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20일 권대영 상임위원 주재로 금융감독원·한국은행·금융협회 등과 함께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작년 10월 이후 회사채·단기금융시장 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보험·저축은행·여전·금융투자업권의 유동성 규제 등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지난 3월 한 차례 연장을 통해 이달 말까지 조치 기한이 유지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안정된 시장상황, 금융권의 대응여력 등을 감안할 때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더라도 금융회사들은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향후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는 당분간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은행 예대율(원화대출금/원화예수금), 지주회사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 보험 퇴직연금 차입 한도 규제 완화 조치는 다음달부터 정상화된다.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의 경우 다음달부터 오는 12월 말까지 95%를 적용하는 등 단계적 정상화를 재개할 예정이다. 내년 규제 비율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올해 말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LCR은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LCR을 기존 100%에서 85%로 낮췄다가 지난해 정상화 과정에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올해 6월 말까지 92.5%를 유지하도록 했다.
저축은행의 과도한 수신 경쟁 완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저축은행 예대율, 여전업권 원화 유동성비율·부동산 PF 취급 한도, 금융투자회사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자산 내 여전채 편입 비중 완화 조치는 올해 말까지 추가 연장한다.
금융위는 “향후에도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예상치 못한 금융시장 위기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정상화 유예나 규제 비율 하향 등의 필요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신속하게 이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달부터 은행채 발행 규모 관리 기준도 완화된다. 현재 은행채는 월별 만기도래분의 125% 이내에서 발행되고 있는데, 분산 발행 유도를 통한 채권시장 부담 완화를 위해 발행 규모는 유지하되 관리 기준을 월별에서 분기별 만기도래분으로 조정한다.
LCR 산정 시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해 대차거래(소유권 이전) 방식 수취 채권 담보를 고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하는 등 은행권의 유동성비율을 개선할 수 있는 보완조치도 시행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권 연체율 동향 점검도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현재의 연체율 수준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저축은행 사태 등의 시기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 금융회사의 자본적정성·수익성·건전성 등을 감안할 때 시스템적 위기로 확대될 우려는 없으며 충분히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긴축적 통화정책이 종료되고 경기 및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 연체율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당분간은 연체율 상승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연체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연체율 관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융당국은 최근 연체율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큰 저축은행·여전사·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 대한 현장점검 등을 통해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 및 연체율 관리를 독려하는 등 집중 관리를 실시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의 충분한 자본·충당금 적립 유도과 부실채권 매각·상각 확대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과 연체율 관리를 강화하고, 충분한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통해 연체율 상승에 따른 저신용자 신용위축에 대해서도 대응할 계획이다.
참석자들은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등 주요국의 향후 통화정책 관련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라 향후 국내 금융시장 안정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대내외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당국과 업권간 소통을 지속해 나가면서 필요시에는 적극적으로 공동의 대응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시장 안정으로 시장안정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수요는 높지 않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당분간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가기로 하였다.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CP매입프로그램 등 시장안정프로그램은 현재 총 35조원 이상의 충분한 지원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불안 심화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시장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부동산 PF 시장의 경우 현재 전반적으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부실․부실우려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 금융협회는 금융권이 ‘PF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질서있는 정상화를 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며 “모범사례를 지속 발굴해 전 금융업권으로의 확산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