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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조 시장 지켜라”…은행권 퇴직연금 ETF 출시 행렬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1-12-02 15:55 최종수정 : 2021-12-30 02:28

하나은행 이어 신한은행도 출시

“250조 시장 지켜라”…은행권 퇴직연금 ETF 출시 행렬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은행권이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투자가 가능한 증권사로 가입자들이 대거 빠져나가자 일종의 방어전략을 꺼내 든 것이다.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해 250조원이 넘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 고객이 ETF를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 ETF 상품을 출시했다. 신한은행 DC·IRP 가입 고객은 신한 쏠(SOL) 퇴직연금 플랫폼인 ‘나의 퇴직연금’을 통해 ETF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인공지능(AI) 기반 ‘투자고수 따라하기’ 플랫폼에도 ETF 관련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투자고수 따라하기는 신한은행 퇴직연금 플랫폼을 이용하는 100만명 고객들의 수익률을 분석해 상품 가입 이후 연평균 10% 이상 수익률을 달성한 투자 고수들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ETF 상품 출시를 통해 퇴직연금 가입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 운용기회를 제공하고 향후 퇴직연금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상품 및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ETF를 선보였다. 우리은행도 이달 중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ETF 거래 플랫폼을 운영할 증권사를 선정하고 있다.

그동안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투자는 증권사에서만 가능했다. 은행들은 증권사와 연계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실시간 매매 중개는 증권사의 고유 업무영역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벽에 부딪혔다.

은행들은 신탁형으로 우회 투자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퇴직연금 가입자와 신탁 계약을 맺고 가입자가 주문을 내면 은행이 ETF 매매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법으로 실시간 매매는 어렵고 거래 체결은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지연매매 방식으로 이뤄진다.

은행들이 퇴직연금 ETF 상품 출시에 나서는 이유는 퇴직연금 잔고를 지키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 잔고는 255조원으로, 은행이 이 중 절반가량인 130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퇴직연금은 안정적으로 은행 예금에 넣어두는 게 관행이었지만 최근 몇 년 새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펀드보다 ETF 투자를 선호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직접 ETF로 운용하며 실시간으로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는 증권사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퇴직연금 직접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증권)로 이동한 IRP 규모는 2019년 1563억원에서 지난해 4374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9월까지 7987억원에 달한다. 4개 증권사의 DC형 퇴직연금과 IRP 계좌에서 이뤄지고 있는 ETF 투자 잔액도 2019년 1836억원에서 올해 9월 말 2조2199억원으로 12배가량 급증했다. 2차 전지, 메타버스 등 테마형 상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ETF를 강력한 퇴직연금 투자 수단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수수료 면제 정책을 꺼내 드는 등 공격적인 영업과 동시에 높은 수익률을 강점으로 내걸면서 자금 유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증권업계의 IRP 평균 수익률은 6.76%로 은행권(2.50%)의 2.7배였다. DC 수익률도 증권업계(5.91%)가 은행권(2.10%)의 2.8배 높았다.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증권사의 IRP 시장점유율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IRP 시장점유율은 지난 1분기 22%에서 3분기 26%까지 높아졌다. 적립금 규모도 올 들어 10조원을 넘어섰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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