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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분양가 상한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조은비 기자

goodrain@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8-12 00:00

▲사진: 조은비 기자

▲사진: 조은비 기자

[한국금융신문 조은비 기자] 지난 7월 서울 집값이 반등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하여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다. 예정대로면 오늘 최종안이 나온다. 적용 지역에 따라 상황은 다르게 전개되겠지만 어찌 됐건 또 규제다.

정권 출범과 함께 약 2년 2개월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현미 장관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때마다 이를 진화하려고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등 규제를 단행했다.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규제 행보가 정작 시장 참여자들의 행위 동기는 고려하지 않은 미봉책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현재 논란인 분양가 상한제를 비롯해 현 정부가 했던 각종 부동산 규제들은 장기적으로 시장에 수급불균형을 초래하여 결국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부동산 정책이라는 평가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공급자는 이전보다 낮게 책정된 분양가에 맞는 시공 및 시행 계획을 새로 세워야 한다. 시간과 노동과 비용이 든다. 수요자들은 신규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것이다.

그러면 시장에 나와 있는 안전한 매물에 수요가 몰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집값은? 또 다시 특정 지역만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내 집 마련이라는 추상적인 욕망에서 한층 구체적인 욕망에 다가가보자. 서울 집값을 비롯한 강남 아파트값이 정부 개입에도 불구하고 오른 현상 이면에는 시장 참여자들의 행위 동기가 있을 테다.

우선 내 집이어도, 부동산은 값이 나가는 투자 상품이다. 게다가 다시 되팔 수도 있는 상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라도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는 입지를 원한다.

그러한 입지는 당연히 의미 있는 정보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편리한 곳일 것이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이제 어엿한 세계 경제 11위 대국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주거 수준은 높아져 있다. 비싼 값을 주고 얻은 주거지에서 향상된 삶의 질도 누리기를 원한다.

다주택자는 차치하고서라도, 실수요자들이 가진 욕망의 동기는 상식적이며 합리적이다. 이 두 가지 욕망이 결합하여 사람들이 최근 선택하고 있는 부동산이 ‘강남 새 아파트’다.

KB은행 부동산플랫폼 리브온(Liiv ON)이 내놓은 통계는 사람들의 욕망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뒷받침해준다. 전국의 입주 2년 이내 새 아파트 630개 단지의 평당 매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새 아파트 매매가격 1위부터 10위를 모두 강남권 아파트가 차지했다.

분양가 대비 상승률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107%까지 나타났다. 강남 3구는 분양가에서 평균 57%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모두가 실수요자는 아니겠지만, 대다수가 실수요자임에는 틀림없다.

조사 대상의 시작점인 2년 전이면 정권 초기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국가의 엄포가 예사롭게 들렸을 시절이다. 그때 분양했던 강남 아파트들이 벌써 이렇게 가격이 올랐다.

강남은 다양한 시설이 있고 차별화한 정보가 활발히 유통되는 시장 경제의 희소성과 상징성을 갖춘 도시다. 그래서인지 어떠한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강남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루기는 쉽지 않지만, 성공의 상징인 강남에서 거주하며 혁신을 몸소 경험하고 싶어하는 수요와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공급을 인위적으로 막아 성장을 늦추는 게 과연 통치 행위로서 타당한 지 모르겠다.

원래 부유한 사람만 강남 신화를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긴 무명 생활 끝에 빛을 본 개그우먼 박나래의 꿈도 ‘강남에 집 사기’였다.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구와 도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있다. 그리고 지방 분산 정책이 필요한 것도 맞다. 다만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에 대해 궁리할 때 정부는 ‘강남 수요’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모르는 척 한다.

그러면서 정작 필요한 지방 분산 정책은 제대로 하지 않고 집값이 높은 서울 일부 지역만 옥죄려 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해도 실제 정책 범위에 들어가는 지역이 매우 한정적일 것이라고는 한다.

하지만 몇주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절차 국가) 배제와 견줄 만큼 우리 경제를 떠들썩하게 한 부동산 규제책이 결국 대다수 투표권자들의 욕망에 반하는 정책일 확률이 더 크다는 사실에 발표를 기다리는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조은비 기자 goodra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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