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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귀사 직원들은 회사를 왜 다닌다고 하던가요?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기사입력 : 2021-12-09 11:31 최종수정 : 2021-12-10 11:21

‘직원=비용’ 개념은 발전 가로막아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도 성장
희망·열정 갖고 일하는 환경 조성을

▲ 최용성 부국장

▲ 최용성 부국장

[한국금융신문 최용성 기자] 기업회계에서 사람은 비용 개념에 속한다. 부동산과 현금이 회사 자산으로 잡히는 것과 달리 인건비는 사용하고 나면 없어지는 소모품처럼 비용으로 처리된다. 그래서 가능한 이 비용을 줄이는 게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영자도 많다. 이런 바람을 타고 등장하고 있는 게 이른바 ‘긱코노미(Gig Economy)’다. 기술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기술, 재능은 십분 활용하면서도 인건비 부담은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정규직 대신 비정규 프리랜서를 활용해 높은 생산성을 추구한다(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을 ‘긱 워커’라고 한다).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MZ세대 특성도 이런 시스템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다.

최근에는 아예 이런 비용을 '제로'로 만드는 시도도 활발하다.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무인 매장이 그런 곳이다. 안그래도 코로나 사태로 사람 만나기 부담스러운데, 로봇이 알아서 주문 받고 배달까지 척척 다 해준다니 이 얼마나 간편하고 편리한가.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정말로 사람 하나 필요하지 않고 각종 비즈니스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정말로 이런 미래가 오면 어쩌나 싶다.

불편한 인간 관계에 구속될 필요 없이 일만으로 연결되고 나중을 신경 쓸 필요 없는 로봇을 상대하는 게 일상으로 자리 잡은 미래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회사’는 무용한 존재가 될 지도 모르겠다. 점점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은 그저 플랫폼으로 연결돼 일할 뿐이다. 직장내 폭력이나 왕따에 시달릴 걱정도 없고 꼰대 상사 갑질을 보지 않아도 된다. 다소 건조하지만 나름 깔끔하고 합리적일 것도 같다.

다만 긱코노미에서 ‘인간다움’은 포기해야 할 것같다. 인간적인 것에 대한 생각이야 저마다 다를 테니 논외로 하고, 어쨌든 긱코노미는 실용적이지 사람을 위한 시스템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긱 워커로 일할 수 있을까. 긱 워커 끼리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나마 이런 일자리는 뭔가 전문적 기술,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한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을 위한 단순 데이터 수집 업무를 종일 해야 할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나무 그림인지, 자동차 그림인지 고르는 그런 일 말이다. 사람들은 회사에서 해방돼 있겠지만 부지불식간에 플랫폼에 구속돼 있을 것이다.

그럼 지금 이 세상에 있는 수 많은 회사들이 인간적이냐 하면 물론 그렇지는 않다. 많은 회사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과다한 업무량을 부과하는데 반해 인사, 급여, 처우 등 대우는 비인간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탈리아 ‘브루넬로 쿠치넬리’와 같은 회사가 더 많아진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최상급 캐시미어 니트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다.

창업자 브루넬로 쿠치넬리 회장은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성장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 경영 방침을 고수해 오늘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많은 기업들이 브루넬로 쿠치넬리 규칙을 따른다. 오후 5시 반 이후 업무 메일 금지, 점심 시간은 1시간 반 정도로 충분하게, 직원 급여는 업계 평균보다 20% 정도 더 많이!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이런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악덕 기업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다. 쿠치넬리 회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 모습을 보고 지금과 같은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공장을 다니던 아버지는 늘 피곤한 얼굴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망할 놈의 회사, 이런 모욕을 받고 일해야 하나!”

자본주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자유 경쟁을 통해 부를 확대재생산하며 유지, 발전해 왔다. 그래서 회사를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들 한다. 그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기적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이 격렬해졌다. 소득불평등과 탐욕적 회사에 대해 신랄한 비판이 가해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특히 서구에서 본격화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넥스트 자본주의의 솔루션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다만 ESG는 회사 핵심 구성 요소인 직원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쿠치넬리 회장 말처럼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성장하고 그런 회사가 많아져야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을 비용으로 바라보는 관점부터 사라져야 한다. 회사 경쟁력이 사람에 있다는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 회사를 뜻하는 영어 ‘company’는 ‘함께 빵을 먹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companio’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뜻만 놓고 보면 딱 '식구(食口)'다. 식구는 같이 살면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지만, 그저 같이 밥만 먹는 관계는 아니다. 힘들 때 의지하고 어려울 때 도와준다. 계약 관계로 맺어진 회사와 직원 사이에 이런 동반자 관계는 허무맹랑한 소리일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관계를 실천하는 회사도 있다.

영국의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다. 이 회사는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직원들과 업무와 무관한 인생 상담을 한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은 “나중에 카페를 열고 싶다”,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다”와 같은 고민거리를 회사와 공유한다. 유니레버는 직원들이 아무런 목적도, 기대도 없이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분명한 희망과 열정을 갖고 있는 게 결과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킨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귀사의 직원들은 어떤가? 그들이 매일 매일 어떤 생각으로 출근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가?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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