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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총파업’ 은행 영업점 가보니…시중·국책銀 상반된 분위기 [르포]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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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9-1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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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총파업’ 은행 영업점 가보니…시중·국책銀 상반된 분위기 [르포]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오늘 파업인 것을 모르고 방문했는데 평소와 같았습니다.” “업무 보는 데 별다른 차질이나 불편은 없었어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6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한 16일 시중은행 영업점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전국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국책은행 노조 등이 속한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오전 10시부터는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약 3만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 3000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인 삼각지역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금융노조 소속 노조원들은 업무를 중단했다. 하지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영업점은 평소와 같이 정상적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 창구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은행을 찾은 고객들도 불편함 없이 업무를 봤다. 영업점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안내문 비치 등 별도의 고객 안내도 없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전체 직원 대비 0.8% 수준에 그쳤다.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A 시중은행 영업점은 많은 고객이 몰렸지만, 평소보다 대기시간이 지연되지는 않았다. 해당 영업점 청원경찰은 “최근에 고객이 늘어 기본 20~30분 대기가 생기고 있지만 오늘도 평소와 같은 분위기”라고 했다. 한 창구직원은 “저희 지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한 명도 나간 직원이 없어 평소와 같이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고객들이 파업으로 인해 교통이 통제되면서 은행을 오고 가는 데 불편함을 겪었다고 토로하기는 했다”고 말했다.

이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도 은행 업무를 보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 대출 상담을 위해 방문한 한 고객은 “오늘 파업인 것을 모르고 방문했지만 평소와 다른 것은 없었다”며 “원활히 업무를 봤다”고 했다. KB국민은행 명동영업부 역시 평소처럼 한가했다. 대기 고객은 1~2명 정도로, 고객보다 직원이 많아 오랜 기다림 없이 응대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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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금융노조 파업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 만큼 직원들의 실제 파업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대부분 시중은행은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100명 내외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파업의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며 “업무가 많아 바쁜 점도 참여율을 떨어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국책은행의 경우 직원 다수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시중은행과 상반된 분위기를 보였다. 기업은행 노조는 공공기관 혁신안에 반발하고 있고 산업은행의 경우 부산 이전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전체 노조원(9600명)을 기준으로 약 48% 수준이었다. 산업은행의 경우 노조원(약 2100명) 기준 파업 참여율이 76.2%에 달했다.

서울 을지로 인근 한 IBK기업은행 지점은 대부분 창구직원이 자리를 비워 직원 3명이 고객을 응대했다. 영업점 곳곳에는 ‘금융노조 총파업에 따른 대고객 안내문’과 ‘은행 업무처리 시간이 지연되거나 일부 업무가 제한될 수 있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기업은행은 전날 홈페이지에 ‘영업점 방문이 꼭 필요한 경우는 16일을 피해 방문하거나 방문 전 영업점으로 연락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공지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한 KDB산업은행 지점에도 입구에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 은행이 잠시 멈춥니다’라는 내용의 총파업 안내문이 있었다. 하지만 기업은행과 산업은행도 필수 인원은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한편 직원이 부족한 지점에는 본점에서 추가적으로 인력을 파견해 업무에는 큰 차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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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17개 은행에서 약 9807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파업 참여율은 전체 직원의 9.4% 수준으로, 조합원 대비 참여율은 13.6%이었다. 금감원은 이날 금융노조가 예정대로 파업을 진행함에 따라 17개 은행 본점과 전산센터에 검사인력을 파견했다. 또 은행별 파업 관련 동향 및 전산시스템의 정상 가동여부를 점검하는 등 현장 상황에 대응했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달 19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투표율 79.27%, 93.4%의 찬성률(투표 조합원 수 기준)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37개 지부 전국 사업장에서 총 7만1958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이 6만7207표를 얻었다.

금융노조의 요구안에는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인력 유지 ▲금융공공기관의 자율교섭 보장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주 36시간 4.5일제 실시 등 근로시간 단축 ▲재택근무 시 사생활 보호와 근로조건의 결정 ▲이사회 참관 등 경영참여 보장 ▲남성 육아휴직 1년 의무화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3개월 확대 등 성평등 및 모성보호 확대 ▲조합활동으로 인한 집행유예 이하의 처분 시 해고 제한 등이 담겼다.

특히 노사는 임금 인상률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6.1% 임금 인상을 제시했으나 사측은 임금인상률 1.4%를 제시했다. 노조는 지난 14일 노사 대대표 교섭에서 임금 인상률을 당초 제시했던 6.1%에서 한국은행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5.2%로 낮추고 근로시간 단축 요구의 경우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 근무를 한정된 직군에 한해 1년간 시범 실시할 것을 제안했지만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노조는 1차 파업 이후에도 합의가 안 되면 오는 30일 2차 파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노조 한 시중은행 지부 관계자는 “10월부터는 지부 교섭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9월 말이 사실상 데드라인”이라며 “임금 인상뿐 아니라 36개 요구안이 모두 받아들여져야 한다. 협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결렬될 경우 2차 파업에는 더 많은 인원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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