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레벨 부담이 있지만, 대외 여건은 위험자산으로부터의 도피를 종용하고 있다.
미중 갈등에 홍콩 사태가 곁들여지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0bp 급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홍콩 민주화 시위로 홍콩 공항이 마비되고 경찰이 쏜 플라스틱탄에 시위자가 실명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홍콩 시위는 한층 거칠어졌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제2의 천안문 사태를 우려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중 갈등이 한창인 상황에서 중국의 내정(?)에 미국 등이 목소리를 낼 경우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면서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10년-2년 국채 스프레드가 10여년만에 가장 좁은 수준으로 좁혀지면서 향후 경기 침체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했으며, 마이너스 폭을 넓히고 있는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0.6%에 바짝 붙었다.
뉴욕 다우지수는 2만 6천을 내주면서 1.5% 가량 급락했다.
■ 미국채 금리 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락
미국채 금리는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락했다. 10년-2년 스프레드는 12년여만에 최저치다.
미중 갈등, 홍콩 시위, 아르헨티나 우려 등 글로벌 경기 우려를 키우는 분위기 때문에 안전자산선호가 화끈하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9.92bp 하락한 1.6471%, 국채30년물은 12.68bp 급락한 2.1336%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4.88bp 떨어진 1.5836%, 국채5년물은 8.48bp 내린 1.4911%를 나타냈다.
글로벌 안전자산선호 무드 속에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0.5932%를 기록해 -0.6%에 근접했다. 마이너스 폭을 얼마나 더 넓힐 수 있을지 관심이다.
중국 당국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환구시보의 후지진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화요일(13일) 중국은 미국의 어떤 도전과 압력도 물리칠 수 있음을 맹세하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할 것"이라며 "이런 종류의 기사가 보내는 신호는 미국 고위 관료들의 발언에 의한 신호보다 더 강하다"고 위협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홍콩 국제공항은 송환법 반대 시위가 예상보다 커지자 13일 오전까지 공항을 폐쇄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은 홍콩 인근 중국 도시 선전에 무장 경찰의 장갑차와 물대포가 대규모로 집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예비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참패했다. 오는 10월 예정된 대선에서 패배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친시장적이었던 정책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뉴욕 주가는 급락했으며, 다우지수 2만6천선이 무너졌다. 장중 금리 급락을 경기 우려 신호로 해석하면서 낙폭을 더 키우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391.00포인트(1.49%) 하락한 2만5,896.44, S&P500지수는 35.96포인트(1.23%) 낮아진 2,882.69, 나스닥은 95.73포인트(1.20%) 내린 7,863.41를 기록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선호를 반영해 엔화 등이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엔은 0.3% 하락한 105.35엔을 기록했다. 스위스프랑도 달러에 대해 0.33% 강해졌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97.44로 전장보다 0.06% 낮아졌다.
■ 국고3년 1.1%대, 국고10년 1.2%대에 묶여 있지만..금리 하락룸 모색
현재 국내 채권금리는 위,아래로 움직일 룸이 넓지 않다는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월 5일 국고3년 금리가 1.1%대, 국고10년 금리가 1.2%대에 진입한 뒤 6거래일째 이 레인지에서 등락 중이다.
여전히 채권 매수를 둘러싼 우호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금리 레벨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대외 쪽 분위기가 안전선호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선 모건스탠리 같은 곳에서 연준의 제로금리 복귀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국내 내부 상황도 여의치 않다. 정부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다면서 언제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일본은 한국의 이번 결정이 일본에 대한 대항조치라면 WTO 위반이라고 발끈하고 있다.
미-중, 그리고 한-일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수출 감소세는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2%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는 주장들도 늘어난 모습이다.
최근 금리가 좁은 공간에 묶여 있지만 글로벌 안전자산선호가 보다 힘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대외 분위기, 내부적으로 경기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시장 금리는 하락룸을 곁눈질 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금리 레벨 부담을 감안할 때 외국인이 현선물 시장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된다. 외국인은 일단 현물 시장에서 국채를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국채 순투자규모는 1.5조원을 넘어섰으며, 순매수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선물시장에선 뚜렷한 한방향 매매를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이들이 주변 분위기에 편승해 선물 매수에 한층 힘을 실을 경우 금리 레벨이 좀더 아래 쪽으로 열릴 수 있을 듯하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