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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3.8만명 사금융 내몰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기사입력 : 2023-02-13 00:00

최고금리 상한 유연하게 운용해야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3.8만명 사금융 내몰려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불법 사금융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대 3만8000명의 서민들은 대부대출 시장에서 배제됐으며 서민금융 최후 보루인 등록 대부업체 수도 쪼그라들었다.

합법 대부업체는 줄고 불법 사금융 이용자는 늘고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된 2021년 7월 이후 1년 동안 최소 1만8000명에서 최대 3만8000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다.

2021년 말 기준 5620개였던 대부업체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기 직전인 2021년 6월 대비 72개(1.3% 감소)가 사라졌다.

반면 불법 대부광고와 고금리, 불법 채권추심, 불법 중개수수료 등 불법 사금융은 2017년 5937건에서 2021년 9238건으로 최근 5년간 56%나 증가했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표한 ‘2021년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 이용자 변화 분석’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이후 조달금리 상승과 대부업권의 신규 대출 공급 중단 등에 따라 기존 대부 이용자들의 불법 사금융 유입 규모가 증가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대부업체 중 유일한 코스닥 상장사인 리드코프는 대부중개업체를 통한 신규대출 영업을 축소했다.

한때 업계 1위였던 산와대부(산와머니)는 2019년부터 신규대출을 전면 중단했으며, 대형 대부업체인 조이크레디트도 2020년부터 신규대출 영업을 중단하고 직원 대부분을 정리했다.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 7월 이후 대부대출을 이용하지 않았으면서 1·2금융권에서도 새로 대출을 받은 적이 없는 차주들의 신용평점과 대출잔액 변화를 고려한 결과, 대부 이용자 감소의 최소 10.6%에서 최대 23.1%가 대부대출 시장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이는 NICE평가정보 상 2020년 6월 말 대부대출 계좌 보유자 31만6544명 중 표본 3만9824명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다.

여기서 10.6%는 2022년 6월 말 신용평점이 350점 이하인 경우, 장기연체 등으로 인해 대부대출이 승인되지 않아 대부업체를 이용하지 못하는 차주의 비율이다.

신용평점이 상승하고 1·2금융권 대출 잔액이 감소한 차주는 대출 수요 감소에 따라 대부대출을 이용하지 않은 차주로 간주하고, 대부대출 시장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차주(12.8%)로 분류했다.

23.1%는 2021년 6월 말 이후 1·2금융권 및 대부대출을 새로 이용하지 않은 차주(35.8%) 중 대부대출 시장 배제 가능성이 가장 낮은 차주(12.9%)을 제외한 비율이다.

위 추정치를 금융감독원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2022년 6월 말 대부 이용자는 2021년 6월 말 대비 16만 6000명 감소)에 대입하면 2021년 6월 말 이후 2022년 6월 말까지 1만8000명~3만8000명이 대부대출 시장에서 배제돼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결과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불법사금융 이용자 증가 규모 3만9000명,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추적 조사에 나타난 2018년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불법사금융 이용자 유입 규모 3만8000명과 유사한 수치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법 사금융 유입 규모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므로 추후 분석을 통해 2018년 이후 지속된 대부대출 시장 추세에 유의한 변화가 발생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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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 따라 최고금리 내리고 올리는 ‘탄력적 규제’ 필요

문제는 최고금리 인하가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대부업계가 붕괴될 수 있고 7~10등급의 저신용자는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18년 2월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내려갔을 때 26만1000명이 대출 만기 후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이중 4만7000명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됐다.

서민들의 이자 비용 경감과 대출시장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작된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결과적으로 ▲대부금융시장 대출 공급량 및 공급 축소 ▲저신용자의 대부업체 이용 기회 축소 ▲대부금융시장 지속가능성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퇴짜 맞은 서민 취약계층을 불법 사금융의 먹잇감으로 내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했을 땐 제로금리 시대였다”며 “그때는 20%로 인하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당시보다 금리가 3% 이상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치로만 본다면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23%가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철 숙명여대 교수는 ‘금리 상승기 민생 안정을 위한 최고금리 규제 완화에 관한 연구’를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최소 26.7% 이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물가 상승률 등에 따른 대부금융시장의 적정금리 수준을 예측한 결과 대부분의 예측치가 20%를 상회했다.

기준금리와 물가 상승률이 각각 3%와 5%일 경우 대부금융시장의 금리 예측치는 최저 26.7%, 최대 37.7%, 평균 32.2%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대부금융시장의 적정 금리 수준이란 외부 영향 요인의 변화라든지 시장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며 “어떤 상황 변화에도 예외 없이 20%라는 고정적인 금리 상한을 정해 두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부금융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경제 상황에 따라 최고금리를 올릴 수도 있는 ‘탄력적 규제’가 보다 실효적”이라며 “취약계층의 포용 확대를 위해서라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정 금액 이내의 단기 소액 대출은 최고금리 적용을 예외로 두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라는 게 금융시장의 현 상황을 판단해서 인하하기보단 정무적인 판단, 즉 선거와 연동하는 착한 정책의 역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업법이 생겨난 이유는 지하경제의 양성화였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더 인하하는 것은 대부업권을 음성화로 회귀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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