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업계에 따르면 각 사의 조달금리가 1%포인트 내외씩 대부분 낮아졌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내려가면 중소형사들은 비용이 많이 절약할 수 있어 경영 여건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캐피탈사는 여신전문회사로 수신기능이 없어 영업을 위한 자금은 금융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하는 방식으로 조달한다. 시장 금리가 떨어질수록 조달금리도 떨어져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문제는 신용등급이다. 지주계와 일부 기업계 캐피탈은 유사시 그룹에서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대부분 한 등급(notch) 높게 평가받고 있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으면 조달금리 상승 및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그러나 최근 캐피탈들의 조달금리는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153%로 연중 최저치를 찍었는데 이는 2016년 9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캐피탈사 역시 표면이율(쿠폰금리)이 골고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B캐피탈(신용등급 AA-)은 지난해 7월만 하더라도 3년물 표면이율이 연 2.616%였으나 이달 초 연 1.507%까지 떨어졌다. 아주캐피탈은 표면이율이 지난해 3% 수준이었으나 금리 인하 기조에 신용등급 상승까지 힘입어 최근 1%대 중후반까지 내려왔다. 효성캐피탈(신용등급 A-)은 표면이율이 올해 초 3.6%였지만 지난달 말 2.573%를 기록했고, BBB+등급인 오케이캐피탈도 지난해 연 3% 후반대에서 이달 연 2.9~3.0%로 떨어졌다.
이는 미국 국채금리 하락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 반영, 국내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금융채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18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16년 6월(1.50%→1.25%)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캐피탈들의 조달금리는 당분간 인하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 최대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고 있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한일 간 경제 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조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7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이 언급됐다. 지난 6일 공개된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A 금통위원은 "올해 2.2%로 하향 수정된 조사국의 성장률 전망에도 하방 위험이 잔존하고 있다"며 "0.25%포인트 인하만으로 경기를 가시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앞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춰 잡았다.
일각에서는 경기 부진과 대내외적 경제 상황에서 비롯된 조달금리 하락인 만큼 건전성 지표 악화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한 캐피탈사 대표는 “조달금리 하락 신호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회사가 조달 비용을 줄일 수는 있어도 경기 하강 국면이라 부실 차주, 연체율 등 건전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