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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탁의 핀테크 이야기] 대안신용평가로 씬파일러들 구제해야

편집국

기사입력 : 2021-08-17 00:00

사회초년생 금융거래 미비 사유 대출 거절
핀크·네이버 대안평가 모델 실효성 입증

[권영탁의 핀테크 이야기] 대안신용평가로 씬파일러들 구제해야
얼마 전 필자의 학교 후배가 대출 시장에 대한 한탄을 쏟아냈다. 절약정신이 강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이 친구는 단 한번도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적이 없고, 체크카드만 사용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에 가보니, ‘금융거래 미비’라는 사유로 대출이 거절됐다는 것이다. 자신이 대출을 갚을 능력이 충분한데도 이를 입증할 길이 없어 상환능력에 비해 높은 금리의 대출을 이용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필자의 후배 사례 외에도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갚을 여력이 되는데도 대출, 신용카드 등의 금융거래 기록과 꾸준한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신용평가를 못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존 신용평가 방식은 신용 거래가 없는 이들을 심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성실함과 채무지불 능력을 파악할 수 없는 한계점으로 인해 수많은 ‘씬파일러들’을 양산한다. 씬파일러는 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무려 국민 4명 중 1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러한 불합리한 기존 신용평가 방식은 금리단층 현상과 맞물려 많은 소비자들을 고금리 또는 사금융으로 내몰고 있다. 대개 신용등급 1~3등급에 속하는 고신용자들은 5% 이내의 금리로, 그 외의 중저신용자들은 20% 전후의 고금리가 부여되는데, 금리단층이라 함은 중간 10% 안팎의 중금리가 비는 현상을 말한다.

중금리 대출 공급이 적은 이유는 금융권 입장에서 신용점수가 낮은 씬파일러와 중저신용자들을 중금리로 끌어올리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기존의 신용평가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금리단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평가 요소를 기반으로 상환 가능성을 평가하는 ‘대안신용평가(CSS)’ 모델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대안신용평가는 통신료와 전기·가스·수도 요금 등의 비(非) 금융정보를 활용해 신용을 평가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하면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거 금융 기록에서 파악할 수 없는 상환 능력을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객을 선별해 중금리 대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상환 능력에 비해 터무니 없이 높은 금리를 부담할 필요가 없어진다. 즉, 고소득·고신용자 대출 위주로 구성된 금융시장 양극화를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인도, 케냐 등의 해외 국가에서는 대안 신용평가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많은 씬파일러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SNS 이용 행태, 온라인 구매, 포인트 적립, 스마트폰 데이터, 심리 평가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를 기반으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사용 결과 또한 우수하다.

예컨대 스마트폰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을 해주는 탈라(Tala)는 92%, SNS상 평판 데이터를 활용하는 렌도(Lenddo)는 95%로 두 회사 모두 높은 상환율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도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대안신용평가 시장의 포문을 연 기업이 있다. 바로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합작한 핀테크 기업 ‘핀크’이다.

모든 이들의 삶을 아우르는 생활금융플랫폼을 목표로 출범한 핀크는 설립 초부터 금융 이력 부족자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고안했다.

그 결과물로 SK텔레콤의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최초의 통신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 모델 ‘T스코어’를 지난 2019년에 내놓았다.

금융 서비스 이용자보다 통신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통신이력은 씬파일러들의 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최적의 데이터로 평가 받는다. 점수를 산정하는 항목들 또한 매우 구체적이다.

통신사 가입기간, 요금제, 데이터 이용 행태, 연체, 로밍, 소액결제 등을 산출하여 점수를 매긴다.

핀크 T스코어는 소비자에게 금리 인하 및 한도 인상 혜택을 제공하고, 금융기관의 부실률을 낮추며 그 효용 가치를 확대하고 있다. T스코어를 활용한 ‘핀크 대출비교서비스’에서 대출금리와 한도를 조회한 고객 중 86%가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실제로 금융 CB에서 5등급 이하를 받은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승인 건수는 T스코어를 통해 약 40% 확대 가능한 걸로 확인됐다.

아울러 1금융권과 모의 실험을 한 결과 기존 신용대출에 비해 부실률이 최대 0.5%포인트 낮았으며, 2금융권에선 대출 부실률이 최대 1.06%포인트까지 낮았다.

최근 네이버파이낸셜도 소상공인 대상 사업자를 대상으로 연계 대출을 선보였다. 업력이 짧고 매장과 담보가 없는 온라인 사업자들도 신용평가를 할 수 있도록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다. 출시 6개월을 맞은 지난 7월 네이버가 공개한 대출 승인율은 44%이며 연체율은 0%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핀크, 네이버와 같이 대안신용평가 모델의 실효성을 입증하며 사용처를 늘리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아직까진 국내 대출 시장은 기존의 신용평가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금융권들은 금융이력 외에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부실률 증가 등의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다행히도 최근 금융당국이 포용적 금융환경 조성을 위해 중금리 대출상품 활성화 방안을 발표, 그 일환으로 대안신용평가 모델 육성에 나섰다.

이에 따라 핀테크는 물론 1,2금융권들까지 가세해 TF를 구성하는 등 대안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대안신용평가 모델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은 반갑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감이 있다. 신용평가 모델을 더 빨리 도입했다면 수많은 금융 소외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건 소비자들뿐만 아니다. 금융권도 상환 여력이 있는 고객들을 판별해 내지 못해 수익과 자산 건전성을 향상할 기회를 놓쳤다.

다양한 삶을 아우르는 신용평가 방식이 조속히 활성화됨으로서 금융에서 소외 받는 국민들이 대폭 감소하길 기대한다. 국내 1,300만여명의 씬파일러들이 금융 사각지대에서 구원투수를 기다리고 있다.

비금융 데이터 기반의 대안신용평가 모델이라는 포용적 금융을 실현시킬 구원투수 말이다.

[권영탁 핀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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