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일부 언론에선 이 조치에 대해 '실용가치 제로'라면서 미국이 원하는 합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재무장관과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을 지냈던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부당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당 행정부 강경파들의 공세가 계속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이번 결정을 지렛대 삼아 계속해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
■ 환율조작국 지정은 안 풀리는 미중 관계 반영
미국은 국내시간 6일 '종합무역법'에 의거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인 뒤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상회하자 미국이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중국에 펀치를 날린 것이다.
미국의 종합무역법(88년)은 환율조작국 지정, 지식재산권 보호, 불공정 무역관행 조치 등을 통해 미국 무역적자 해소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
이 법에 따르면 환율조작국 지정 이후 IMF 또는 양자협의를 통해 환율 조정을 위한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
미국 재무부는 "중국은 오랫동안 대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왔으며 최근에도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을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은 종합무역법 외에도 교역촉진법을 근거로 해당 국가를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교역촉진법(2015년)은 무역법(Trade Act, 1974)과 종합무역법의 환율 관련 부분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중국은 교역촉진법에서 정한 세부 기준 중 '대미 무역 흑자 200억달러 초과' 요건 1개만 충족한 채 환율조작국이 됐다.
다만 미국은 이런 요건보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하 목적이 국제무역에서 불공정한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면서 '신뢰 상실'을 이유로 중국을 목록에 올렸다.
중국은 당연히 반발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약세가 시장에 의해 결정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대외적으로 리스크 오프 분위기가 강화된 상황에서 위안 약세는 자연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미국은 인민은행이 7위안을 용인했다고 보고 바로 대응한 것이다.
■ 신흥국 통화가치에 대한 하락 압력
5일 역외 달러/위안은 장중 7.14위안까지 오르다가 인민은행의 채권 발행 소식 이후 전일 종가보다 낮은 7.07위안대로 하락했다.
이런 움직임을 추종해 전일 국내시장에서 달러/원은 장 초반 1223원까지 오른 뒤 보합 수준인 1215원에서 거래를 종료했다.
사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한 미국 측의 논리가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또 중국 상황을 보면 위안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다수다. 글로벌 안전자산선호 무드 속에 중국에 물린 추가 관세가 중국 수출 둔화를 이끌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꽤나 합리적이다.
하지만 중국 역시 가만히 보고만 있기 힘들다. 중국이 보복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위안화는 추가적인 약세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 패권을 두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지면서 미국은 더 강한 조치를 내놓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씨티은행은 미국의 조치발표 후 낸 보고서에서 "달러/위안이 7위안을 돌파한 뒤 아시아 통화들은 중요한 기준점을 잃었다"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조치가 나오면 아시아 통화에 대한 익스포우저를 줄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는 "리스크 선호 축소 속에 잠재한 불안, 미중 무역갈등 심화, 추가적인 위안화 약세는 아시아 통화들을 더 약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위안화도 추가적인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 엉클어진 환율 구도와 미국의 추가 압박 카드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이후 사람들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전쟁, 혹은 연준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 등을 많이 고려했다.
어떻게 됐든 현재 미국 정부는 약달러를 원한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경기 상황이 가장 좋은 나라지만, 다른 나라로부터 챙기고 싶은 것은 챙기려고 하고 있다. 미국 외의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호구가 되지 말아야 한다.
이런 흐름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중국과 연준에 뿌리는 동시 경고장이었다.
여찌됐든 미국은 추가적인 압박에 나올 수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중장기적 달러 약세 카드"라고 분석했다.
곽 연구원은 "환율조작국 지정은 무역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중국과 만족스럽지 못한 금리인하를 시행한 Fed에 대한 경고장"이라며 "트럼프의 결정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 중단과 위안화 절하 고시에 대한 맞대응 카드이자 대외 불확실성을 높여 Fed로 하여금 더 가파른 금리 인하를 유도하게 하려는 의중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환율 조작국 지정 시 1년 유예 기간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차기 미국 대선까지 협상을 미룰 수도 있다는 중국측 생각을 뿌리 뽑는 조치이자 9월 FOMC에서 Fed로 하여금 당장 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아무튼 미국이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을 레버리지 삼아 미중 협상에서 중국의 금융시장 자유화 확대를 요구하거나, 중국을 추가 압박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도 많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이 美-中 협상 시 요구할 수 있는 사안으로 △ 위안화 환율밴드 확대 또는 환율제도 개편 △ 환율정책 투명성 제고 △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금융시장 완전 개방 등을 꼽았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위안화의 좁은 환율 밴드를 환율조작의 한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달러/위안 밴드를 상하 3%로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역내외 환율간 격차 해소를 위해 완전한 변동환율로의 이행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미국은 중국과 싸움을 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나라다.
미국은 중국의 환율 시스템과 관련해 적지 않은 요구를 할 수 있다. 미국은 멕시코, 캐나다 협정에서 환율조항을 삽입한 데 이어 중국·EU·일본 등과의 협정에서도 환율조항을 넣기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이런 흐름에 늘 노출돼 있다.
국금센터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계기로 미-중 간 갈등이 커지고, 위안화 변동성 확대가 전망됨에 따라 국내외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