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금융결제원 창립 40주년 기념 '2026 Payment Insight 세미나'에서 채병득 금융결제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채병득 원장이 이끄는 금융결제원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금융권·학계와 공동 금융 인프라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네이버페이와 진행 중인 AI 결제 에이전트 개념검증(PoC)부터 디지털화폐를 활용한 결제망 구축, AI 금융의 현장 적용 방안까지 논의가 이어졌다.
안전한 디지털금융 생태계 조성
금융결제원은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창립 40주년 기념 '2026 Payment Insight 세미나'를 개최했다. 'Beyond Open: 디지털금융의 다음 여정'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네이버페이와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은행, 신한은행, 한양대학교 등 금융권·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금융결제원은 지난 40년간 금융회사 간 거래를 연결하고 공동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 온 성과를 바탕으로 AI와 디지털자산 확산에 대응할 지급결제 시스템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채병득 금융결제원장은 개회사에서 "개방과 연결에서 인공지능과 디지털자산으로 이어지는 변화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민의 금융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류혁선 한국지급결제학회장은 기술 혁신과 함께 금융거래의 안정성과 책임 문제를 짚었다.
류 회장은 "AI 에이전트 활용에 따른 권한과 책임 문제, 새로운 디지털 지급수단 확산에 따른 결제 안정성과 금융안정 문제는 앞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와 정책당국, 학계의 협력이 필요하며, 기술 발전을 실제 금융서비스로 연결하는 기반은 신뢰에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페이·금결원, AI 결제 에이전트 실증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금융결제원 창립 40주년 기념 '2026 Payment Insight 세미나'에서 조재박 네이버페이 부사장이 오픈파이낸스의 성과와 발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첫 번째 발표에 나선 조재박 네이버페이 부사장은 '오픈파이낸스: 개방의 성과와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국내 금융 인프라의 발전 과정과 AI 시대의 변화 방향을 설명했다.
조 부사장은 2019년 도입된 오픈뱅킹과 금융 마이데이터,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 등을 국내 금융산업의 주요 성과로 평가했다. 금융회사 간 계좌와 데이터를 연결하는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핀테크 서비스 발전과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금융서비스의 새로운 이용 주체로 등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거래를 실행했다면, 앞으로는 AI가 금융서비스를 탐색하고 결제까지 수행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결제원과 네이버페이는 AI 결제 에이전트 관련 PoC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금융결제원과 네이버페이가 결제 AI 에이전트에 대한 PoC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동 실증 현황을 소개했다.
그는 이용자가 20만원짜리 운동화를 18만원 이하로 내려가면 구매하도록 AI에 지시하거나, 일정 금액까지 결제를 위임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AI가 최적의 구매 조건을 탐색하고 거래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결제 권한과 위임 한도를 통제하고 거래를 수행하는 에이전트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AI 에이전트 간 거래까지 확대될 경우 금융회사와 결제 인프라 차원의 공통 안전장치도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AI 금융거래 확대에 소비자 보호·책임 쟁점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금융결제원 창립 40주년 기념 '2026 Payment Insight 세미나'에서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AI 에이전트 확산에 따른 금융산업의 변화와 대응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AI Agent 시대의 개막과 금융산업의 변화'를 주제로 AI 기술이 금융회사 업무와 금융상품 유통, 지급결제 인프라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백 연구위원은 AI 에이전트를 이용자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과 실행까지 수행하는 주체로 설명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마케팅과 고객 상담, 신용평가, 이상거래 탐지, 내부 업무 자동화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금융상품 비교와 대출 갈아타기, 자금거래 등 고객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플랫폼이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거래를 실행하는 유통 채널로 발전하면 금융회사와 플랫폼 간 경쟁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 연구위원은 "AI 플랫폼이 일종의 게이트키퍼로 나타날 수 있다"며 "금융회사들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단순 계좌 공급자로서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AI 플랫폼의 상품 추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과 소비자 피해, 자동화된 거래의 책임 소재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나 직접적인 금융거래 등 고위험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경우 위험 수준에 따른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필요할 때 작동을 중단하는 '킬 스위치'와 사람의 개입을 통한 통제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결제원 차원에서는 AI 에이전트의 권한 위임 범위와 자격 확인 등에 관한 공통 표준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수의 대형언어모델과 클라우드 사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차원의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 예금토큰·국가 간 결제망 혁신 추진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금융결제원 창립 40주년 기념 '2026 Payment Insight 세미나'에서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실장이 디지털화폐와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금융 인프라의 발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두 번째 세션에서는 디지털화폐와 디지털자산이 지급결제 인프라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실장은 '디지털화폐 및 디지털자산이 여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주제로 토큰화 금융 인프라의 필요성과 국내외 구축 사례를 소개했다.
윤 실장은 토큰화 기술의 장점으로 거래 이후 대사·검증 부담 완화와 스마트계약을 활용한 조건부 지급, 여러 거래를 연계한 결제 효율성 제고 등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한강'도 주요 사례로 소개됐다. 프로젝트 한강은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을 활용해 새로운 지급서비스를 구현하고, 은행 간 결제가 중앙은행 화폐를 기반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구조다.
윤 실장은 "은행의 예금이 예금토큰 형태로 보다 혁신적인 플랫폼을 통해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한국은행이 뒤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 프로젝트 한강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1차 실거래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 말 후속 실거래를 준비하고 있다. 후속 실거래에서는 참여 은행을 기존 7개에서 9개로 확대하고 이용자 확대와 편의성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예금토큰의 조건부 지급 기능을 활용하는 사례로는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과 공공부문 업무추진비 집행 등을 제시했다. 사전에 설정한 조건에 따라 자금이 사용되도록 해 부적절한 지급을 방지하고 사후 검증에 필요한 행정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국가 간 지급결제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 아고라'도 소개했다. 기업·금융기관의 국가 간 지급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처리 지연과 높은 비용, 복잡한 규제 준수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다.
윤 실장은 아고라의 시스템 구축과 거래 테스트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운영 주체와 지배구조, 감독 체계 등이 마련되면 2028년부터 가동할 수 있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특히 새로운 금융시장 인프라에서 결제자산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중앙은행 화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 화폐가 결제 유동성 공급과 결제 완결성, 금융안정 측면에서 중요한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신한銀 가치 이동 재편·AI 금융 현장 적용 강조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금융결제원 창립 40주년 기념 '2026 Payment Insight 세미나'에서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자산Cell장(위쪽)과 송재욱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가 각각 디지털자산을 통한 가치 이동의 변화와 금융 AI의 현장 적용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지다혜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자산Cell장은 '디지털자산과 금융산업의 미래: 가치 이동의 재편'을 주제로 AI와 디지털자산이 경제활동과 금융거래의 관계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Cell장은 AI가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기술이라면, 디지털자산은 이미 만들어진 가치를 이동시키는 방식과 속도를 바꾸는 기술이라고 구분했다.
그는 앞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화폐가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서로 다른 지급수단을 연결해 고객이 불편 없이 거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Cell장은 "앞으로 금융권이 풀어야 할 숙제는 새로운 돈을 만드는 것보다 서로 다른 형태의 돈을 같은 신뢰 안에서 연결하는 일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원화 표시 지급수단이 동일한 화폐가치를 유지하는 '화폐 단일성'을 확보하고 기존 금융 인프라와 새로운 지급망을 연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송재욱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AI 시대의 금융산업: 복잡성을 넘어 현장의 문제로'를 주제로 금융회사의 AI 활용에서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실제 업무의 의사결정 구조와 규제 요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신용평가 분야에서 예측 정확도가 높은 블랙박스 모델이라도 판단 근거를 설명하기 어렵다면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위험 요인별 판단 과정을 추적하고 업무상 제약 조건을 반영할 수 있는 모델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거래 탐지 분야에서는 모델의 정확도와 함께 판단 속도와 대규모 거래 처리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생상품 분야에서는 고객별 맞춤형 상품 확대에 따른 가격 산정과 위험관리 업무에 AI를 적용해 처리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소개했다.
송 교수는 "금융 AI의 경쟁력은 더 복잡한 모델을 만드는 데서 나오기보다 현장의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느냐에서 나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금융회사가 AI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 업무와 규제에 대한 재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발표 이후에는 '미래를 묻다: 신(新) 디지털금융 시대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류혁선 한국지급결제학회장이 좌장을 맡고 성준이 한국은행 팀장, 김필수 금융결제원 부부장, 이종섭·정준혁 서울대학교 교수, 임병화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토론에서는 디지털자산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디지털금융의 향후 과제와 전망을 다뤘다.
금융결제원은 이번 세미나에서 제시된 기술 혁신과 제도 개선, 금융 현장의 의견을 향후 디지털금융 생태계 조성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채병득 금융결제원장은 "오늘 논의되는 통찰과 제언을 금융결제원이 앞으로 만들어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 생태계 조성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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