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우라가미 구니오는 조변석개하는 복잡한 증시를, 경기순환에 따라 나타나는 돈의 힘(금리,유동성)과 기업의 실적이라는 일정한 패턴으로 보고 이를 금융장세-실적장세-역금융장세-역실적장세라는 주식시장의 4계로 설파했다.
계절 만큼이나 다음 예측이 가능한 것이 인구이다. 어느날 갑자기의 천재지변 전쟁 등의 변수를 걷어내면 미래의 인구구조는 예측이 가능하다.
다시 70년대로 돌아가 보자. 당시 서울의 초등학생(국민학생)들은 아침반 오후반으로 80명이 넘는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학급 생활을 하였다. 2020년의 서울 학급당 학생수는 22.1명이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얘기하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환경일 것이다.
태어나 만 18년이 지나면 수능생이 된다. 2021년 11월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은 45만 명으로, 재학생 32만명에 졸업생 등이 13만명이었다. 재학생은 2003년생 50만 명이 대상이 되었으니, 올해는 2004년생 48만 명이 대상이 된다.
가장 동질적인 협력자이자 경쟁자로서 같은 해 출생자가 1970년에는 백 만명을 넘어섰지만 2020년에는 불과 27만명으로 거의 반의 반으로 줄어 들었다. 앞으로 당연 수능생은 줄어들 것이고 대학 정원은 축소될 것이며 불필요한 물리적 공간도 생길 것이다. 줄어든 대학생으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닫 는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인터넷에 떠돌고 일부는 이미 실감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대학의 전체 과 37개 가운데 16개 과가 폐과 대상이라는 뉴스도 있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을 겪는 중이지만, 전쟁이나 더 모진 역병이 창궐하지 않는 이상 인구는 모진 목숨을 꿋꿋이 이어갈 것이다. 기대수명이나 한 해 한 해의 인구구조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불과 오십 년 전 가족계획사업은 '세 명의 자녀를 세 살 터울로 35세까지만 낳고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말자'는 ‘3.3.35’ 표어를 만들었다. 이 구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뀌었다. 이 조차 1980년대에는 인구증가에 대한 긴박함으로 두 자녀에서 한 자녀로 변화됐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로 남아선호 사상을 타겟팅했지만 결국 하나를 낳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앞서 얘기한 2020년의 인구는 출생아의 급감뿐만 아니라, 70년 대 당시의 혼인건수 29.5만건이 21.4만건으로 줄어 들었다. 이혼건수는 1.2만건에서 10.7만 건으로 폭증하였다.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채 한 명이 되질 않는다. 이러한 변화의 연결고리를 이어보면... 수요가 없으니 산부인과는 당연 찾기가 어려울 정도가 된다. 어린이집도 따라서 감소한다. 빈 교실은 늘어날 것이다. 현 수준의 학교 수와 학과 선호도에 문제만 없다면 진학 낙오자는 없게 된다.
취업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길 수 있으나, 부양비율 상승과 고령화로 세대간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혼밥, 혼술해야 하는 일인 가구가 늘어나고 주거와 생활문화는 같이 변화될 것이다. 줄어든 형제자매 구조에 팬데믹으로 일상화된 비대면 활동이 기름을 부어 혼인, 제사와 차례, 심지어 장례문화도 바뀌고 있다. 식당 등의 구조도 좌식 합석 문화에서 입식 혼밥의 리모델링이 진행중이다. 액티브 시니어들의 여행은 안전, 쾌적과 응급에 방점이 찍히게 된다. 취업시의 IRP가입과 퇴직시의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 노후 보장도 다층화되어 각자도생이 부각된다. 전방위적으로 운운.
이러한 예측가능(앞서의 인구표어 변천 과정을 보면 잘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한 변화는 산업구조와 금융상품의 구조 변화도 가져오게 된다. 상품이 만들어지고 대상 연령대가 시장이 되고 타겟팅 된다. 증시의 4계를 통해 투자의 다음 섹터를 결정하듯이, 인구 구조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불러오는 사회와 산업의 구조 변화를 투자에 (선반영하여) 투영해 볼 수 있다.
황인환 이에스플랜잇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