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은정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과 국제 유가 급락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3월 한 달간 미국 은행들의 대출 잔액이 6.3%나 증가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3월 4일부터 4월 1일까지 6,382억 달러나 늘어났다. 기업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손 연구원은 "유가 급락 이후 하이일드 기업 디폴트와 유동성 위험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현금 수요 증가로 은행 신규 대출 및 크레딧라인 자금 인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기업의 현금 확보도 크게 증가했다. 동시에 투자자산 손실과 유동성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은행권 대출도 급증했다.
통상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은행의 유동성 창구로서의 역할은 확대된다.
■ 은행 정책적 역할은 제한될 것
손 연구원은 "2020년 2월 발표된 Fed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LCR(유동성 커버리지비율) 규제 도입 이후, 유동성 공급을 위한 은행의 크레딧라인 제공 확대로 은행의 시스템 중요도는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은행 크레딧라인 한도 확보 및 유지 비용을 초과함에 따라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자산 보유 규모를 줄이고, 은행 크레딧라인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 연구원은 "2019년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은행권 신용 익스포저는 1조 4,000억 달러로 201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 익스포저는 1.4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대형 은행은 LCR 규제 충족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크레딧라인 규모를 감안해 유동성 자산을 확충했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중소형은행은 유동성 자산 확충에 비해 크레딧라인 규모가 커지고, 대형은행 대비 예금 수취는 제한되면서 3월과 같이 크레딧라인 인출이 증가할 경우, 유동성 부족과 향후 부실화 우려로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3월 중 금융자산 가격 하락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현금이 예금으로 들어오면서 대출 급증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전체 현금 보유 규모는 오히려 크게 증가한 상태다.
손 연구원은 "시장이 걱정했던 은행의 현금 부족은 없었으며, 예금 증가에 따른 현금 확보 규모가 Repo거래에 따른 현금 확보보다 훨씬 더 많이 빠르게 증가했다"면서 "더불어 4월 2일 연준이 은행의 신용 창출 확대 및 국채 수급 개선을 위해 SLR(보완 레버리지비율) 산정 방식을 완화해주면서 은행의 경제 주체들에 대한 지원 여력은 더 확대됐다"고 밝혔다.
SLR(Supplementary leverage Ratio = Tier1/총 익스포저: 부외 자산 포함) 산정 시, 총 익스포저에서 국채와 연준 예치금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은행의 위험 익스포저 및 국채 보유 확대가 가능해진 것이다.
손 연구원은 다만 "아직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대형은행의 건전성과 자본력을 감안하면 정책 역할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최근 규제 완화가 한시적이고 준수해야 하는 다른 규제들 때문에 은행이 실질적으로 위험 익스포저를 크게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소형은행은 상대적으로 규제에선 자유롭지만 기존 위험 익스포저와 크레딧라인 인출 증가에 따른 유동성 하락을 고려할 때 경제 주체에 대한 지원 역할 확대 수준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