 선거의 해’로 미국·대만·대한민국 등 약 50개국에 주요 선거가 예정돼 있다.

특히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있다. 선거 결과는 향후 미국의 외교, 경제, 무역 정책에서부터 국제 자본 흐름은 물론, 기후 변화 등 글로벌 정책 공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들 중에서도, 이 세 가지 질문에 얼마나 현명하게 답변할 수 있는지가 올해 글로벌 투자의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 생각한다.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 자체는 두렵다. 하지만 높은 변동성 속에서도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과 냉철한 혜안을 가지고 큰 줄기의 흐름을 찾아내고, 창의적인 투자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장기 투자자가 갖춰야 할 덕목일 것이다. 우리 투자자들이 새해에도 강하고 담대한 마음으로 금융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길 소망해 본다.

[진승호KI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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