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미국채 금리가 장기물 위주로 하락한 가운데 국내 일드 커브도 플래트닝되고 있다.
연말의 경우 전통적으로 평균적인 달에 비해 국채 발행 물량도 적고 수요 또한 제한된다. 다만 올해의 경우 지금까지 본적 없는 대규모의 국채 발행이 지속됐으며, 이 부분이 연말에 누그러지는 측면이 적지 않게 기대감을 키웠다.
국고20년물 입찰이 종료된 가운데 연말 시즌 제한적인 채권 강세장 가능성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 연말 수급 기대감과 크레딧 스프레드 등 가격 메리트 주목
최근 금리 상승이 제약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의 큰폭 상승이나 하락 가능성 또한 크게 않다는 인식도 강했다.
지난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선 전 국고3년 금리가 0.9%, 국고10년 수익률이 1.5% 위로 올라온 뒤 한 때는 1%, 1.7% 위로도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레벨들 앞에서 금리 상승세가 꺾였으며 지금은 국고3년이 0.9%대 중반, 국고10년이 1.5%대 후반 수준으로 내려온 상태다.
내년 국고채 수급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지만, 11월 국고채 입찰이 얼추 정리되면서 연말 물량이 줄어드는 부분 등에 대해 기대감이 강해졌다. 이번주 한국은행은 월 하순을 맞아 국고채 단순매입 입찰을 실시한다.
A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11월 국고채 입찰이 끝나고, 평상시 대비 부담이 적어 보이는 12월 수급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가 본격적인 하락 트렌드로 접어든다고 보기 어렵지만, 수급 요인 등 주변 분위기 상 금리가 레벨 다운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아울러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기대감 등도 작용하고 있다. 또 이날 장이 예상보다 빨리 강해져 당황해 하는 모습도 보였다.
B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어영부영 하다보니 장이 강해졌다. 12월 국채발행과 관련해 5조원에 바이백 3조라는 소식도 전해졌고 외국인도 사고 있다"면서 "여기에 코로나가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부양책이 당장 나오기 어렵다는 점도 장을 지지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 하락 트렌드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단기적으론 밀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 최근 수급은 나쁜 게 아니라 안 사는 정도였다"면서 "특히 크레딧 쪽은 스프레드도 좋고 하니 내년 농사 준비를 하면서 열심히들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C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일단 코로나 재확산에 내달 발행량 감소 등으로 연말까지 상황을 우호적으로 보고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 수급 요인에 해외 쪽 상황도 채권시장 지지하다는 평가들
D 증권사 딜러는 "다음달 국고채 5조원대 발행과 바이백 등 수급 요인이 우호적으로 평가 받는 가운데 연말까지 금리 상승이 쉽지 않다고 본다"면서 "미국 쪽 상황도 이런 분위기를 지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딜러는 "미국의 경기 부양책 지지부진, 백신 기대감의 프라이싱 완료, 트럼프닫기

미국 대선 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선거 사기'를 주장하면서 개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 지출이 늦춰지면서 유동성 구조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백신 기대감이 있으나 미국, 유럽 등 글로벌하게 코로나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 등도 감안되고 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백신 개발 기대가 있으나 가시적 효과는 내년 하반기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신 경제활동이 다시 위축되면서 거시지표 회복세가 둔화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환경의 변화와 미국 재정지출의 불확실성은 국채 수급 부담 완화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질 수 있는 구도라고 해석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재정지출의 강도와 집행 시기는 단순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뿐 아니라 수급 구조에 영향을 주게 된다. 국채 발행 압력이 완화되고, 본원통화 구조도 큰 변화를 보이기 어려워 단기자금 시장 여건도 양호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단기 등락 과정에서 상승했던 장기금리는 기술적 되돌림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미국 재정지출이 무산보다는 지연되고 있는 것이고, 겨울 이후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될 수 있어 연말 금리 하락은 추세적이기보다는 기술적 등락 관점에서 볼 수 있다"면서 일단 내년 초까지 금리는 수급 우려 완화 속에 유동성 장세 성격을 등락을 보이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일드 커브가 플래트닝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통안1년물 입찰에선 미달이 나타나기도 했다. 통안1년물 입찰(0.8조 예정)에선 0.58조원만이 응찰해 0.48조원이 0.71%에 낙찰됐다. 단기 구간의 상대적인 부진 속에 커브가 눌리는 것이다.
E 증권사 딜러는 "최근 짧은 쪽은 수요가 없었고 외국인이 아니면 관심을 갖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F 딜러는 "증권사 차원의 매매 자제 분위기, 국고2년 발행 때문에 짧은 통안이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 등의 얘기도 있지만, 그냥 금리 레벨 때문에 앞쪽을 더 누르긴 어려웠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말 시즌 북이 많이 닫히면서 수요층이 엷어진 상황에서 지난 금요일 1년물 5천억원이 모집으로 풀려 이날 통안채 수요가 부진했다는 평가 등도 제기됐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